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의 충격과 미국의 거대전략

존L.개디스 지음 강규형 옮김

판매가(적립금) 10,000 (500원)
분류 나남신서 신1064
판형 4*6판
면수 208
발행일 2004-11-15
ISBN 89-300-8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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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도서 금액     10,000
2001년 9월 11일. 세계자본주의의 상징이라 할 뉴욕의 쌍둥이 빌딩을 잿더미로 만든 ‘그날 이후’, 세계사는 대전환을 맞이했는가? 이 사건은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 미국의 세계전략 기조를크게 바꾸어 놓은 계기로 평가받고 있다. 이 사건의 역사적 의미와 전모가 아직까지 뚜렷하게 시야에 잡히지 않는 상황에서, 9.11이라는 변수가 미국의 대내외적 전략 지형과 세계 정세에 미친 영향을 분석?검증하는 작업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 점에서 9.11 이후 미국에 의해 추진된 거대전략 변화의 역사적 맥락을 분석하고 향후 전망을 다룬 세계적인 거대전략 분석가이자 현대사가 존 루이스 개디스(John Lewis Gaddis)의 책《9.11의 충격과 미국의 거대전략》은 주목할 만하다. 예일대 사학과 및 정치학과 석좌교수로 미국에서 커다란 영향력을 발휘하는 주류 학자 중 한사람이기에, 그의 견해는 주장 및 분석의 옳고 그름과는 별개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비중을 지닌다.
9.11로 촉발된 미국의 세계전략 변화에 대한 개디스의 해석은 한마디로 독창적이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9.11은 자국 안보를 둘러싼 기존 견해 및 거대전략의 대폭 수정을 초래한 ‘최초의’ 사건이 아니다. 그동안 9.11 이후 미국의 대외전략에서 두드러지는 일방주의와 선제공격 논리가 전례를 찾기 어려운 것으로 곧잘 평가돼 왔음을 감안하면, 개디스의 주장은 이같은 ‘상식’에 대한 공개적 반론인 셈이다.
개디스는 반론의 근거로, 1814년 국회의사당과 백악관을 겨냥한 영국군의 기습공격이 계기가 되어 존 퀸시 애덤스가 일방주의와 선제공격의 거대전략을 수립했던 사실을 제시한다. 나아가 애덤스는 북미대륙에서의 헤게모니 확보에 주도적이었을 뿐 아니라, 향후 1세기 이상 유지된 미국 거대전략의 기초를 닦았다. 개디스는 애덤스가 정초한 거대전략의 핵심을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한다. 첫째, 약탈자나 강대국들이 미국 이웃국가의 약점을 이용하려 들 경우 이보다 앞선 군사적 대응이 이뤄지리라는 것을 골자로 하는 선제공격 원칙, 둘째, 미국은 안보를 위해 어떤 국가에도 의존할 필요가 없다는 일방주의, 그리고 셋째, 강대국간 세력균형보다 북미 지역 중심의 국제체제가 미국의 지정학적 우위의 반영이라 보는 북미 헤게모니 중심주의.
1941년의 진주만 공습은 기습공격으로 충격을 받은 미국이 거대전략을 수정하게 된 또다른 전기였다. 사람이건 국가건 충격이 있을 때 비로소 깨닫는 경향이 강하다. 지리적?시간적 거리가 단축되고 따라서 안보의 취약성이 증가한 20세기 세계에서, 진주만 공습은 19세기 전략으로 미국의 안전을 보장하는 일이 한낫 ‘환상’에 지나지 않음을 보여주었다. 미국은 다시 한 번 팽창을 통해 이러한 위기에 대응했다. 새로운 도전에 맞설 새로운 거대전략이 필요했던 프랭클린 루즈벨트는 권위주의에 대항하고자 우드로 윌슨의 이상을 세계적 규모의 동맹-협력 전략으로 부활시켰는데, 이 전략은 2차대전기와 냉전기 동안 강력하게 존속했다. 루즈벨트에게 동맹이란 전쟁에서의 승와 평화 건설의 토대를 제공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즉, 그는 일방주의와 선제공격의 원칙을 버리고 “동의에 의한” 헤게모니 팽창을 전지구적 규모로 이루어냈다.
9.11은 다시 한 번 이같은 전략의 수정을 불가피하게 만들었다. 테러리스트들은 국가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고 행동한다. 미국은 이 도전에 대해 19세기의 일방주의와 선제공격, 헤게모니 전통으로 귀환했다. 개디스는 오늘날 미국의 안보전략이란 단지 이러한 전통적 전략이 전지구적 규모로 확대된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부시 독트린, 즉 “미국은 테러리스트들이 어디에 있건 그들을 지원하는 정권과 함께 그들을 찾아내서 박멸할 것”이라는 선언은 이같은 상황에서 나왔다. 미국이 수호할만한 가치를 위하여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는 것에 개디스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러한 행동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신중함, 그리고 더더욱 중요한 것으로 동의가 필수적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그는 지금 미국의 중요한 과제가 “오만함을 최소화하면서 힘을 행사하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 궁극적으로는 ”다른 어떤 대안보다도 미국이 아직도 더 나은 삶을 제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충고한다.
하버드대학 출판부에서 2004년에 간행한《9.11의 충격과 미국의 거대전략》은 영향력 있는 학자가 9.11 이후 미국 거대전략 변화의 원천과 성격, 그리고 방향을 분석?전망한 거의 최초의 시도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과거와 현재는 물론, 미래의 향방을 가늠하는 길잡이 역할을 해 줄 것이다. 누가 미국의 리더가 되건, 그(녀)는 당분간 이 책에서 도출된 권고를 통해 미래의 국제정치의 비전을 설계해 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도 미국과의 ‘협력’관계가 불가피한 우리로서도 이 책이 가진 중요성은 간과하기 어려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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