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의 역사 "감시와 처벌"
매체명 : 재경일보   게재일 : 2015-02-27   조회수 : 1440
[책소개] 감옥의 역사 "감시와 처벌"
재경일보 김맹호 기자 (mhkim606@gmail.com) 김맹호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기사입력 2015.02.27 16:12:46
mail print 크게작게인간은 주체적 자유를 박탈당한 비극적 상황에서 존엄성 및 진정한 주체의 회복을 갈구한다

▲나남
[책소개]
저자가 이전에 썼던 책들과 책의 의미를 구별짓기 위해서 "나의 첫 번째 책"이라고 말했던 <감시와 처벌> (Surveiller et punir, 1975)은, 미셸 푸코의 사상적 변화과정에서뿐 아니라 서구 지성사의 전개과정에서도 새롭고 큰 변화를 보여준 중요한 업적으로 평가될 수 있는 책이다.

흔히 감옥의 역사를 연상하게 되는 이 책은 사실상 그러한 역사적 서술이 아니라 "근대정신과 새로운 재판권력과의 상관적인 역사"를 서술하기 위한 목표로 씌어진 것이다. 그러므로 감옥, 죄수복, 쇠사슬, 처형장 등의 물질적인 형태뿐 아니라 범죄, 형벌, 재판, 법률 등의 비물질적이고 추상적인 문제들을 다루면서, 푸코는 감옥의 역사를 서술한 것이 아니라 감옥과 감시의 체제를 통한 권력의 정체와 전략을 파헤친 것이다.

다시 말해서 <감시와 처벌>은 권력이 인간과 신체를 어떻게 처벌하고 감시하였으며, 그 과정에서 근대적 인간의 모습은 어떻게 태어났는지를 기술한 책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인간을 처벌하고 감금하는 권력에 대한 서술이자 근대적 도덕과 영혼의 계보학이기도 하고, 권력의 역사이자 권력에 대한 철학적 이론이기도 하다. 이러한 두 가지 의도가 이 책에서 동시에 충족될 수 있는 가능성은 무엇보다 인간의 신체에 대한 정치ㆍ경제의 직접적인 영향이나 연결관계를 규명함으로써, 즉 권력의 미시물리학이나 신체의 정치경제학이라는 독특한 탐구로 이뤄진 것임을 주목해야 한다. 결국 이 책의 중심적인 방법은 계보학적 방법이고, 이런 점에서 그의 책은 계보학적 방법으로 씌어진 첫 번째 책인 것이다.

계보학이란 무엇일까? 그것은 전통적인 역사서술 방법과 구별되는 것으로서, 역사에 있어 고정된 본질이나 심층적 법칙, 형이상학적 결말 혹은 도달할 수 없는 진리의 의미가 있다는 논리를 부정한다. 그것은 의미, 가치, 진리, 도덕, 선 등의 개념들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그것들 속에 감추어진 권력의 전략, 지배와 복종, 억압과 전투의 관계를 파헤친다. 그것은 지식의 담화, 추상적인 언술행위 속에 이루어진 권력의 개입과 작용을 파악한다.

푸코의 계보학은 역사적 시각을 갖되 역사학과 구별되는 것이며, 개별적인 사건들의 뿌리를 추적하되 그것들이 과거와 현재의 연속적인 시간의 흐름에서 원인과 결과를 이룬다는 결정론적 시각을 거부한다. 그것은 궁극적 진리나 절대적 앎을 전제로 한 헤겔적 이성의 계보학이 아니라 해석의 가능성이 끊임없이 열릴 수 있는 니체적인 계보학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감옥과 처벌의 문제를 보자면, 감옥이라는 권력의 처벌수단이 어떻게 변모해 왔는지를 아는 것이 중요하지 않고, 감옥을 통해서 인간-신체에 관한 정치적 기술론이 어떻게 전개되었는지를 아는 것이 중요한 문제로 된다. 그러므로 외형적으로 감옥이 현대화되고, 형벌이 완화되었다고 해서, 그것을 죄수에 대한 권력의 인간적 처벌이나 처벌방법의 근대화로 해석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것은 권력의 전략이 바뀐 현상일 뿐이기 때문이다.

푸코의 주장은 근대적 감옥과 사법제도는 범법자들을 교화시키고 그들을 선량한 시민으로 변화시키기는커녕 새로운 범죄자들을 만들어내는 제도적 장치가 되었고, 권력은 이것을 정치적ㆍ경제적으로 이용했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위험한 범죄자들을 단순히 격리시키는 것에 불과했던 감금은 수감자에 대한 절대적 권력의 감시로 확산되었다.

이러한 권력의 전략으로 인간은 개인화되어 왔고, 일망감시장치의 구조와 같은 감시체제로 현대사회의 인간은 합리적인 예속화의 길로 빠져들었다. 개인은 원자처럼 분리되었고, 타자와의 연결은 파괴되었으며, 공동체의 연대의식이 분열되어 온 역사적 과정은 바로 권력에 의한 주체의 개체화 과정이었다. 근대국가는 개인을 무시하지 않고, 그런 점에서 오히려 끊임없이 개인을 생산해 온 셈이다. 국가는 그런 점에서 가장 개체주의적이며 동시에 가장 전체주의적인 권력형태를 표현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와 국가에서는 푸코의 말처럼 "필요한 일은 중앙의 탑에 감독자를 배치하고 각 방에 광인, 환자, 유죄선고 받은 사람, 노동자 혹은 학생들을 가두어 놓는 일"일 것이다.

많은 사람들을 많은 장소에서 효율적으로 감시하는 권력체제가 강화됨으로써 인간의 주체성의 입지는 계속 악화될 수밖에 없다. 주체적 자유를 박탈당한 이 비극적 상황에서 인간은 어떻게 존엄성을 회복하고 진정한 주체로서의 힘을 되찾을 수 있을까? 이 문제야말로 이 책과 더불어 계속 묻고 심각하게 생각해야 할 문제일 것이다.

저자소개

미셸 푸코(Michel Foucault)
1926년 프랑스 쁘와띠에에서 태어났다. 철학, 심리학, 정신병리학을 연구하여 1984년 사망할 때까지 꼴레쥬드 프랑스 등 세계 여러 대학에서 강의를 했다.
저서로는 《고전주의 시대의 광기의 역사》(1961), 《병원의 탄생》(1963), 《말과 사물》(1966), 《지식의 고고학》(1969), 《감시와 처벌: 감옥의 탄생》(1975) 등이 있으며, 《성의 역사》제 1권인 《앎의 의지》(1976), 2·3권인 《쾌락의 활용》(1984),《자기 배려》(1984)가 있다.

역자소개

오생근
서울대 불문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프랑스 파리 10대학 문학박사, 문학평론가. 현재 서울대 불문학과 교수
저서로《삶을 위한 비평》,《현실의 논리와 비평》,《그리움으로 짓는 문학의 집》,《문학의 숲에서 느리게 걷기》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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