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보기를 좋아해 ‘테돌이’라는 별명까지 얻었고, 지금까지도 TV와 함께하고 있는 유재용 기자가 TV로 본 미국을 이야기한다. 흔히 TV를 바보상자라고 하지만 TV만큼 한 나라의 여러 모습과 다양한 경험을 담고 있는 매체를 찾기도 힘들다. 저자는 AFKN으로 상징되는 미국의 대중문화에 드러난 미국의 사회상을 유쾌하게, 그러면서도 진지하게 살펴본다. 곳곳에 곁들여진 저자의 어릴 적 경험들과 미국생활에서 겪은 에피소드, 다양한 미국 드라마와 영화 이야기들은 옛 기억을 떠올리며 웃음 짓게 한다. AFKN - 미국을 보는 camera obscura
컬러TV가 막 보급되던 시절, 저자가 더빙된〈주말의 명화〉나〈명화극장〉을 통해 접하던 현실감 없는 미국을 다시 보게 한 것은 AFKN 채널이었다. ‘현재’ 미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바로 전해 보고 들을 수 있었던 AFKN은 미국을 보는 camera obscura와 같은 역할을 했다. 지금은 ‘미드’ 열풍이 생겨날 정도로 수시로 미국의 대중문화를 접할 수 있게 되었지만, 여전히 하나의 재밋거리로만 여길 뿐 그것이 보여주는 미국을 제대로 바라보려는 노력은 거의 없었다. TV는 여전히 바보상자일 뿐인 것이다. 저자는 “TV는 그 사회를 들여다볼 수 있는 내시경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하면서 카메라에 비친 미국을 통해 그동안 우리가 간과했던 미국의 모습을 다시 살펴본다.
TV는 그 사회를 들여다볼 수 있는 내시경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목에 힘주는 논객들의 글보다 당시 대중들에게는 무엇이 고민이고 어떤 바람을 갖고 있었는가를 정확하게 알 수 있는 틀이 된다는 것이다. 그런 걸 정확히 짚어내는 프로그램이 성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TV로 대표되는 대중문화는 방대한 경험을 제시하고 동시에 분석의 틀도 제공한다. 그것이 디스커버리나 히스토리 채널 같은 ‘교양’ 프로그램일 필요도 없다. 단지 입을 헤벌리고 있지만 말고 가끔 생각과 분석을 하면서 본다면 바보상자가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자본주의의 나라 미국
이 책에서 미국은 ‘돈’, ‘9 ·11’, ‘마초’, ‘평가’ 등의 단어들로 표현된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심이 되는 것은 단연 ‘돈’이다.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영화〈월 스트리트〉와 〈제리 맥과이어〉가 미국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것은 영화 속에 담겨 있던 철저한 자본주의적 사고 때문이었다. 영화 속에서 쿠바 구딩 주니어가 외쳤던 “Show me the money!”는 곧바로 미국사람들의 일상어가 되었다. 이러한 자본에의 매진은 곧 극단적 효율의 추구를 불러오고 승자독식사회를 만들어 냈다. 저자는 극단적 효율추구와 1등만을 기억하는 사회분위기가 그 폐해에도 불구하고 인종문제를 완화시키는 데 어느 정도 일조했다고 본다. 인종에 상관없이 승자가 되면 되는 것이다. 그 외에도 9 ·11이 미국사회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 미국사회를 지배하는 마초문화는 무엇인지, 미국사람들의 유럽에 대한 생각은 어떠한지 등에 대해 여러 TV 프로그램과 저자 자신이 겪은 일들을 곁들여 흥미롭게 보여준다. 아울러 미국에 대한 진단에서 한 걸음 나아가 과연 우리나라의 모습은 어떤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도 함께 짚어본다.
미국은 거대한 모자이크이고 그 거대한 나라를 한마디로 규정한다는 것은 옳지 않은 일이라고 밝힌 적이 있다. 하지만 꼭 한마디를 해야만 한다면, 그건 “미국은 자본주의다”일 것이다. 적자가 생존하는 사회, 그리고 그 적자가 돈을 더 많이 받아야 하는 시스템은 미국을 지탱하는 기초이다. 그런 시스템에 대한 믿음, 즉 ‘탐욕’을 갖고 사람들은 적자가 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고, 이런 노력은 결과 “Show me the money!”를 가져오기 때문에 미국은 더 풍요로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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