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제
이 책은 거트만을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만든 From Ritual to Record: The Nature of Modern Sports(1978)의 독일어 판본 Vom Ritual zum Rekord: Das Wesen des modernen Sports를 완역한 것이다. 이 책은 영어뿐만 아니라 독일어, 일본어, 이탈리아어 등으로도 출간되어 전 세계에 소개되었으며 세계의 여러 대학에서 그 학술적 가치를 인정받아 체육학 필독서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역사학과 문학을 전공한 저자는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이 책에서 근대스포츠를 원시시대, 고대(그리스와 로마), 중세에 행해졌던 스포츠와 비교하면서 그 특징들을 일목요연하게 제시해주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한국의 체육학도들에게 반드시 소개할 필요가 있는 명저일 뿐만 아니라 전공을 떠나서 일반인들에게도 교양서로 큰 가치를 지니는 책이다. 거트만은 이 글에서 근대스포츠의 특징을 세속성, 기회균등, 전문화, 합리화, 관료주의화, 수량화, 기록추구로 요약하고, 이러한 특징들이 바로 근대 사회의 성격을 반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책에서 거트만이 부각시킨 근대 사회의 특징은 베버가 언급한 “탈주술화” 경향이다. 베버에 따르면 근대 사회를 중세 사회로부터 구분해 주는 주요 특징 가운데 하나는 탈주술화이다. 탈주술화는 신 중심에서 인간 중심으로, 믿음 중심에서 합리적 사고 중심으로 삶의 양식이 전환함을 뜻한다. 따라서 삶의 “세속화”란 개념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이러한 베버의 입장에 착안하여 거트만은 자신의 저서에 “제례의식에서 기록추구로”라는 제목을 달고 있는데, 여기서 제례의식은 전통사회의 비합리적 주술행위를 상징하며, 기록추구는 근대인들의 합리적 행위양식을 대변한다.
출판사 서평
‘스포츠’를 통해 ‘근대성’을 파헤친 스포츠사회학의 고전 근대성은 막스 베버 이후 여러 사회학자들에 의해 주목 받아온 주요 논제 가운데 하나이다. 특히 20세기 후반에 들어서 환경오염, 분배의 불균형, 인간복제, 핵기술 확산 등과 같은, 과학기술산업의 근대화과정에서 야기된 문제들이 전 세계적 차원에서 가시화된 이후 근대성에 대한 비판적 작업이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체육학분야에서 근대성에 대한 비판적 성찰은 매우 드물다. 근대스포츠를 통해서 근대사회를 이해하려고 시도했던 이론가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인물을 들라면 주저 없이 앨런 거트만을 지목할 수 있다. 왜 거트만인가? 스포츠의 근대화과정을 논한 연구물 가운데 그의 주저인 이 책《근대스포츠의 본질: 제례의식에서 기록추구로》(From Ritual to Record: The Nature of Modern Sports, 1978)만큼 많이 인용되고, 논란의 대상이 된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근대스포츠의 본질-‘제례의식에서 기록추구로’ ‘근대성’의 문제에 관심을 기울인 문학사가이자 역사학자인 거트만이 스포츠에 관심을 가졌던 이유는 전근대 사회가 남긴 것과 근대적인 것이 복잡하게 섞여있는 근대사회보다 근대스포츠에서 근대성의 면모를 더 잘 밝혀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그는 근대스포츠에 각인되어 있는 근대적 특징들을 일목요연하게 밝혀냈다. 거트만은 이 책에서 근대스포츠의 특징을 세속성, 기회균등, 전문화, 합리화, 관료주의화, 수량화, 기록추구로 요약하고, 이러한 특징들이 바로 근대 사회의 성격을 반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근대스포츠의 특징들은 논리적으로 매우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기록추구는 계량화를 토대로 하며, 계량화는 합리화에 크게 의존한다. 또한 전문적으로 훈련받지 못한 선수는 신기록을 세우기가 매우 어렵다. 전문화는 합리화된 훈련을 가능하게 만들어준다. 전문화와 합리화는 재차 관료조직을 필요로 한다. 관료조직 없이 세계선수권대회의 개최나 기록의 인준 또는 용구와 규칙을 세계적으로 표준화시키는 일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기록추구는 이외에도 평등을 전제로 한다. 만일 인종, 직업, 종교 등을 이유로 가장 뛰어난 선수를 경기에서 제외시켰다면 최고기록은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근대 사회를 반영하는 이러한 특징들은 결국 막스 베버가 언급한 “탈주술화” 경향으로 수렴된다. 베버에 따르면 근대 사회를 중세 사회로부터 구분해 주는 주요 특징 가운데 하나는 탈주술화이다. 탈주술화는 신 중심에서 인간 중심으로, 믿음 중심에서 합리적 사고 중심으로 삶의 양식이 전환함을 뜻한다. 따라서 삶의 “세속화”란 개념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이러한 베버의 입장에 착안하여 거트만은 자신의 저서에 “제례의식에서 기록추구로”라는 제목을 달고 있는데, 여기서 제례의식은 전통사회의 비합리적 주술행위를 상징하며, 기록추구는 근대인들의 합리적 행위양식을 대변한다. 이러한 수학적, 경험적, 합리적 세계관이 근대스포츠의 출현배경이라는 것이 거트만의 주장이다.
스포츠의 역설-‘낭만주의의 합리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대스포츠가 단지 합리적이지만은 않다. 오히려 전근대적이고, 비합리적인 요소가 근대스포츠 내에 공존함으로써 그 매력을 더해준다. 합리성과 비합리성의 동시성이야말로 거트만이 말하는 근대스포츠의 특징인 셈이다. 다음의 인용은 그의 이러한 생각을 잘 대변해 준다. “근대스포츠의 뿌리를 찾는 과정에서 우리는 산업혁명, 자본주의, 신교 같은 추상들로부터 더욱 추상적인 일반화로, 즉 수학적, 경험적, 합리적 세계관으로 거슬러 올라가게 되었다. 이제 우리는 큰 역설에 직면하게 되었다. 기록추구 그 자체는 파우스트적 열정의 현상형식이기 때문에, 즉 무한한 것과 도달 불가능한 것을 추구하는 낭만주의적 열정의 한 예이기 때문에, 스포츠는 결국 비합리적 운동욕구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할 수 있다.…그러나 이러한 역설은 결코 모순이 아니다. 스포츠는 원시적인 것이며 동시에 고도로 근대적인 것이다. 그것은 여전히 비밀에 싸여 있는 우리의 생물학 및 심리학적 본능을 토대로 하고 있지만, 근대사회가 권하는 형식과 구조를 수용하고 있다. 달나라여행이라는 기술적 세계기적과 유사하게 근대스포츠는 낭만주의의 합리화이다.”
열정과 신화가 재창조한 근대 스포츠 미국인들의 기억 속에는 1932년 뉴욕양키즈 야구팀의 신화적인 선수 베이브 루스가 투구된 공을 두 번이나 헛스윙한 후, 결국 세 번째로 날아온 공을 쳐서 국기 게양대로 날려보낸 극적인 홈런의 모습만이 남아 있다. 그것이 합리화된 근대스포츠의 특징들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거의 생각하지 못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나디아 코마네치의 위대한 성취가 두 명의 트레이너, 한 명의 안무가, 한 명의 음악조교, 그리고 한 명의 의사로 이루어진 스태프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점을 알 수 있지만, 올림픽 경기를 떠받드는 규범과 가치는 이들에 대해서는 침묵한다. 우리는 사회학적 진실을 알고 있지만 이러한 앎과는 별개로 훌륭한 개인의 성취만을 경탄하는 것이다. 우리는 근대 사회의 과학과 기술, 합리화와 계량화가 만들어낸 현대의 스포츠를 보고 즐기지만 그런 스포츠를 통해 우리가 얻고자 추구하는 감정은 결국 원시적인 낭만과 열정일지도 모른다.
2009년 대한민국학술원 우수도서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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