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어머니, 더 높은 산 지으소서 
매체명 : 경향신문   게재일 : 2008-10-19   조회수 : 6116
박경리 추모시집 발간

“박경리 선생님!/이제 오르시는 새 하늘 새 땅에서도/더 큰 붓으로 더 높은 산 깊은 강 지으시어/따르는 이들의 빈 가슴 채워주소서/부디 사랑의 손길 한 번 더 잡아주소서.”(이근배의 ‘하늘의 토지에서 더 높은 산 지으소서’ 중에서)

지난 5월 타계한 <토지>의 작가 박경리를 기리는 추모시집 <아, 土地여 生明이여>(나남)이 발간됐다. 토지문학제추진위원회가 엮은 시집에는 이근배·강희근 등 문단의 원로시인을 비롯해 정일근·오정환·손세실리아·고창영 등 중견시인이 참여했다. 또 경남 통영·하동, 강원 원주 등 고인과 연고가 있는 지역의 문인들도 힘을 보태 모두 50여편의 시가 담겼다.

안타까움과 그리움이 배어 있는 시들은 고인에 대한 기억을 한 자락 담아낸다. “마음 꼭꼭 다잡으며 살아낸 세월을 정리하고,/미련이나 후회 없이 다 버리고 떠날 수 있어/홀가분하다 하시더니/“다시 태어나면/일 잘하는 사내를 만나/깊고 깊은 산골에서/농사짓고 살고 싶다”하시더니/글을 쓰는 행위는 가치 있는 일이지만/살아가는 행위보다 아름다울 수는 없다 하시더니 // 그 나라에서도 <옛날의 그 집>에서처럼/유식한 이웃집 아저씨 모셔와 고담(古談) 낭독회를 열고 계십니까?/색색의 실꾸리를 풀어가며 촘촘하고 섬세하게/가지가지 무늬를 다양하고 풍성하게 짜고 계십니까? ”(하영, ‘글과 삶이 나란히, 그렇게’ 중에서)

고인의 문학세계에 대한 경외심을 드러낸 시도 있다. “땅의 모든 아픔을 대신 아파보았고/짓밟힌 흙의 슬픔을 대신 울어주었던/문학의 어머니/어머니가 일궈놓으신 비옥한 토지 위에/유성이 지나갑니다/가만히 세상을 비춰줍니다” (유행두, ‘어머니의 땅’ 중에서)

책장을 넘길 때마다 한국 현대문학을 떠받치던 큰 작가의 빈 자리가 절절히 느껴진다. 7500원

<윤민용기자 vist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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