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여성 정치인의 탄생과 성장
제1공화국 시기 여성의 국회진출 도전을 통해 바라보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 한국현대사 교양총서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현대사에 대한 체계적인 자료 수집 및 관리․전시․교육․조사연구 등의 기능을 수행하고자 2012년 광화문 앞 옛 문화관광부 앞에 개관한 우리나라 최초의 국립 현대사박물관이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그동안 학계에서 쌓아온 현대사 연구 성과를 국민과 공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고, 일반인이 좀더 쉽게 읽고 이해할 수 있는 ‘대한민국역사박물관 한국현대사 교양총서’ 시리즈를 발간하였다. 이 총서를 기획하면서 특히 중점을 두었던 점은 균형 있고 미래지향적인 역사인식을 만드는 데 기여하는 것이다. 한국 현대사의 여러 사건과 인물들을 둘러싸고 첨예한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현시점에서 균형 잡힌 역사인식이 무엇보다 절실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여성의 지위 발전
2013년 2월,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했다. 1948년 대한민국을 세우며 여성의 참정권을 인정한 지 65년 만에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등장한 것이다. 아직 사회 구석구석에 가부장제 의식의 잔재가 남아 있기는 하지만 최소한 절차적, 공식적으로 대한민국에서 여성에 대한 차별은 사라졌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그렇다면 대한민국 건국 초기 여성의 정치․사회적 지위는 어떠했으며, 현재에 이르기까지 어떠한 변화를 겪었을까?
제헌헌법에서 여성의 참정권을 인정함으로써 대한민국은 출범부터 남녀동등 사회로 출발했다고 하나, 그 권리는 어디까지나 여성이 쟁취하고 사회가 인정한 것이 아닌, 위로부터 주어진 것이었다. 대한민국 건국 초기, 남성들은 여성의 정계진출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으며, 여성은 어디까지나 사적 영역인 가정에서 가사에 전념해야만 한다는 의식이 지배적이었다. 때문에 실질적으로 건국 초기 여성들에게 정계진출이란 ‘하늘의 별을 따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었다.
이 책에서는 국가건설과 여성권익 향상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가진 제1공화국 시기의 여성들이 국회에 어떠한 과정을 통해 진출하였으며, 국회 내에서는 사회와 여성을 위하여 어떠한 활동을 하였는지를 살펴본다.
여성, 국회에 진출하다
해방 이후 민주주의의 점진적 확대는 여성들의 의식과 행동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한국여성들은 해방을 통하여 일제로부터 해방됨과 동시에 전통적인 가부장제 의식에서 벗어나 비로소 자신의 권리에 대해 인식하고, 독립국가의 일원으로서의 역할을 자각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당시 한국사회는 여성문제의 해결보다는 독립국가 건설을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였으며, 여성의 정치참여와 활동에는 여성을 무능력자로 규정한 구(舊) 민법, 남녀유별을 강조하는 사회적 인식 등 많은 장애가 있었다. 그럼에도 해방 이후 남녀평등사회 구현의 기반 마련을 위한 일련의 행정기구의 마련과 여성권익 신장을 위한 법제(法制)의 도입 등으로 인해 여성들은 생활과 의식의 변화를 겪었고, 정치영역으로 진출하여 활동의 폭을 넓혀갔다.
제1공화국 시기인 1948년부터 1960년까지 국회에 진출한 여성의원은 임영신(任永信), 박순천(朴順天), 김철안(金喆安), 박현숙(朴賢淑) 4명이 전부이다. 게다가 그중 임영신, 박순천은 일제강점기에 친일활동을 한 인물이라는 한계를 가지고 있었으며, 이는 식민유산 및 친일 청산과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시대적 상황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들 여성의원들은 당시 남성만의 공간이라 여겨진 국회에서 각종 여성단체들과 연대하여 여권신장을 위해 여성 관련 법안들을 제정하는 작업을 전개하며 남녀평등권을 실현시키고자 하였다.
그리고 이들을 비롯한 여성계의 끊임없는 노력으로 1953년 근로기준법, 1958년 신 민법 등이 점차 제정되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한국여성들은 국가건설의 일원으로, 대한민국의 국민으로 활약하며 한국사 발전에 커다란 궤적들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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