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혼(魂), 여기에 담아…"
매체명 : 조선일보   게재일 : 2008-06-22   조회수 : 7446
당신의 혼(魂), 여기에 담아…"
故 박경리 선생 사십구재 맞춰 유고 시집 버리고 갈 것… 봉헌
평창=김태훈 기자 scoop87@chosun.com



대하소설 《토지》의 작가 박경리(1926~2 008)가 남긴 유고 시집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를 고인에게 봉헌하는 행사가 22일 오전 강원도 오대산 월정사에서 열렸다. 사십구재를 겸해 열린 이날 행사에는 고인의 딸인 김영주 토지문화관장과 사위 김지하 시인, 시인 이재무씨, 문학평론가 홍용희씨, 나남출판사 조상호 대표, 이부영 전 국회의원, 원주와 통영의 문인과 지역주민 등 50여명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고인이 타계 직전에 발표한 시 〈어머니〉의 전문을 법당 기둥에 붙이고 그 아래 과일과 떡, 차, 꽃다발 등을 준비했다. 유고시집을 펴낸 마로니에북스 출판사 이상만 대표가 전날 오후 인쇄한 고인의 마지막 책을 정성스레 영전에 봉헌한 뒤 절을 했고, 유족과 문인들이 차례로 나와 영전에 차와 국화꽃을 바쳤다.

유고시집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에는 고인이 현대문학 4월호에 발표한 〈옛날의 그 집〉 등 3편과 미발표시 36편 등 모두 39편의 시가 실려 있다. 또 박경리의 진주여고 시절부터 1980년 이후 정착한 원주와 토지문화관에서의 일상 등을 담은 사진 37장도 함께 실렸다.

봉헌제 전날인 21일 밤에는 이재무·김선태·이종암·정윤천·김지연씨 등 시인 30여명이 월정사에서 고인의 시집 발간을 시로써 축하하는 시제(詩祭)를 열었다. 시인들은 유고시집에서 시 한 편씩을 골라 낭독한 뒤 각자 즉석에서 추모시를 써서 고인에게 바쳤다. 이재무 시인은 추모시 〈아, 어머니, 영원한 어머니여〉에서 가난하여 늘 텅 비었던 우리 문학의 뒤주가/ 어머니께서 손수 흙에 뿌리고 가꾼/ 모국어의 큰 양식으로 가득 넘치게 되었습니다라고 기렸다. 이 시인은 "우리가 쓴 추모시들이 시집으로 묶여 나올 것"이라며 "고인은 떠난 뒤에도 문학을 더욱 풍성하게 가꾸시는 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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