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카를 뷜러(Karl B?hler)의 Sprachtheorie: die Darstellungsfunktion der Sprache를 번역한 것이다. 이 책은 1934년에 독일 구스타프 피셔(Gustav Fischer) 출판사에서 초판이 발간되었고 1982년에 개정되지 않고 초판 그대로 재판된 것이다. 카인즈(F. Kainz)는 1982년도의 재판 머리말에서 이에 대해 카를 뷜러를 추모하기 위한 것일 뿐만 아니라, 이 책이 언어학자에서부터 언어 심리학자, 언어 사회학자, 언어 철학자에 이르기까지 언어와 관련된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아직도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을 만큼 연구결과나 독창적인 개념들에서 “발견적 풍요로움”(heuristische Ergiebigkeit)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 말은 언어에 관한 이후의 연구는 사소한 수정이나 반론조차도 뷜러의 업적에서 얻어졌거나 그 속에 암시되어 있는 통찰력의 도움을 받아 발전된 것임을 의미하며, 뷜러의 언어이론의 표준적 저서로서의 가치를 강조하는 것이라고 하겠다.

이 책은 “언어의 서술기능”(Die Darstellungsfunktion der Sprache)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이것은 뷜러의 오르가논 모델을 구성하는 언어의 세 가지 기능, 즉 서술기능, 표현기능, 호소기능 가운데 서술기능을 언어의 가장 중심적이고 본질적인 기능요인으로 간주하고 이에 대하여 상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전체적으로 제1부 “언어연구 원칙”, 제2부 “언어의 지시영역과 지시어”, 제3부 “언어의 상징영역과 명사”, 제4부 “인간의 대화구조: 구성요소와 합성”이라는 네 영역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각의 영역에서 뷜러는 언어학뿐만 아니라 심리학, 철학, 심지어는 물리학의 영역을 넘나들면서 심오한 통찰력으로 언어의 본질을 파헤치고 있다.

?본문발췌

인간 언어의 동일한 한 가지 현상이 이와 같은 다양성을 갖는다는 것은 얼마나 기이한가! 여기서 우리는 구분의 두 가지 측면을 개념적으로 대단히 조심성 있게 파악하고 숙고해 보아야 한다. 다층성은 네 번째 공리에서 주제가 될 것이고 언어구조에 관한 제4장에서 다루어질 것이다. 여기서는 다양성에 대해 간단히 살펴봄으로써 후에 언급될 것을 잠깐 암시하고자 한다. 음이라는 물질적 자료를 생각해 보자. 음성적 소리분석이라는 순수한 물질에 대한 관찰에서부터 한 음절 또는 여러 음절로 된 소리구조에 주의를 기울여 보면 다양성의 단계를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현대 독일어는 인간의 음성기관이 만들어 내는 연속적이고 다차원적인 소리들 중에서 대략 불연속적인 40개의 소리(음소)를 구분한다. 이것들은 변별적 기준으로 사용된다. ‘Tische’라는 두 음절의 단어는 네 개의 음소로 구성되어 있다. 독일어의 의미음절의 수는 2천 개 이상이고 나의 정서법 사전인 작은 두덴 사전에는 약 3만 4천 개(대략적으로 3만 개라고 한다)의 시각적인 단어 이미지들이 대문자로 인쇄되어 부호화되어 있다. 따라서 그 단계는 40-2천-3만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