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에이터여, 유황성냥을 켜라

김태진 지음

판매가(적립금) 14,000 (700원)
분류 나남산문선 68
판형 크라운변형
면수 360
발행일 2007-02-15
ISBN 978-89-300-086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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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도서 금액     14,000
해 제
196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까지, 우리나라 광고산업의 초창기에 광고계에서 활동한 저자의 자전적 에세이이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광고영화는 물론, 광고산업 자체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높지 않았던 때에 작은 광고제작사를 차려서 CF제작자로 활동하던 중에 롯데공업(현재 주식회사 농심)의 CF제작을 계기로 농심에서의 근무하게 되고서 선전실에서 근무한 12년간의 경험과 이후에 독립해서도 광고계에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과정까지를 들려준다.
"일에 미치는 것은 천성"이라고 스스로를 설명한 저자가 회사업무에 열성을 다해 매진하면서 그 과정에서 만난 사건들을 풀어놓는 속에는 한국 광고매체의 발달사가 현장감있게 묘사된다. 제목에서도 나온 '유황성냥'은 저자가 일에 바치는 '열정'의 의미와 '지혜/아이디어'의 의미로서 주제를 함축하는 키워드로 사용된다.
 
출판서 서평
누군가의 삶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듣는 것은 언제나 흥미롭다. 게다가 그가 흥미진진한 이야기 보따리를 잔뜩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크리에이터여, 유황성냥을 켜라》는 한 개인의 일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리고 동시에 삶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의 일생에서 일터란 곧 삶터였기 때문이다.
광고산업 초창기의 현장 속으로
이 책은 196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까지, 광고계에서 활동했던 저자의 자전적 에세이이다. 우리나라 광고산업의 초창기의 광고계, 그래서 더욱 광고인 개인이 개척해 나가야 할 부분이 컸던 무대에서 벌어진 57가지 에피소드가 시간순으로 나열된다.
영화감독 지망생이던 저자는 첫 영화의 상업적 실패를 계기로 새로운 길을 모색하다 흥행영화가 아닌 ‘광고영화’의 길을 선택한다. 작은 광고제작사를 차려서 CF제작자로 활동하던 중에 롯데공업(현재 주식회사 농심)의 CF제작을 계기로 한국 롯데 신춘호사장과의 깊은 인연이 시작된다. 신사장의 끈질긴 스카웃 제의를 받고 롯데의 선전실에서 일하게 된 저자는 낯선 조직문화에 적응하면서도 자신만의 고집과 방식으로 오해와 갈등의 상황들에 대처한다.
스스로 “일에 미치는 것은 천성”이라고 밝히듯 저자는 회사업무에 열성을 다해 매진했는데, 그 과정에서 만난 사건들이 한국 광고매체의 발달사 속에서 현장감있게 묘사된다.
회사 생활 중 특히 신사장과 각별한 유대관계를 드러내는 일화들과 조직 내에서 벌어진 사람들과의 갈등, 갑작스럽게 농심을 떠나게 되는 전개에서 극적 요소가 극대화된다.
아직도 남아있는 유황성냥
마지막 장에서 농심을 떠난 이후, 새로운 길을 찾는 과정이 소개된다. 대기업의 선전실장이라는 “고운 옷”을 벗고 잡지광고 영업에 도전해서 뜻을 이루고, 이후로도 국내 최초 광고전문지인〈월간 해외광고〉발행 등, 현재에 이르기까지 광고계에서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하며 살아가는 이야기로 맺어진다.
저자가 거쳐온 길은 작은 광고제작사의 CF감독에서 출발해서 여러 갈래로 굽이굽이 돌았지만, 어떤 의미에서 그 길은 광고인의 길, 오직 한길이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 길 위에서 열정을 다하는 저자의 인생은 책의 마지막 페이지에서도 여전히 이어져 현재까지도 계속될 것이다.
책제목에도 등장하는 ‘유황성냥’은 주어진 것에 감사하며 그것으로 최선의 것에 도달하기 위해 항상 노력하는 저자의 열정, 혹은 삶의 철학을 반영하는 상징이다. 저자는 “보잘것없는 유황성냥 한 갑”을 갖고서 그것을 적절히 일구고 당기며 살아왔다고 말한다. 자신의 작은 재능에 만족하며, 열정을 다해 노력하면 얻을 수 있다는 교훈이 점점 설득력을 잃어가는 세상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는 동안만큼은 독자에게도 유황성냥의 온기가 느껴질 수 있으리라.
 
【본문 중에서】
나는 처음 농심에 들어갔을 때를 생각해 보았다. 그때 사장님 앞에서 유황성냥 한갑을 꺼내놓고 이 유황성냥처럼 농심을 위해 이 한몸 훨훨 불태워 재 한톨도 남기지 않겠다고 다짐하지 않았던가. 지금이야말로 그때의 그 기개와 용기가 더 필요한 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 새 명함을 앞에 놓고 그 유황성냥이 아직도 남아있는지 확인해 보고 싶었다. 농심 12년 동안에 모두 소진시켜 버리고 지금은 빈 껍질만 남아 있는 것은 아닌지….
-〈몸을 낮춰라〉중에서

이렇게 해서 꼬박 밤을 새우고 아침이 되니 마침내 멋진 신제품 롯데짜장면의 CF 한편이 완성된 것이다. 이제 사장님이 보고 OK만 하면 완전히 끝나는 것이다. 이쯤 되자 나는 슬며시 욕심이 생겼다. 새로운 기록을 하나 만들어 보고 싶은 것이다. 물론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기록이지만 나는 이 엄청난 기록을 하나 만들어보고 싶은 욕망이 불처럼 일어났다. 그래서 서둘러 완성된 필름을 가지고 회사로 뛰어갔다.사장님은 아직 회사에 나오지 않았다. 나는 사장실에 시사준비를 완벽하게 해놓고 어서 속히 사장님이 나오기만 눈이 빠지게 기다렸다. 오늘따라 이렇게 늦어지는 사장님이 원망스럽다. 마침내 사장님이 들어선다. 나는 황급히 그의 뒤를 따라 사장실로 들어갔다.
“무슨 일이고, 아침부터…?”
“시사를 하시게요.”
“시사라니, 무슨 시사?”
“어제 말씀하신 짜장면입니다.”
“아니 그게 벌써 됐단 말이가….”
사장님은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는 것이다. 그런 표정을 바라보는 나는 그렇게 즐겁고 행복할 수가 없었다. 물론 시사는 즉석에서 OK였다.
나는 사장실을 나오면서 시계를 보았다. 정확하게 어제 사장님에게 지시받은 시간으로부터 23시간이 지났다. 공식기록은 아니지만 아마도 필름으로 CF한편을 만드는 시간으로는 이것이 전무후무한 대기록일 것이라고 자부하면서 나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기네스북에 오를 진기록〉중에서

 
제 1 장  유황성냥의 크리에이터
첫 시사회 / 방향전환 / 기분 좋은 땀냄새 / 사이클을 맞춰라 / 황진이 전략 / 롯데입성 / 위계질서 / 차장까지는 트고 지내자 / 새로운 조직생활 / 아이디어 승부사 / 제품이 쌓이면 소화가 안 된다 / 출근 전 1시간의 활용 / 에피소드(1)
제 2 장  모든 것을 다 던져라
자, 출동이다 / 매체효과의 극대화 / 지방방송 활용 / 에누리 도사 / 5초, 15초CM 첫 시도 / 1인 5역도 부족하다 / 기네스북에 오를 진기록 / 에피소드(2)
제 3 장  높이 나는 새가 멀리 본다
아파트 한 채의 결혼축의금 / 첫 일본 견문기 / 견해 차이 / 활짝 핀 CM송 시대 / 이 과장 퇴사 / 농심라면 탄생 / 형님 먼저, 아우 먼저 / 주식회사 농심 / 고향까지도 쫓아간다 / 선전실 운영 / 나를 슬프게 한 일들 / 에피소드(3)
제 4 장  불모지대의 해결사
약방의 감초 / 선전실장은 죄인입니다. / 한남동 파티 / 방송국은 나의 안방 / 프로 세일즈맨 / 주인의식 / 여의도 40평형 아파트 / 운보 맹호도 / 사내감사 / 사표소동 / 에피소드(4)
제 5 장  최고만의 생존법
제2의 캠페인—팜유 / 선전실 신입사원 / 세계수준에 맞춰라 / 포장디자인의 새로운 추구 / 아이디어라고 다 쓰여지는 것은 아니다 / 지점장 송년회 / A일보 사건 / 1980년 언론사 통폐합 / 광고대행사 시대 / 하절기 신문광고 / 끊어진 필름—못 다한 노래 / 숨고르기 / 몸을 낮춰라 / 산너머 산 / 고향에서는 손을 내밀지 말아라 / 또 하나의 시작—광고자료사업 / 최초의 광고전문지 <월간해외광고> / 책을 마치면서 / 에필로그
김태진
1960년대 후반부터 1970, 1980년대를 광고현장에서 발로 뛴 광고인으로 현재는 미국 뉴저지에 거주하며 여전히 경영일선을 지키고 있다.
OTTO CO.LTD.CEO
OTTOMEDIA AMERICA CO.CEO
SEAL INCORPOATION.CEO
O2 M&H CO.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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