제헌헌법에 담긴 건국정신 규명… 우리사회 심각한 갈등 치유 모색
매체명 : 세계일보   게재일 : 2010-01-04   조회수 : 5224
미국인들은 지금도 200여년 전에 만들어진 헌법 속에서 삶의 중요한 문제에 대한 준거를 찾는다. 그것이 미국의 ‘페더럴리스트 페이퍼(Federalist Papers)’가 미국의 연방주의를 이해하는 출발점을 제공하며 200여년간 고전으로 읽히고 있는 이유이다. ‘페더럴리스트 페이퍼’는 초기 미국의 13개 독립주들이 하나의 강력한 중앙정부 구성을 위한 헌법 수정을 놓고 격렬한 논란을 벌일 당시, 헌법 수정을 지지하는 연방주의자들이 반(反)연방주의자들에 맞서 새 헌법의 의미와 필요성을 주창한 글들을 모은 책이다.

최근 한국미래학회가 한국판 ‘페더럴리스트 페이퍼’를 꿈꾸며 ‘제헌과 건국’(나남)을 펴냈다. 대한민국 건국 60년을 맞은 2008년 때마침 창립 40년을 맞은 한국미래학회가 한국판 ‘페더럴리스트 페이퍼’를 구상하며 2009년 연세대 법학연구소와 공동으로 ‘제헌과 건국, 그리고 미래 한국의 헌법 구상’이라는 주제로 개최한 학술회의에서 발표된 7편의 논문들을 묶은 책이다.

‘제헌과 건국’은 대한민국 헌법 제정을 둘러싼 논의와 역사를 다각도에서 풍부하게 이끌어간다. 1948년 헌법이 고문서 이상의 의미를 갖지 못하는 작금의 상황에서 60년 전 지금과는 너무 다른 역사적 상황에서 만들어진 헌법과 현재의 한국인을 엮어주는 이야기 틀을 구성하며 이해를 돕는다.

전상인 한국미래학회 회장은 “제헌헌법에 대한 학술적 홀대야말로 오늘날 대한민국이 겪는 심각한 이념 갈등의 원인일지 모른다”면서 “대한민국 초기 국가 건설자들이 어떤 뜻을 헌법에 담고자 노력했는지를 돌아본다면 작금의 개헌논의를 보다 진지하게 이끌고 사회통합과 사회발전의 동력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책의 첫 장에서 김성호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1948년 건국헌법에 나타난 혼합적 권력구조의 기원’을 통해 1948년 제헌 이래 최고 권력자 자의에 의한 헌법정신 훼손과 파행적 헌법개정을 야기했던 ‘건국헌법’의 혼합형 대통령제를 1919년 대한민국임시정부로부터 이어온 입헌정치의 흐름과 정체성 속에서 파악한다.

서호철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신분에서 평등으로’란 논문을 통해 제헌헌법과 근대사회에서 사람의 평등한 자격과 지위 부여의 문제를, 신우철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한민국헌법(1948)의 민주주의 제(諸)제도 수립’이란 글에서 ‘의회 우위적’ 대통령제의 기원과 행정부의 ‘이원적 회의체’ 구조를 성찰한다.

이밖에 한반도 단일국가론의 법적 함의를 검토하는 ‘1948년 이후 남북한 국가승계의 법적 검토’(이근관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대한민국 국적의 취득과 상실에 관한 국적법 제정을 비롯해 옛 공산권 거주 교포의 국적과 북한의 국적법 문제를 폭넓게 다룬 ‘국민의 탄생과 법적 경계’(정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에 이어 ‘대한민국 헌법사를 어떻게 읽을 것인가’(함재학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담겨 있다.

김은진 기자 jisland@segye.com
이전글 [문학예술]‘토지’ 발간에 얽힌 이야기
다음글 감옥과 군대와 학교는 닮았다
prev n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