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임시정부의 현대사적 성찰》(이화학술원, 나남)은 2010년, 임시정부 수립 90주년을 맞아 한국민족사와 한국독립운동사에서 기념비적 업적을 일군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다각도로 조명하고 통찰한다. 한.중.일 임시정부 연구자 11인이 모여 3.1 독립운동의 직접적 반영체인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각국의 입장에서 고루 접근하고 해석하는 것이 이 책이 갖는 내외적 특징이다.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근대 국민국가를 수립하면서 국민주권과 민주주의를 제도화한 우리 헌정사의 시발점이자 한국민족의 독립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데서 매우 중요한 국가기관이다. 한국역사상 최초로 헌법에 기초한 민주공화제를 수립했으며, 민족주의와 사회주의를 넘나든 좌우 학파의 이념이 포괄된 정부라는 점에서 임시정부가 갖는 의미는 오늘날의 정치노선에서도 가히 상기할만하다. 무엇보다도 일본 제국주의에 의해 9년간 단절된 민족정권을 이어, 당시 일제에게 국권을 빼앗기고 방황하던 한국민족이 기대하고 의지했던 정신적 지주였다는 점에서 그 정통성과 가치는 현재에도 유효하다고 말할 수 있다. 비록 ‘임시’라는 국제적 제약을 내정하지만 일제강점치하 당시 한반도 유일의 합법‘정부’였다는 점에서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한민족 독립투쟁의 살아 있는 흔적이자 부정할 수 없는 산 기록인 것이다.
 임시정부 27년은 제1기 상해시대(1919~1932), 제2기 이동시대(1932~1940), 제3기 충칭시대(1940~1945)로 구분할 수 있다. 이를 기준으로 이 책에서 11인의 공동 저자는 통합정부 이전의 러시아령, 상해, 한성 임시정부 각 3체의 차별성과 기원 및 계승을 둘러싼 논란으로 시작하여 통합 임시정부의 특성, 임시정부 헌법에서 표명된 지향이념과 가치체계, 헌법에 나타난 정부형태의 변화과정, 1920년대 초 총독부 경찰의 인식, 48년 남북에서 각기 수립한 단독정부간의 비교, 각 정부에서 차지하는 이념으로서의 ‘균등’의 의미, 중국 내 임시정부 청사의 현황, 임시정부와 중국 당국의 관계를 비롯하여 미국과 국제회의와의 관계, 우리 헌정에 미친 영향 등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얽힌 역사적 사건과 입장을 다양하면서도 고르게 분산하고 변주하여 보여준다.
1919년 4월 상해 임시정부 수립이후 45년의 광복정책을 거쳐 해방 후 48년 건국헌법 수립 및 오늘날 대한민국 민주공화제 체제를 완성하기까지,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기나긴 역사적 궤적을 밟는 이 행보는 우리 헌정사의 주체성과 본질을 제대로 인식하고 고민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임이 분명하다.

 

2011년 대한민국학술원 우수도서 선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