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거양득] 동성애, 무엇이 정상이고 비정상인가?
매체명 : NEWSTAGE   게재일 : 2009-02-26   조회수 : 7151
[일거양득] 동성애, 무엇이 정상이고 비정상인가?

동성애, 그것은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단어이기도 혹은 아주 낯선 단어이기도 하다. 영화 ‘쌍화점’,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 등 여러 동성애 코드의 작품들이 대중 사이로 거부감 없이, 그리고 아주 유쾌한 안착에 성공하면서 동성애는 더 이상 낯선 키워드가 아닌 것이 됐다. 우리 사회가 동성애를 바라보는 시선은 혐오론에서부터 용인론까지 상반된 관점이 두루 공존한다. 그러나 수용자의 입장이 어느 쪽에 있건 그것은 동성애자들을 ‘타자’의 범위로 규정하는 것임은 공통된 사실이다.

뮤지컬 ‘자나, 돈트!’는 어떤 마을에서는 동성애자들의 사랑이 정상으로 통용된다는 역발상을 통해 현 시대의 고정화된 사랑 방식을 위트 있게 비틀고 있는 작품이다. 더불어 오늘 소개하고자 할 도서 ‘성의 역사’의 저자 미셸 푸코는 실제 동성애자였던 한 사람으로서 노골적인 게이사우나 출입에 따른 비화로도 유명한 인물이다. 그의 저서로는 ‘광기의 역사’, ‘감시와 처벌’, ‘성의 역사’ 등으로 특히 ‘성의 역사’ 시리즈는 성적 정체성에 대한 현대적 이해의 시초이자 중심이 됐다.

‘성 담론’을 신선한 위트와 철저한 고증으로 비틀고 있는 두 작품, 뮤지컬 ‘자나, 돈트!’, 그리고 미셸 푸코의 저서 ‘성의 역사’를 소개한다.

<뮤지컬> 자나, 돈트! - 연출 드버낸드 잰키(Devanand Janki)
- 발칙한 상상력으로 고정화된 성 담론을 비틀다

뮤지컬 ‘자나, 돈트!’는 한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풋볼, 체스, 뮤지컬 동호회까지 청춘의 재기발랄한 소재를 다루고 있는 작품이다. 또한 이 작품은 친구들 간의 연애담과 우정을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통해 스피디하게 전개함으로써 로맨틱 코미디 뮤지컬을 표방하고 있다. 그러나 여느 로맨틱 코미디 뮤지컬과 다른 ‘자나, 돈트!’만의 특별함이 있다. 그것은 ‘자나, 돈트!’가 남녀 커플의 애잔한 사랑을 그린 다른 뮤지컬과는 달리 남남, 여여의 동성애 커플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도 평범한 동성애의 이야기는 아니다. 이 작품은 이성간의 사랑은 생각할 수도 없는, 동성애가 정상인 어느 미지의 마을을 소재로 하고 있다. 뮤지컬 ‘자나, 돈트!’는 마법의 힘을 갖고 사랑을 이어주는 중매쟁이 자나를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다양한 커플들의 에피소드를 다루고 있음은 물론, 어떠한 형태의 사랑이든 ‘사랑은 그 자체로 위대한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도서> 성의 역사 - 미셸 푸코 지음/ 나남출판
- 고착화된 성 담론의 뿌리를 파헤치다

20세기 가장 뛰어난 철학자 중 한 사람으로 꼽히는 미셸 푸코(이하 푸코)는 구조주의를 주창한 대표적 철학자다. 그는 많은 저서를 통해 사회 구조나 언어 구조 등 일정한 ‘구조’가 우리 사회의 모든 것을 지배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서 구조란 ‘짜여진 틀’을 말하는 것으로, 그는 인간의 자아나 관념 역시 이 틀 안에서 탄생하고 전개, 소멸한다고 말한다. 푸코의 저서 ‘성의 역사’는 성과 그것을 행하는 인간, 그리고 그것들을 조직하는 권력(혹은 담론∙힘 있는 말)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 최근 들어 더욱 활발해진 ‘성 정치학’ 논의에 기초가 되는 아주 중요한 저작물이기도 하다. 3부작으로 이뤄진 ‘성의 역사’에서 푸코는 “성은 억압되지 않았다”고 말한다. 성의 역사는 오히려 선동과 증대의 역사라는 것이다. 이는 억압 대신 선동과 증대가 이뤄지고 거기로부터 수많은 ‘말’ 그리고 ‘권력 망’이 생겨났기 때문에 오히려 성이 ‘억압의 역사’를 가진 듯이 보인다는 주장이다. 결국 그가 말하고자 하는 ‘성 담론’의 핵심은 오늘날 정상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일정한 성행위가 현재가 아닌 과거의 어느 한 시점에서는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니체의 계보학을 토대로 한 그의 담론은 사회가 처하고 있는 자연, 환경적 영향에 의해 그 관습이 정상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결정된다는 핵심을 담고 있다. 즉 동성애 역시 현 시대의 권력과 필요 관계에 의해 비이성 혹은 비정상으로 치부되고 있는 것일 뿐, 그것의 태생부터 비정상으로 출발한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심보람 기자 newstage@hanmail.net / 자료제공 예스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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