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지른 PD수첩… 기름 부은 좌파
매체명 : 조선일보   게재일 : 2009-05-08   조회수 : 4765
본지 촛불에 길을 잃다 출간

조선일보가 펴낸 촛불에 길을 잃다: 쇠고기 수입협상에서 정권퇴진 운동까지(나남)는 2008년 한국 사회를 뒤흔든 촛불시위의 객관적 진실이 무엇인지를 파헤쳤다. 이 책은 독자들에게 성급한 결론을 던지지 않는다. 대신 광우병에 대한 무지와 오해, 그 무지와 오해를 이용해 공포를 조성하고 확대한 일부 매체, 촛불을 치켜들고 무차별 상대를 공격하던 집단의 광기(狂氣) 등을 철저하게 실증 자료 위주로 백서화했다. 아울러 한미 쇠고기 협상에서 실제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를 깊숙이 추적했다. 다음은 주요 내용이다.

◆PD수첩, 공포에 불을 댕겨

2008년 4월 29일 MBC PD수첩의 긴급취재,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에도 안전한가는 촛불시위의 도화선이 됐다. 훗날 PD수첩의 내용이 과장과 왜곡으로 점철됐다는 판단을 받았지만 방송이 남긴 충격과 공포는 뇌리에 새겨졌다. MBC는 다른 프로그램을 통해서도 광우병 공포를 확대 재생산했다.

인터넷이라는 익명의 공간에서는 수돗물과 공기로도 광우병이 전염된다는 터무니없는 괴담이 증폭됐다. 과학적 논의는 철저하게 배제됐다. 초기에는 괴담의 확산에 따른 건강 걱정과 정부의 설득 부족 때문에 거리로 뛰쳐나온 사람도 적지 않았다. 이후 진실이 알려지고 자리를 잡을 때까지 오랫 동안 전 국민은 일부 방송과 인터넷, 모바일 등 미디어 기기에서 쏟아져 나오는 여과되지 않은 정보에 혼란을 겪어야 했다. 촛불 집회 기간 중 일부 세력들은 자신들의 모든 요구를 촛불을 내세워 합리화했다. 6월에는 촛불집회를 활용해 조선일보를 비롯해 자신들의 구미에 맞지 않는 신문의 광고주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대선 결과를 부정하는 심리도 작용

PD수첩과 일부 미디어, 그리고 인터넷에만 촛불시위의 원인을 모두 돌릴 수는 없다. 광우병의 위험성을 과장한 방송은 촛불시위 이전에도 여러번 있었지만 대부분 국민은 별로 동의하지 않았다. 2008년의 광우병 파동의 기저에는 출범 직후 시작된 이명박 정부의 독단적 인사와 정책 추진에 대한 반감,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에 대한 두려움, 2007년 대선 결과를 부정하고픈 좌파 세력의 욕구 등이 깔려 있었다. 여기에 PD수첩이라는 촉매가 던져지자 모든 불안과 불만이 광우병이라는 형태로 응축되면서 단숨에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어떤 사회 현상이 폭발하는 변곡점)를 넘어 한국 사회를 뒤흔든 트렌드가 됐다.

◆쇠고기 협상과 FTA

쇠고기 협상과 한미 FTA는 처음부터 뗄 수 없는 관계였다. 쇠고기 시장 재개방은 한미 FTA 협상의 4대 선결조건 중 하나였다. 노무현 정부가 30개월 미만 살코기
수입을 재개한 것도, 이 기준에 맞춰 시장을 확대 개방하기로 한 것도, 이명박 정부가 서둘러 협상을 타결시킨 것도 한미 FTA 때문이었다. 좌파 세력들은 초기에는 한미 FTA에 반대하는 명분으로 스크린쿼터 사수에 주력했다.

그러나 스크린쿼터 사수 운동이 대중적 지지를 얻지 못하자 광우병 선동에 매진하기 시작했다. 때마침 검역상 허점이 노출되면서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대중의 불안감이 커져가고 있었지만, 노무현·이명박 정부는 공식적으로 쇠고기 협상과 FTA는 별개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는 "FTA와 국민 건강권을 맞바꾸려 한다"는 공세를 피해가기 위한 고육책이었으나, 그러다 보니 시장 개방의 당위성을 국민들에게 솔직하게 설득시키지 못하고 스스로 자기 발을 묶는 지경에 빠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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