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후 북한의 과거청산은 통일한국의 발전을 위한 초석
남북한은 외세에 의한 민족분단 국가이다. 따라서 남북통일은 민족의 염원이다. 그러나 남북통일은 민족의 감상적인 재결합이 아니라 남북주민 모두가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이 보장된 가운데 행복한 삶을 추구할 수 있는 새로운 민족공동체를 만드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따라서 통일한국은 인간의 존엄성을 최고이념으로 추구하는 자유민주적 법치국가가 되어야 한다.
자유민주적 법치국가를 지향하는 통일한국에서는 인간의 존엄성을 유린하였던 불의한 과거의 청산이 필연적으로 요구된다. 따라서 체제유지와 정권세습을 위하여 수많은 불법을 자행하여 왔던 북한이 통일한국의 일부로 참여하기 위하여서는 과거청산이라는 정화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안 된다. 북한이 저지른 불법은 체제존속을 위하여 국가적 비호 아래 자행된 것이므로 이를 청산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사실적 또는 법률적 장애가 존재한다. 그렇지만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하는 통일한국은 이러한 장애를 평화적인 방법으로 극복하지 않으면 안 된다. 만일 보복감정이나 효율성에 집착한 나머지 폭력적인 과거청산을 허용한다면 신생 통일한국은 또 다시 민족분열의 악순환에 빠져들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이러한 관점에서 통일한국이 필연적으로 직면하게 될 북한의 체제불법 청산문제와 이에 대한 합리적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 책의 주요내용은 가해자 처벌, 몰수재산 처리, 피해자 구제, 기밀문서 관리 방안과 이에 부수되는 다양한 법적 문제들로 구성되어 있다. 예를 들면 가해자 처벌에서는 법률적 불법, 준거법 결정, 공소시효 극복, 소급효 금지 등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몰수재산 처리에서는 몰수조치의 위법성, 분단불법론, 원상회복, 북한주민과 투자자 보호 등과 같은 문제들을 다루고 있다. 그밖에 피해자 구제에서는 형사복권, 행정복권, 직업복권의 요건과 효과를 다루고 있다. 한편 북한이 대남정보활동을 통하여 축적한 각종 기밀문서와 관련하여서는 공익적 활용방안과 더불어 그것에 포함된 개인정보 보호문제에 대하여 다루고 있다. 그리고 이 책은 이러한 모든 문제들에 대한 해결방안을 모색함에 있어 인간의 존엄성을 최고이념으로 하는 법치국가원리를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은 위와 같이 다양한 문제들에 대한 해답을 외세에 의한 민족분단을 자력으로 극복하고 하나의 민족공동체로 통합되어 유럽연합을 선도하고 있는 통일독일의 선례에서 찾고 있다.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통일독일은 동독의 체제불법을 철저하게 평화적인 방법으로 청산하였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항의와 냉소가 빗발쳤지만 통일독일은 흔들림 없이 법치국가원리에 입각한 사법절차를 고수하였다. 통일독일의 이러한 경험은 장래의 통일한국에게 실효적인 교훈과 시사를 제공할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남북한과 동서독이 과거청산의 기본적 토대가 서로 다르다는 점도 간과하지 않고 있다. 우선 동서독은 남북한과 달리 상호 전쟁을 치른 경험이 없으며, 통일 전에도 상주대표부를 설치할 정도로 활발하게 교류하였다. 대한민국 헌법은 서독의 기본법과 달리 북한지역을 영토의 일부로 하고 있으며, 북한의 인권침해는 동독의 그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잔혹성을 띠고 있다. 그 밖에도 동독은 몰수재산에 대한 토지대장이나 등기부를 유지관리하고 있었던 반면 북한은 몰수재산에 대한 권리관계를 입증할 모든 자료를 폐기하였다. 이러한 차이점은 통일한국의 과거청산이 통일독일의 그것을 고스란히 답습할 수 없는 한계로 작용한다. 이 책은 이러한 차이점을 결코 소홀히 취급하지 않고 통일한국의 과거청산 방안을 모색함에 있어 주의
2014년 세종도서 우수도서 학술부문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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