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세계를 움직이는 양대 축인 뉴욕과 베이징에서 근무했던 경제전문가의 식견으로 중국을 살펴본다. 경제적 측면의 지식과 함께 필자가 경험했던 중국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구미경제권이 주춤거리면서 지난 200여 년 간 세계를 선도했던 서구의 시대가 지나가고 중국의 시대가 다시 열릴 것으로 평가했다.
중국은 18세기 말까지만 해도 우수한 품종, 유기비료, 탁월한 관개시설 등 3대 농업기술을 바탕으로 세계GDP의 3할을 생산했다. 그러나 산업혁명 이후 생산력이 폭발적으로 증대된 서구에 크게 밀려 그 비중이 2%까지 줄어들었다. 1978년 덩샤오핑이 개혁개방의 기치를 내건 이래 중국은 35년간 숨 가쁘게 달려왔다. 유비가 조조의 식객 노릇을 하면서 때를 기다렸듯이 도광양회(韜光養晦)의 시기를 넘어 2007년과 2010년에 각각 독일과 일본을 제치고 마침내 G2로 굴기한 것이다. 중국은 2013년에 세계GDP 성장의 29%를 견인하여 미국 기여율(12%)의 2.5배를 능가했다.
중국의 앞날에 대해서는 낙관과 비관이 엇갈린다. 미국 외교계의 대부 헨리 키신저는 중국은 한 가정 한 자녀 정책으로 인한 생산가능인구의 급감과 인구 고령화 때문에 조만간 성장 동력을 상실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 공산당의 부패가 만연한 데다 인구 및 장기 평균소득 증가율이 조만간 미국을 하회하면서 대국의 여망이 물거품이 될 것이라는 견해도 나온다. 그러나 중국의 젊은 벤처 캐피털리스트 에릭 리는 지난 64년 동안 공산당 일당이 이끈 중국이 다당제를 채택한 민주국가들보다 경제성장과 빈곤 퇴치에 더 유효한 국가시스템을 가졌다고 반박하고 있다. 미래학자와 경제예측기관들도 앞 다투어 2020년을 전후하여 중국이 최강대국으로 등극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다.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이 되는 2021년경에는 GDP가 20조 달러를 기록하여 미국을 추월하고 1인당 GDP도 12,700달러에 이르러 명실공히 세계 최강대국에 올라선다는 것이다.
이 책의 1부에서는 중국경제의 당면 현실을 점검하고 7대 현안이슈를 조망하였다. 상위 1%의 부유층이 국부의 40% 이상을 거머쥔 소득 불균형, 대대적인 서진(西進)정책과 연계된 도시화와 서부 대개발, 인구고령화와 부동산가격 폭등, 지방부채와 그림자금융, 그리고 한계상황에 도달한 부패문제 등을 다루었다. 시진핑 지도부가 땀을 쏟는 국영기업 개혁과 산업구조조정 등 사회개혁을 심도 있게 파헤치고 수출과 투자주도형 성장을 이어온 중국이 중진국 함정에 빠질 위험을 점검하였다. 또한 세계경제의 슈퍼파워 지위를 유지하려는 미국과 2세기 전의 경제패권을 되찾으려는 중국 간의 환율 논쟁, 자본시장 개방과 대외진출을 둘러싼 대립 역시 생생하게 묘사하고 중국경제의 향후 진로와 한국경제의 대응방향을 살펴보며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한다.
2부에서는 현기증이 날 정도로 빠르게 변화하는 중국에서 살아가는 14억 중국인들에 대해 다루었다. 저우샤오촨 인민은행 총재, 중국 국가외환관리국의 최고투자책임자 주창홍, 세계 최대 상업은행인 공상은행 회장 장젠칭, 금융후진국으로 알려진 중국에서 벤처캐피털의 신화를 창조하고 있는 인물 등을 집중적으로 조명하였다. 또 중국 부호들과 그들의 소비행태와 라이프 스타일, 급격하게 확대되고 있는 중산층과 개혁개방 이후에 출생한 신세대들의 살아가는 모습에 대해서도 생동감 있게 다루었다.
아울러 척박한 현실에 발을 딛고 살아가는 기층세력인 농민공 문제를 파헤쳤다. 농민공 밴드인 ‘쉬르양강’ 이야기, 베이징의 집세를 감당하지 못해 늙은이의 후처로 전락한 젊은 회사원 이야기, 자녀의 앞날을 위해 하루 20시간을 길바닥에서 헤매는 서민들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다루었다. 또 인터넷과 모바일에 익숙하고 불평등을 받아들이지 못해 사회불안의 뇌관으로 떠오른 청년 농민공에 대해서도 실감나게 기록했다. 마지막으로 거품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부동산으로 떼돈을 벌어 인생역전에 성공한 사람들과 부동산시장 안정정책을 다루었다. 서구나 중국이나 자기 집을 마련하고 단란한 미래를 가꾸어 가는 것이 평범한 백성들의 꿈 바로 중국몽(中國夢)이 아니겠는가!
이 책이 특히 돋보이는 것은 한국은행의 현직간부인 필자가 중국에 근무하면서 직접 만난 대가들의 견해를 담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의 석학인 판강(樊綱) 개혁기금회 이사장, 키신저와 맞붙었던 리다오쿠이(李稻葵) 교수, 중국 인민대의 40대 총장 천위루(陳雨露), 중국 공산당 이념의 산실인 중앙당교 자오후지(趙虎吉) 교수, 전세계에서 1억 권 이상 팔린《화폐전쟁》(貨幣戰爭)의 저자 쑹홍빙(宋鴻兵) 환구재경연구원장도 등과의 토론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또 최신 통계와 객관적인 사실관계를 토대로 썼기 때문에 중국금융을 연구하는 학계 인사나 대학생들, 중국에 근무하고 있거나 근무를 준비하는 회사원과 금융인들에게 매우 유용한 책이 될 것이다. 또 2부에서 중국 부호들과 농민공 같은 서민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 일반인들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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