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짜리 ‘아메리카 정복기’
매체명 : 경향신문   게재일 : 2009-01-23   조회수 : 5978
ㆍ코르테스의 멕시코 제국 정복기
ㆍ생생한 기록 불구 왜곡·과장 한계

에르난 코르테스(1485~1547). 아메리카를 정복한 스페인의 ‘정복자’로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1519년 봄 600여명의 무리를 이끌고 유카탄 반도에 상륙, 당시 아메리카 대륙에서 가장 광대하고 강력했던 아즈텍 제국을 불과 2년여 만에 무너뜨렸다. 그의 아메리카 ‘정복’은 콜럼버스의 ‘발견’과 더불어 유럽과 아메리카 양 대륙의 역사뿐만 아니라 세계사를 변화시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평가받는다.

코르테스가 멕시코를 정복하는 과정에서 직접 체험한 일을 기록한 <코르테스의 멕시코 제국 정복기>(나남)가 국내 처음으로 완역 출간됐다. 1519년 멕시코 본토 상륙으로부터 1525년 온두라스 원정 때까지 경험하고 느낀 바를 당시 주군이었던 카를 5세에게 보낸 총 다섯 편의 보고서를 엮었다.

책은 ‘아메리카 정복’이라는 세계사적 사건을 이해하고 연구하는 데 필수불가결한 표준사료다. 대상의 범위와 문학적 완결성 측면에서 다른 문건들에 비해 독보적 위치를 차지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멕시코 정복을 직접 지휘한 당사자가 직접 겪은 경험을 꼼꼼하게 기록한 메모를 토대로 작성한 글이라는 점에서 뛰어난 현장성을 갖는다. 특히 코르테스가 직속 상관인 쿠바 총독 디에고 데 벨라스케스의 명령을 무시하고 독립적인 지휘권을 장악하는 것으로 시작되는 멕시코 정복을 위한 준비 과정과 정복의 진행 과정이 구체적으로 기술돼 있다.

그러나 역사가가 아닌 ‘정복자’의 시각에서 기록됐다는 한계를 갖는다. 아메리카 정복에 대해 일반인이 갖고 있는 ‘정복의 신화’에 기여하고 있는 글이다. 코르테스는 상황에 따라 침묵하거나 과장, 왜곡하기도 하며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주관적인 해석을 개입시켰다.

책을 엮은 앙헬 델가도 고메스 미 노트르담대 교수는 방대한 주석을 통해 코르테스가 사실을 왜곡·과장·축소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의심될 때마다 다른 사람들의 글과 비교해 설득력 있는 분석과 해석을 제시했다. 김원중 옮김. 전 2권. 각 2만5000원, 2만2000원

<김진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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