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시대의 중소와 남북한

오진용 지음

판매가(적립금) 25,000 (1,250원)
분류 나남신서 1073
판형 신국판
면수 464
발행일 2004-12-30
ISBN 89-300-8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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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도서 금액     25,000
북한은 2005년 신년사를 통해 다시 한번 ‘선군’(先軍)정치를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 아직 핵문제가 풀리지 않은 상황이고, 개방정책으로 성장을 구가하고 있는 중국을 옆에 두고 있으면서도 빈곤과 저개발의 굴레를 못 벗어던지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 한국과 일본이 과거사 문제로 신경전을 벌이고, 일본의 극우세력들은 역사왜곡을 비롯, 유사법제를 통과시켜 재무장하려 하고 있다. 소련연방 붕괴 후 종이호랑이로 전락했던 러시아는 체첸 반군의 강력한 테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무력해결 하고 있으며, 석유와 가스 등 에너지자원을 국유화함으로써 향후 동북아 국제관계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포석을 하나하나 놓고 있다. 동북아를 둘러싼 모든 나라들이 자국의 이익을 얻기 위해 홉스가 말하는 만인에 의한 만인의 투쟁상태를 벌이고 있다 할 수 있다. 이런 일련의 과정과 사건들은 그간의 동북아 국제관계를 살펴보면 필연적으로 귀결되는 결과인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북한이 중국과 소련 사이에서 그리고 남한과의 관계에서 왜 북한이 지금과 같은 일련의 선택을 하게 되었는지에 대해서 구조적인 원인과 김일성, 김정일 체제의 특수한 원인을 동시에 제시하고 있다. 북한의 핵개발은 과거 오랜기간 중국과 소련으로부터 벗어나 독자적인 자구책을 마련하기 위한 길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런 면에서 북한의 핵개발은 중국이나 소련에게도 그리 반가운 사건만은 아니고 경계해야할 사건인 것이다. 우리는 이 책에서 저자가 제시하는 섬세한 자료들을 하나하나 확인하는 과정을 통해 저절로 북한과 중국 그리고 소련 사이의 역동적인 국제관계의 흐름을 따라갈 수 있다. 비록 한국전쟁 이후 김일성의 사망 이전까지의 시기에 국한되기는 하지만, 냉전시대에 마저도 미묘한 외교적 게임이 존재한다는 것을 새롭게 이해하게 될 것이다.
이 책의 미덕은 바로 수십 년간 중국을 비롯한 동북아 정세에 관련한 자료를 모으고 또 각국의 주요 관계자들을 만나 인터뷰를 하는 등 발로 뛰어 모은 자료들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저자도 지적하고 있듯이 국가의 이익이라는 민감한 사안이 걸린 문제들인 만큼 이 분야의 연구들은 그 동안 정부지향적(government-oriented)으로 이루어졌다. 특히 중국과 소련은 그간 접근이 어려운 국가였기 때문에 연구의 자료에 접근하는 것도 어려운 것이 사실이었다. 또한 드러난 정보 또한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 혹은 특정 목적을 위해서 ‘조작’되거나 ‘이용’되는 경향이 많아 오랜 시간을 두고 나름대로의 기준으로 판단할 기준이 서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의 저자는 수십 년간의 관심과 연구로 그런 나름대로의 판단기준을 가지고 자료들을 다루고 있어 읽는 독자들에게 중국, 소련 그리고 남북한간의 복잡한 관계를 명료하게 보여줄 수 있는 좋은 안내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에게 양지로 드러난 정보들은 그리 많지 않다. 지식권력의 독점자들이 정보사회를 주물럭거릴 때 어쩌면 그런 정보가 유통되는 일선에서 소외된 사람들은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만을 바라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선거 때마다 터졌던 총풍과 대북송금사건은 얼마나 우리에게 남북한과 관계된 정보가 통제되고 있는가를 보여준다. 김일성의 생일에 한국의 안기부장이 생일축하 선물을 가지고 방북했다고 한다면 아직까지 그것은 일반인들의 정서상 이해할 수 없는 사건으로 비칠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일들이 비일비재하고 있다는 것을 이 책은 사료를 통해서 보여주고 있다. 이제 서서히 어두운 곳에서 행해졌던 암약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정보의 양성화는 그런 면에서 모든 과정들이 민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가능성을 한껏 제공한다.
노태우와 고르바초프의 정상회담, 한소수교의 과정을 담은 외교비사들은 그 읽는 재미를 넘어서서 행간에서 한국과 일본 그리고 미국간의 외교적 채널의 구조를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또 중국과 한국의 외교 비사 수준의 이야기들은 외교와 국사가 얼마나 다양한 방식으로 움직이는지 볼 수 있을 것이다. 한편으로, 김일성과 모택동, 등소평간의 관계와 등소평과 김정일의 관계 변화에서, 혹은 화국봉과의 관계 변화에서 현대의 북한체제의 성격을 읽을 수 있는 단초를 발견하기도 그런 일련의 세세한 자료와 정보들을 통해서 왜 북한은 핵무기를 개발하게 되고, 중국이 취한 개방정책 대신 자력갱생과 선군정치를 강조해 되는지를 역사적 맥락을 통해서 이해하게 될 것이다.
냉전이 종식된 지금 혹자들은 냉전에 대한 그리움을 내비치기도 한다. 그들은 그 근거를 미국과 소련이라는 실제적인 세력들로 인해서 세력의 균형이 이루어지고 그리하여 오히려 냉전이 일종의 평화상태를 보장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 찾는다. 사실, 동북아지역만 해도 사회주의가 붕괴되고 난 이후 악의 축이라는 가상의 적이 미국인들의 마음속에 등장하면서 정세 자체가 불균형 상태로 빠지고 혼란스러워진 측면이 있다. 하지만 그런 혼란은 동북아 질서의 패러다임의 변화에서 오는 것이다. 그리고 패러다임의 변화란 역사적인 성격을 띠고 나타난다. 이 책에서 우리는 북한과 중국, 그리고 소련의 과거와 현재의 모습을 동시에 보게 될 것이다.

 

2006년 대한민국학술원 우수도서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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