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세니예프의 생애

이반 알렉세예비치 부닌 지음 이항재 옮김

판매가(적립금) 25,000 (1,250원)
분류 학술명저번역총서(학술진흥재단) 04890
판형 신국판
면수 464
발행일 2008-07-31
ISBN 978-89-300-8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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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도서 금액     25,000

자신의 ‘최초의 기억’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떠올려 보려하지만 ‘최초’라는 것이 언제인지, ‘기억’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없다.《아르세니예프의 생애》의 주인공 아르세니예프(혹은 작가 이반 부닌)는 엉뚱하게도 자신의 최초의 기억인 탄생하는 순간을 떠올리는 것을 시작으로 마음속 한구석에 담아두었던 기억의 조각들을 차례차례 꺼내어 스무 살까지의(실제로 일평생의) 삶에 대해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예술적 전기’, ‘인생의 책’으로 불리는 이 책은 삶과 죽음, 사랑이라는 인류 보편적 주제에 대해 남들보다 조금 더 예민하고 섬세한 감각을 가졌던 작가 부닌의 자전적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소설이다. 하지만 이 책에는 일관된 스토리도 없고, 특별한 사건도 없다. 다만 무의식 속에 실존하며 시공을 초월하여 존재하는 아르세니예프의 기억이 끊임없이 말하며 옛 일에 대한 추억과 인상을 만들어 낼 뿐이다. 오로지 과거와 현재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부닌의 ‘기억’과 ‘의식’의 편린만이 다양하게 기록되어 있는 것이다. 하지만 기억이란 불확실하며 불완전한 것이고 때로는 거짓이기도 하다. 이 사실을 너무나 잘 아는 부닌이기에 소설의 형식을 빌려 자신의 이야기를 한 듯하다.
 

《아르세니예프의 생애》는 19세기 말 몰락해가는 러시아 지방귀족 집안에서 태어난 주인공 아르세니예프가 프랑스로 망명해 노년을 보내면서 러시아에서 보낸 유년과 청년시절을 회상하는 내용이다. 고향에서 보냈던 유년시절의 회상을 통해 19세기 러시아의 가부장적 세계, 소지주의 목가적 전원생활과 풍습, 농민들의 세계를 생생하게 재현한다. 특히 마치 한장한장 사진을 보는 것과 같은 중부러시아의 전형적인 자연에 대한 서정적이고 시적인 묘사는 이 소설의 압권이다.
삶과 죽음에 대해 인식하기 시작한 유년시절, 고향을 떠난 후 문학에 대한 열정을 품은 채 러시아 전역을 떠돌며 여러 작가와 사상가들과 교류하던 시절, 연인 리카와 보냈던 청년시절을 회상한다. 삶의 매순간을 형상화하는 문장 하나하나가 매우 뛰어난 부분이다.
이 책에는 회상과 서정 철학적 요소들이 가득하다. 그만큼 다른 작가들의 자전적 소설보다 시대와 역사, 인생에 대한 보편적 요소가 더 지배적으로 나타난다. 다시 말해 이 소설은 서술자(화자)-주인공인 알렉세이 아르세니예프의 스무 살까지의 개인적 전기이고, 작가 이반 부닌의 인생과 다양한 경험에 대한 간접적 회고이자 고백이며, 소설의 시공간적 배경인 19세기 러시아의 사회․역사, 특히 지방의 소지주들의 생활에 관한 생생한 기록인 것이다.
특징적인 스토리 없이 묘사와 서사만으로 가득 채워진 책이지만 ‘산문의 천재’라고 불리는 부닌특유의 시적 감각과 섬세한 감성과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1권 ∙∙ 기억, 존재의 시원_23
2권 ∙∙ 인식, 삶과 죽음_97
3권 ∙∙ 뮤즈, 환희와 절망_173
4권 ∙∙ 여행, 자유와 만남_231 
5권 ∙∙ 리카, 사랑의 심리학_299

 
이반 알렉세예비치 부닌(Ivan Alekseevich Bunin)
 

1870년 중부 러시아 보로네슈의 오랜 귀족가문에서 출생. 1887년에 페테르부르크 잡지〈조국〉에 시〈시골 거지〉를 발표하여 등단. 시집《낙엽》(1904)으로 푸쉬킨 상을 받았고, 그 후〈사랑의 문법〉,〈마을〉,〈형제〉,〈샌프란시스코에서 온 신사〉같은 중단편을 썼다. 1917년 볼셰비키 혁명을 반대하여 모스크바를 떠나 오데사, 콘스탄티노플을 전전하다가 파리에 정착했다. 망명 이후에 쓴 중단편들을 모아《신의 나무》,《어두운 가로수길》을 펴냈고, 필생의 역작인《아르세니예프의 생애》(1933)를 썼으며, 이 책으로 1933년 러시아 작가 중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이항재
 

고려대학교 노어노문학과와 동 대학원 졸업(문학박사). 고리키 세계문학대학에서 연구교수와 한국러시아문학회장을 역임하고, 현재 단국대학교 러시아어과 교수로 있다.
 

저서로《소설의 정치학》,《투르게네프: 사냥꾼의 눈, 시인의 마음》,《러시아문화의 이해》(공저) 등이 있고, 역서로《러시아문학사》,《러시아문학 비평사》,《러시아 리얼리즘의 시학》,《첫사랑》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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