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제
교육학자 정범모가 80년의 삶을 회상하며 쓴 글들을 모은 수상집이다. 어린 시절 유교 중심의 한국 전통문화, 초 중등학교 시절의 일본문화, 광복 후 미국유학을 시작으로 경험한 미국문화, 그리고 지금의 한국 현대문화까지 네 시대를 겪은 저자가 회고하는 과거와 현재 이야기, 아들 딸 손자 손녀들이 살아갈 미래에 대한 이야기에는 지난날의 경험이 앞날에 가야 할 길을 암시해 주기를 바라는 교육학자로서의 바람이 담겨 있다.
출판사 서평
한국 교육학계의 원로, 정범모 한림대 석좌교수가 80년의 삶을 회상하며 쓴 글들을 모은 수상집. ‘한국에서 학문이 가능한가’라는 도발적 질문과 함께 한국의 학문적 풍토를 꾸짖기도 했던 저자가 이 책에서는 한층 담담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하지만 이러한 회고와 자기분석에서 어느 때보다도 식지 않는 학자로서의 열정과 잘 다듬어진 식견을 엿볼 수 있다.
이름은 뭔고?
저자는 어렸을 적 모르는 어른들을 만나면 일종의 의식처럼 ‘이름은 뭔고?’라는 질문에 이름과 본관, 관향 등을 또박또박 대답했던 일을 회상한다. 그러면서 그 물음에는 ‘너의 정체성, 인간으로서의 아이덴티티(identity)가 뭐냐’, ‘넌 이 다음에 뭘 하고 어떻게 되려느냐’라는 물음이 함축되어 있다고 말한다. ‘넌 누구냐?’에 대한 대답은 출신 직업 사상 그리고 감정포부 등 자신에 대한 모든 것을 포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이렇게 저자가 여든 셋이라는 나이에 다시 떠올려보는 ‘이름은 뭔고?’라는 질문에서부터 시작한다. 어려서는 미처 할 수 없었던 그 질문에 대한 나머지 대답을 이 책을 통해 하고 있는 것이다.
어제와 오늘이 잉태하는 내일의 꿈
이 책은 저자가 머리말에서 소개했듯이 ‘지난날의 경험 속에 삶의 뜻을 되새겨 보는 자유로운 산문집’이라고도 할 수 있다. 전체 15개의 장은 글의 주제별로 나누어져 있어 순서 없이 읽어도 되는 독립된 장들이다. 저자는 어린 시절 유교 중심의 한국 전통문화에서 배운 가족과 효(孝)라는 가치, 초 중등학교 시절 일제교육에서 배운 애국과 충(忠), 지나친 개인주의의 매몰, 광복 후 미국유학 시절 미국문화에서 배운 공(公)과 난폭한 개인주의, 그리고 지금의 한국 현대문화까지 자신이 겪은 네 시대를 회고한다. 또한 그 시대적 경험을 통한 정치, 경제, 사회, 사상, 반세기의 교육학계에 대한 생각도 잘 정리되어 있다. 이러한 회고를 거쳐 아들 딸 손자 손녀들이 살아갈 미래에 대한 이야기로 끝을 맺는다. 미래를 잉태하는 과거의 뜻을 헤아리고, 그것을 현재에 살리는 것이 개인에게나 나라에게나 삶의 지혜라고 믿는 교육학자로서의 바람을 책의 전반에서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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