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닉’(ethnic, 族群)은 1980년대 이후 대만사회에서 유행하기 시작한 개념이며, 사전적 의미는‘한 무리의 공동의 뿌리 또는 공동의 조상, 공동의 문화 또는 언어를 갖고 있기 때문에 스스로 혹은 제3자에 의해 하나의 독특한 사회집단을 구성하고 있다고 생각되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다. 이 개념은‘나와 동일한 뿌리(문화, 조상)를 가진 사람들이 같은 에스닉에 속한다’는 집단 정체성이며, 집단 정체성의 규정에 있어서 내가 아닌‘너희들’을 먼저 상정하는 일종의 상대적 정체성이고, 통상적으로 약세자가 우세자를 ‘우세 에스닉’으로 규정하면서 스스로를 ‘약세 에스닉’으로 규정하는 ‘약세자의 공동체 분류상상’이라는 특징을 가진다. 공동체 분류 상상 즉, ‘에스닉 상상’은 사회에서의 사람들 사이의 관계 형식의 일종이다(공동체 분류의 상상이란 다른 에스닉도 사람으로 인정하고, 평등을 요구하거나 혹은 타 에스닉이 자신들의 독특성을 존중해주기를 원하는 것이다).
이처럼 이 책은 ‘에스닉’을 하나의 공동체 분류 상상으로 보았으며, 이상적인 에스닉 관계의 논술 혹은 개념으로 설정하였지, 에스닉을 경계가 분명히 구별되고, 구성원 간의 문화적인 특성이 일치되는 단체로 보지 않았다. 그러므로 이 책은 1990년대 대만사회에서 중요한 사회적 균열로 등장한 이래 대만에서 선거 때가 되면 언론매체에서 자주 등장하는 최대의 화두인 에스닉 문제를 조망하는 또 하나의 관점을 제시하며, 이 책에서는 대만사회에서 ‘에스닉 상상’의 특성, 함의 그리고 서로 다른 에스닉 상상이 출현하게 된 특수한 사회적, 역사적인 맥락을 규정하는 것으로 논의를 풀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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