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생명 사랑하는 작가들의 사랑방…강원도 원주 토지문화관
매체명 : 경향신문   게재일 : 2008-05-06   조회수 : 7586
강원 원주시 흥업면 매지리 오봉산 기슭에 자리한 토지문화관은 문학과 생명 및 환경에 대한 고인의 오롯한 관심을 엿볼 수 있는 곳이다. 1998년 첫 삽을 뜨고 이듬해 6월에 문을 열었다.

생전의 박씨는 설립 취지문에서 다음과 같이 자신의 생태론을 피력했다. “사고(思考)하는 것은 능동성의 근원이며 창조의 원천입니다. 그리고 능동성이야말로 생명의 본질입니다. 하여 능동적인 생명을 생명으로 있게 하기 위하여 작은 불씨, 작은 씨앗 하나가 되고자 하는 것이 토지문화재단 설립의 뜻입니다. 이 뜻을 위하여 마련된 토지문화관에서는 숲 속의 맑은 공간에서 일과성이 아닌 지속되는 토론으로 문제를 다루려 합니다. 우리와 이웃 나라의 석학, 예술인이 모여 환경을 위하여 여러 방면의 현안을 고민하고 토의함으로써 우리들 삶을 추구하고 미래를 모색해 보는 것입니다.”

생명의 존엄성이 지켜져야 한다는 생명사상은 ‘토지’를 비롯한 여러 작품 속에서 확인된다. 그의 생명사상은 환경문제에 대한 적극적 관심으로 이어져, 1993년 환경운동연합 출범 당시에 공동대표를 맡았다. 또 고인은 청계천 복원 문제가 제기될 때도 관여했다. 2000년 청계천 복원을 꿈꾸던 학자들로 이뤄진 ‘청계천살리기연구회’는 토지문화관에서 복원 구상과 관련한 세미나를 열었고, 이 계획은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 후보가 청계천 복원을 선거공약으로 내걸면서 구체화됐다. 하나 고인은 사업 과정에서 복원이 아닌 개발 위주로 흘러가는 데 대해 우려를 표하며 “지금의 형편을 바라보면서 미력이나마 보태게 된 내 처지가 한탄스럽다. 발등을 찧고 싶을 만치 후회와 분노를 느낀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밖에 고인은 2003년에 문학과 환경문제를 다루는 계간지 ‘숨소리’를 창간했으며 2004년에는 1995년부터 신문과 잡지 등에 기고했던 글을 엮은 환경에세이집 ‘생명의 아픔’(이룸)도 출간했다.

2006년에는 토지문화관 내에 후배 작가들을 위해 무료 집필공간인 귀래관을 세웠다. 이곳에서 소설가 박완서·박범신·은희경·윤대녕·천명관, 영화감독 이광모씨 등이 주옥 같은 작품을 써내려갔다.

<윤민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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