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공간의 법이론을 개척한 책《코드》
20세기 말에 들어서면서 지금까지 인류가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공간이 테크놀로지에 의해서 열리게 되었고, 그 세계는 급격한 변화를 일으키며 거듭 진화하고 있다. 현실 세계와 사이버 세계의 공간이 공존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으며, 두 세계의 균형과 통제의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사이버 세계는 더 이상 가상공간이 아니라 문화, 경제, 법률 행위가 이루어지는 현상공간이 되어가고 있다.
현실공간에서 우리는 법규범의 규제방식을 헌법, 법률 혹은 다른 법규범들을 통해 인식한다. 그러나 우리는 사이버공간에서는 코드가 어떻게 규제하는지를 이해해야 한다. 지금의 사이버공간을 만들어내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즉 사이버공간의 코드가 바로 그 사이버공간을 어떻게 규제하는지를 이해해야만 한다. 이 코드가 바로 “사이버공간의 법”이다.
이 책(CODE: VERSION 2.0, 2006)은 미국에서 1999년에 처음 출간된 이래 그 영역에서 하나의 고전으로 자리매김한《코드: 사이버공간의 법이론》의 개정판이다. 2판의 특징은 초판에 대한 다양한 평가와 반응을 수렴한 점이다. 저자는 초판의 논증에 대한 이러한 반응들에 응답하여 아예 새로운 책을 구성할까 고민하다가 개정판으로 업데이트했다고 밝힌다.《코드 2.0》은 부분적으로 위키(wiki)를 통해 준비되었는데, 이 웹사이트를 통해 독자들이 텍스트를 편집함으로써 이 책을 독자가 참여하여 개정판으로 거듭난 책으로 만들었다.
사이버공간이 우리에게 던지고 있는 새로운 선택의 문제 “코드”
저자인 로렌스 레식은 이 책을 쓰게 되기까지 법을 전공한 학자로서 중요한 경험 하나를 하게 된다. 1980년대 말 동구권 공산주의의 몰락 이후 자유주의에 기초한 새로운 미국식 헌정체제를 세우려 했지만 실패한 프로젝트를 목격하면서 어떤 사회에 그동안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법(코드)의 체제를 형성하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도 중요한 것인지를 실감하게 된다. 동구권에 미국식 자본주의와 자유주의를 이식시키려는 낙관적 전망이 실패를 경험한 것 이상으로, 사이버공간이 기존의 국가적, 법적 통제로부터 벗어난 자유의 낙원이 될 것이라는 애초의 낙관과 기대는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 바로 저자의 논지이자 예언이다.
이 책은 사이버공간은 규제될 수 없다는 일반적인 믿음에 대한 반론을 펼친다. 상거래의 영향 아래에서 반대로 사이버공간은 현실공간보다 행위가 더욱 엄격히 통제되는 규제의 공간이 되어가고 있다. 어떤 사이버공간을 만들어내고 그 속에서 어떤 자유를 보장받을지는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이고 선택해야만 하는 문제이다. 그 선택은 결국 구조에 대한 것이고 사이버공간의 법이라 할 수 있는 “코드”를 어떻게 만들어낼 것인가의 문제이다. 코드가 어떤 가치를 구현할 것인가는 법과 정책의 수립자들뿐만 아니라 특히 일반 시민들에게 달려있는 것이 바로 이 책이 던지는 화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