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리와 정당화 [철학논문집]

위르겐 하버마스 지음 윤형식 옮김

판매가(적립금) 20,000 (1,000원)
분류 나남신서 1374
판형 신국판
면수 456
발행일 2008-12-30
ISBN 978-89-300-83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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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도서 금액     20,000
 실천 속에서의 성공 개념과 결부시키는 실용주의적인 비(非)인식적 진리개념
 
하버마스는《진리와 정당화》에서 여전히 인식론적 사고틀에 사로잡혀 있는 이러한 진리개념을 버리고 또 다른 하나의 진리개념을 제시한다. 진리 개념을 인식적 개념이 아니라 실천 속에서의 성공 개념과 결부시키는 실용주의적인 비(非)인식적 진리개념이 그것이다. 이 견해에 따르면 우리가 참이라고 간주한 것이 우리의 실제적 삶 속에서 객관세계의 무언가에 “걸려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경우, 우리는 그것의 진리성을 의심하고 검증해보아야 할 필요성에 직면하게 되고, 그 결과 새로운 정당화 과정에 돌입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객관세계가 우리에게 말을 걸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방식이다. 그리고 이것은 우리가 적어도 아직까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 우리의 인식에 대해 그 인식이 객관적 진리성을 가진다고 믿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이 인식도 언젠가는 객관세계의 이의 제기에 걸려 의심 받고 폐기될 가능성, 즉 오류가능성을 여전히 가지고 있지만 말이다. 어쨌든 이러한 비(非)인식적 진리개념은 하버마스로 하여금 언어학적 전회, 특히 화용론적 전회가 동반하는 맥락주의와 회의론의 문제를 회피하면서 국지적 맥락 속의 정당화를 넘어서는 객관적 진리의 가능성을 견지할 수 있게 해준다.
그렇다면 비판이론가 하버마스는 왜 이렇게 객관적 진리의 가능성에 집착하는가? 객관적 진리의 가능성을 부인한다고 해서 그가 옹호하고 실천하고자 하는 인간해방의 가능성이 위협 받는가? 이론철학적 입론의 방향설정이 실천철학적 입장을 규정한다고 성급하게 결론내릴 수는 없겠지만, 하버마스는 객관적 진리의 가능성을 옹호하는 것이 도덕적 진리 내지 규범적 올바름 개념을 견지하는 데 불가결하다고 믿는다. 비인식적 진리개념을 배경으로 하여서만 규범적 올바름 개념의 구성적 성격이 뚜렷이 부각되고, 진리와 유사한 절대적 타당성을 갖는 보편윤리의 가능성의 조건을 창출해야 할 필요성도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비판이론의 선배 마르쿠제의 다음과 같은 말을 모토로 내세운다. “자유와 진리 간에는 본질적 연관성이 존재하며, 진리에 대한 그릇된 견해는 그것이 무엇이든 동시에 자유에 대한 그릇된 견해이다.”
“진리”와 “정당화”를 핵심 화두로 하고 있지만, 목차를 일별해 보아도 알 수 있듯이 이 책이 다루고 있는 주제들은 훨씬 광범위하다. 철학사와 현대 영미와 유럽대륙의 철학적 논의를 꿰뚫고 있는 하버마스는 로티가 이 책을 논평하면서 말했듯이 “헤겔과 하만 그리고 하이데거만이 아니라 데이빗슨과 셀라스 그리고 더밋에도 정통한 그야말로 몇 안 되는 철학자 중 하나여서” 이 책 한 권으로 현재까지의 철학적 흐름과 작금의 세계 철학계의 주요 논의를 개괄할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것은 사회이론에서 이미 일가를 이룬 철학자가 이를 바탕으로 자신의 이론철학적 입장을 체계적으로 피력한 저서를 읽으면서 얻을 수 있는 최고의 보너스일 것이다. 하버마스는 읽기 쉽지는 않으나 노력한 만큼 이해할 수 있는 언어를 구사한다는 평을 받는다. 들인 노력이 아깝지 않을 책이다. 일독이 아니라, 재독, 삼독을 권한다.
 
 

◉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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