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국 국제정치의 비극

존 J. 미어셰이머 지음 이춘근 옮김

판매가(적립금) 재판준비중
분류 나남신서 1042
판형 신국판
면수 754
발행일 2004-08-25
ISBN 89-300-8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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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9. 4.(토) 동아일보 책의 향기 중에서.....>

[인문사회]‘강대국 국제정치의 비극’…해피 엔딩은 없다
◇강대국 국제정치의 비극/존 J 미어셰이머 지음 이춘근 옮김/747쪽 3만5000원 나남출판

저자 존 J 미어셰이머는 중국은 아시아의 유일한 패권국이 되려 할 것이고 미국은 이런 중국을 저지하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렇게 되면 중국과 미국 사이에는 안보경쟁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2002년 중국을 방문한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칭화대에서 당시 국가부주석이었던 후진타오와 나란히 앉아 박수를 치고 있다.

E H 카의 ‘20년간의 위기’, 한스 모겐소의 ‘국가간의 정치’, 그리고 케네스 월츠의 ‘국제정치이론’ 등은 국제정치학에 입문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저작들이다. 이른바 현실주의 국제정치이론의 전범이라 할 이 독서목록에 존 미어셰이머가 한 권을 추가했다.

국제정치의 현실주의이론은 비교적 단순한 서너 가지의 전제에서 출발한다.

인간들이 구성하고 이끌어 가는 국가는 원래 세속적이고 이기적이어서 이익의 확장, 즉 팽창을 지향한다는 것. 국제사회에서는 더 이상 상위의 권위체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윤리와 도덕이 아닌 물리적 힘이 국가의 주요 목표이자 대외정책 수행의 수단이 된다는 구조적 특징. 그 결과 충돌하거나 경쟁할 수밖에 없는 국제사회에서 평화와 안정은 난망한 것이라는 비관주의다.

이 간단하고도 이해하기 쉬운 전제들을 골간으로 삼기 때문에 현실주의이론은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과학적 이론이 아니면서도 ‘이론’의 월계관을 쓰고 지난 반세기 이상 국제정치학 분야에서 난공불락의 요새로 군림해 왔다.

따라서 이 이론은 그 관점을 비판적으로 공격하는 연구자든 전적으로 찬동하는 연구자든, 반드시 들여다보지 않으면 안 되는 국제정치학의 이정표가 되었다.

새뮤얼 헌팅턴은 미어셰이머의 이 책에 대해 “모겐소와 월츠의 저작들과 같은 반열에 있거나 혹은 여러 측면에서 그들을 능가하고 있다”고 평가하는데, 이는 결코 과장이 아니다.

저자는 ‘공격적 현실주의’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하며 때때로 모겐소와 월츠의 논리에 비판의 칼날을 들이댄다. 그러나 저자의 주장은 ‘생존’에 대한 본능을 바탕에 깔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과 철학적 논리를 같이하고 있다.

강대국들이 서로를 두려워하고 권력을 위한 경쟁을 벌이며, 강대국들의 목표는 상대방을 압도할 수 있는 지위를 차지하는 것이란 설명이다.

저자는 지난 두 세기 동안의 국제관계 현상들을 포괄적으로 활용해 정교하게 이론화했다. 특히 부상하는 강대국 중국에 대한 이론적 평가와 행동 예측, 그리고 미국의 대아시아정책에 대한 전망을 시도함으로써 ‘정책적 처방’에 미진했던 현실주의의 요새에 바깥 성채를 한 겹 더 두르는 데 성공했다.

경쟁국을 모방하려는 강대국의 특성상 중국은 아시아에서 패권을 지향할 것이며, 당연히 미국과의 경쟁과 충돌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은 저자의 논리에서 보면 자연스러운 귀결이다.

또 중국이 자제하면 미국 역시 아시아에서의 후퇴를 고려하게 될 것이라는 주장은 현실주의이론과 정책적 처방을 연계시킨 진일보한 시도다.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 강대국들의 오만불손한 행태에 비분강개하는 사람들이나 이른바 ‘친미주의자들’의 주장이 시대착오적이라고 조소하는 사람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이 국가들이 결코 ‘주변’이 아니라는 사실, 그리고 ‘친미주의자’들의 주장이 관성과 타성에 젖은 감상적 친미주의만은 아니라는 점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원제 ‘The Tragedy of Great Power Politics’(2001년).

(이웅현 고려대 평화연구소 연구교수·국제정치학)


<서평문화 2004.겨울(제56집) 중에서........>

권력정치론의 회고와 현대적 재발견

세계 국제정치학계의 주요 논쟁을 주도하는 미국에서 최근 일어난 학계의 동향은 현실주의와 자유주의간 논쟁의 퇴조와 구성주의의 대두로 요약된다. 국제질서의 갈등과 평화를 자아내는 주요 원인이 국제구조의 투쟁적 속성에서 기인하느냐, 아니면 협력적 국제규범과 제도의 심화 여부에 달려 있느냐에 대한 끈질긴 공방은 탈냉전 21세기의 시대에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는 견해가 설득력을 얻기 시작했다. 또한 각광을 받기 시작한 구성주의자들은 국가간 의혹과 적대감을 강조하는 현실주의적 분석틀을 국제적 규범을 규정하는 행위자들의 담론으로 대체하고자 하는 노력을 기울였다. 여기에는 전쟁과 평화는 국제정치 구조에 의해 결정적으로 주어지는 산물이 아니라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문제의식과 규범 창출 노력에 좌우될 수 있다는 적극적인 역사관이 자리잡고 있다.
이러한 즈음, 시카고대학의 미어샤이머(John J. Mearsheimer)교수가 펴낸 저술 ?강대국 국제정치의 비극(The Tragedy of Great Power Politics)?은 현실주의 계보 이론을 ‘위기’로부터 구해내고자 하는 결연한 의지의 산물로 평가된다. 그는 탈냉전 시대와 새로운 세기의 도래에도 불구하고 국가주의가 태동한 이래 지난 700년간 국제사회를 주도해 온 무정부적(anarchic) 국제환경은 조금도 변화하지 않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이 책이 담고 있는 새로운 업적은 월츠(Kenneth N. Walts)가 이룩했고 20여년간 아성을 유지해 왔던 구조주의적 현실주의(이른바 신현실주의)를 한층 정교화 하는 가운데 이의 비판적 계승 및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는 점이다. 구조적 현실주의는 인간 본능의 투쟁적 속성에 주목했던 고전적 현실주의를 국제안보환경에 종속되는 국가간 형태를 설명, 예측하는 연역적 논리로 발전시킨 데에 그 공헌이 있다. 선한 나라, 약한 나라가 따로 있어 갈등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 자신의 생존을 그 어느 누구에게도 보장받지 못하는 민족국가 체제의 존재 자체가 문제라는 가설에 기초한다.
미어샤이머 교수는 월츠와 그의 추종자들이 이제까지 가꾸어 온 구조적 현실주의는 한마디로 방어적 현실주의(defensive realism)라고 규정한다. 힘센 국가들이 서로 패권국 지위를 놓고 겨루다가도 적정한 세력균형(balance of power)에 도달하면 되도록 이러한 현상질서(status quo)를 지키려고 하는 속성이 강하다는 주장이라는 것이다. 여기에는 무리하게 힘을 팽창하는 것보다는 일단 이루어 놓은 강대국 지위를 지키고 경쟁국들로부터의 새로운 도전요인을 적은 비용으로 대처하는 방어에 치중하는 전략이 합리적이라는 일반화가 깔려 있다. 전쟁까지 갈 상황이 아니거나 승산이 전혀 없는데도 무력분쟁이 발생하는 많은 경우 정책 결정과정에서의 판단착오나 오인(misperception)이 작용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들도 월츠의 구조주의를 세부적으로 보강하는데 기여했을 뿐, 현상유지에만 주목하는 편향성은 극복하지 못했다는 것이 저자의 문제제기이다.
역사상 강대국들은 예외 없이 현상유지를 넘어선 현상타파를 꾀해 왔으며 이러한 패권적 형태는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변함없이 관찰될 것이라는 필자의 주장은 공세적 현실주의(offensive realism)라는 새로운 현실주의 계보의 장(場)을 열고 있다. 그러나 그의 주된 관심은 기존 현실주의의 맹점을 부각시키는 것보다는 이의 건설적인 계승과 발전을 도모함으로써 전통적 라이벌 자유주의에 대한 상대적 우위를 점하고 구성주의의 규범론적 접근에 철퇴를 가하고자 하는데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미어샤이머는 그의 지적(知的) 스승인 카아(E.H. Carr), 모겐소(Hans Morgenthau), 월츠(K. Waltz)에 대한 진한 애정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현실주의를 거듭나게 하여 이를 지키고자 하는 사명감에 충만해 있다고 할 것이다. 미어샤이머의 글을 많은 사람들이 인용하고 또 그를 비판하는 글이 봇물처럼 쏟아지는 이유는 그의 주장이 늘 도발적이고 강력한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동 시대의 이론가, 전략가들이 대체로 결론지어 놓은 상식적인 주장들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경우가 많아 도발적이다. 그러나 자신의 도발적인 주장을 증명해내기 위해 그가 동원하는 방대한 외교사적 자료와 엄밀한 사례연구 결과들을 대하노라면 그의 주장들이 함부로 내쳐 팽개치기에는 너무나 강력한 연구결과라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본 책에서 저자는 지난 150년의 기간동안 등장했던 주요 강대국들이 어떠한 대외 팽창정책을 펼쳤고 이에 대항하는 다른 국가들의 형태는 각 사례별로 어떠했는지 분석하고 있다. 비교사례 연구를 통해 그가 도출해낸 일반화는, 미국과 소련이 대립했던 바와 같은 양극체제의 경우 상호 견제의 세력균형 정책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으며, 다극체제의 경우 빌헬름 황제의 독일(1890~1914년)처럼 강력한 패권도전 세력이 부상할 시에는 주변국들의 연합 대응전선이 형성되고, 같은 다극체제라도 최대 패권국의 힘이 상대적으로 미약할 경우(1860년대의 프러시아, 1930년대의 나치 독일, 18세기 후반기의 혁명기 프랑스 등) 역내 세력들이 서로 책임을 전가하는(buck passing) 경향이 있어 대규모 무력분쟁을 예방하는 데 실패할 확률이 크다는 것이다. 즉, 역사를 분문하고 모든 강대국들은 패권적 지위를 획득하기위해 공세적 현실주의를 표방 한다는 점에 있어서 예외란 있을 수 없으며, 다만 사례별로 그 공세주의의 적극성이 크고 작게 나뉘는 이유는 국가의 전략목표가 달라서가 아니라 당시에 처한 국제환경(특히 국가간 힘의 분포상태)이 현실적으로 택할 수 있는 정책수단을 다르게 규정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미국이 20세기에 들어 독보적인 패권국 지위를 차지했음에도 대외영토 팽창을 시도하지 않은 이유는 그것을 원치 않아서가 아니라 이미 충분히 넓고 쓸만한 영토를 확보한 상태에서 이에 대한 국내적 지배권을 강화하고 역내의 확고한 패권을 다지는 일이 급선무였기 때문이었다고 설명한다. 더욱 중요하게는 광활한 바다를 건너 다른 대륙에 세력을 투사할 수 있는 해군, 공군력은 물론이고 특히 장기간 영토지배를 담당할 대규모 육군을 미국조차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현대의 대다수 군사전략가들이 해 ? 공군력의 중요성 증대를 지적하는데 반해, 타 지역에 대한 강력한 장기지배를 가능케 하기 위해 육군에 대한 투자가 더욱 필요하다는 미어샤이머의 주장은 도발적이기까지 하다. 관건은 아직도 강대국들의 절체절명의 목표가 영토의 대외팽창일까 하는 점이다. 물론 미국의 이라크 점령과 장기주둔을 통한 민주화 이식작업을 가능케 하는 것은 강력한 미 육군의 존재일 것이다. 그러나 현대 국제사회에서 미국을 포함한 어느 강대국들도 침략을 통한 세력권의 확대를 지상과제로 삼는 경우는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결국 ?강대국 국제정치의 비극?은 21세기 국제질서를 조망함에 있어 강력하지만 단순한 공세적 현실주의 논리가 얼마나 적실성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남기고 있다. 부시행정부의 미국이 원초적인 대외침략 대신 선별적 대외개입(selective engagement) 정책을 택하는 이유는 미국의 능력의 한계에서 비롯되는 수단적 제약에서 비롯되기보다는 더 이상 그러한 형태를 용인하지 않는 국제사회의 규범이 작용해서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앞서간 패권국들에 비해 인명살상과 무력의 사용빈도에 있어 훨씬 덜 폭력적인 미국에게 국제사회로부터 보다 따가운 시선이 모아지는 이유는 지구촌을 하나의 신경망으로 묶어놓은 정보화의 혁명으로 인해 세계시민사회의 패권국 감시기능이 극대화된 까닭도 있을 것이다. 저자의 말대로 미국의 지도자들이 한결같이 표방하는 자유주의 노선은 수사학(rhetoric)에 불과하며 실제 정책내용은 철저한 현실주의로 귀결된다 할지라도 수사학으로서의 인권존중, 평화주의 정신이 궁극적으로는 국제사회의 규범틀로 자리 잡아 가리라는 희망을 저버리기엔 아직 이르다 할 것이다.
강한 국가의 시각에서만 바라본 미어샤이머의 국제정치론은 우리 한국에게 어떠한 시사점을 던지고 있을까? 강대국들의 틈바구니에 둘러싸여 분단의 시련과 약소국 생존외교의 이중적 난제를 안고 살아야 하는 한국에게 있어 아직도 군사이슈는 서계의 중심에 서 있다는 그의 성격과도 같은 메시지는 더더욱 적실성이 있어 보인다. 다만 패권국이 아닌 한국의 대외전략을 입안해야 하는 우리로서는 이 책의 분석틀을 우리의 실정에 맞게 재해석하는 노력을 기해야 한다. 모든 국가는 생존에 필요한 자위력을 갖추고자 할 것이 마땅하므로 북한의 핵 보유 기도도 일리가 있다는 필자의 분석을 한국의 한반도 비핵화 정책에 연결시켜서는 안 될 것이다. 또 중국이 더욱 강해지고 미국의 동북아시아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 때 주한미군은 철수할 수도 있다는 이 책의 전망은 한국의 국가전략과는 매우 동떨어진 한 학자의 예측으로 끝나야 할 문제이다.
(※ 필자의 요청으로 ‘미아셰이머’를 ‘미어샤이머’로 표기)

(김태효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2006년 대한민국학술원 우수도서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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