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의학으로 본 한국사회

이성주(동아일보) 지음

판매가(적립금) 10,000 (500원)
분류 나남신서 1044
판형 신국판
면수 296
발행일 2004-08-05
ISBN 89-300-80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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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도서 금액     10,000
[인문사회]‘뇌의학으로 본 한국사회’…편가르는 사회

◇뇌의학으로 본 한국사회/이성주 지음/290쪽 1만원 나남출판

‘내 편, 네 편’을 가르는 현상이 심각한 한국 사회를 정신의학 측면에서 보면 어떨까.
인격이 미성숙한 5, 6세의 어린이들은 대상을 양분한 뒤 ‘내 편’은 뭘 해도 좋게 보는 ‘동일화’ 의식을 갖는다. 반면 ‘상대편’에 대해선 자신의 열등감이나 욕망을 전가하는 ‘투사(投射)’ 방식으로 책임을 떠넘긴다.
저자는 다양한 한국 사회의 병리 현상을 정신의학의 범주로 들여다본다.
그는 △극단적으로 외모를 중시하는 ‘신체이형(異形) 장애’ △사촌이 논을 사면 배가 아픈 ‘평등강박 장애’ △모든 분야에서 특정 인격을 요구받는 ‘다중인격 장애’ △성인이 돼도 어른 역할을 못하는 ‘피터팬 증후군’ △유난히 휩쓸리기를 좋아하고 집단 속에 안주하는 ‘집단 히스테리’ △순간에 안주하며 충동적으로 생활하는 ‘하루살이 증후군’ 등을 주요 병리현상으로 들고 있다.
자신만 아는 ‘유아(唯我)’와 미성숙한 ‘유아(幼兒)’적 인격을 고칠 대안은 없을까. 책에 실린 저자의 대답은 귀담아들어 볼 만하다.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동아일보 2004. 8.7일자)

<출판사 보도자료>

근자에 사회적인 화두(話頭)로 자리잡다시피 한 웰빙(well-being)은 건강하고자 하는 인간들의 욕구를 보여주는 것이다. 동어반복으로 들릴 수 있겠지만 그것은 개인들의 삶이 건강하지 않다는 반증이다. 하지만 그러한 웰빙이라는 유행의 담론에는 아이러니컬하게도 잘 살고자 하는 욕구만 존재하고, '우리는 건강한가?' 혹은 '우리는 왜, 어떻게 건강하지 못한가'라는 아주 기본적인 질문은 잊고 있는 듯 하다.
7년 동안《동아일보》에서 의학 분야를 담당한 저자는 이런 원론적인 질문에서 이 책을 시작한다. 한국인들이 한국이라는 사회 속에서 살면서 겪는 정신적 피로감과 그로 인한 각종 병리적 증상들 그리고 그 병원(病原)에 대해 정신의학적인 분석을 진행한다. 그 분석의 결론은 당연히 건강하고 행복한 삶의 추구이다. 현 시대의 유행하는 웰빙의 테마가 운동과 식이요법으로 개인의 건강을 추구하는 것이라면, 한국사회를 구성하는 한국인들의 사회적 삶에 대한 정신의학적 분석인 이 책은 사회적 삶의 웰빙을 모색한 책이라 할 수 있다.
지적했다시피 이 책의 저자는 우선 '한국인들은 정신적으로 건강한가'라는 아주 평범하지만 실로 중요한 질문을 한다. 저자의 자문(自問)에 대한 답은 '그렇지 않다'이다. 물론 저자가 한국사회를 부정적으로 보려는 것만은 아니다. 저자 자신도 지적하고 있듯이 한국인들은 그 장점이 실로 많다. 한국인들은 그 특유의 역동적 성격(Dynamic Korea라는 말이 잘 보여주듯이)으로 한강의 기적을 이루었을 뿐만 아니라, 정치사회적인 발전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왔다. 그러나 그 역동성의 이면에 '그늘'이 있으니, 그 그늘에 한국사회의 병리적 증상이 존재하고 그것은 우리가 반드시 치유해야할 것들이다.
저자는 한국사회의 병리적 현상들을 극단적 외형중시, 물귀신 심리, 다중인격 경향, 의존 경향, 충동성, 집단 히스테리적 경향 등으로 정리하고 있다. 이러한 말들은 선뜻 눈에 들어오지는 않지만, 조금만 말을 달리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얼짱과 몸짱에 대한 열광적 유행이나, 사돈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 심리, 천재들을 끊임없이 도태되게 만드는 평등강박적 증상들, 끊임없이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봐야만 하는 한국인들, 나이가 들어서도 여전히 어린아이처럼 구는 '장진구형 인간' 등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것들이다. 이러한 경향들이 모인 우리 사회를, 구성원들이 자기밖에 모르고 인격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아 어른스럽지 못한 '유아유아(唯我幼兒) 사회'라고 저자는 정의 내리고 있다.
이런 병리적 현상이 나타나게 된 원인, 즉 병원(病原)은 보는 시각과 관점에 따라 달리 나타날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병리적 증상의 원인을 정신의학, 뇌의학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뇌의학적으로 우리의 뇌는 마치 솥의 세 발과 같이 세 가지 뇌, 즉 감정과 정서의 뇌인 옛겉질(구피질[古皮質]) 그리고 생존과 본능을 담당하는 원뇌(原腦), 그리고 이성과 분석의 뇌인 새겉질(신피질(新皮質)) 이 세 가지 뇌가 균형을 이루어야만 한다. 이 세 가지가 균형을 이루어야 하는데[鼎立之勢] 그 균형이 깨졌기 때문에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은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못하다고 저자는 판단한다. 특히,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합리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새겉질보다 감성과 정서의 뇌인 옛겉질이 과잉 활동하는 사회가 바로 한국사회이며 이런 경향과 원인으로 사회의 병리적 현상이 일어난다고 저자는 본다.
한발 더 나아가 저자는 한국사회에서 현재 진행형인 사회적인 현상들을 해부, 분석한다. 그 대상이 되는 현상들은 성형수술의 유행이나 나이가 들어서도 부모의 품에서 어린이처럼 구는 피터팬 증후군, 월드컵 때의 광화문 응원과 같은 사회적인 현상에서부터 탄핵사태와 그와 관련된 촛불시위, 정치적으로 큰 이슈가 되고 있는 진보와 보수의 논쟁 등 민감한 정치적 사안까지 다루고 있다. 그러한 분석 속에서 저자는 한국인들의 심성 속에 있는 열등감이나 집단 히스테리적 성격을 끄집어낸다. 외모지상주의에서 무의식적인 열등감을, 월드컵 응원이나 촛불시위에서 표류하는 자아들이 집단에 함몰되어 자신을 잃어버리게 되는 집단히스테리를, 진보와 보수의 논쟁에서는 어린아이에게서 볼 수 있는 극단적인 선악의 분리(分離)나, 자신의 욕망에 대한 잘못된 투사(投射)를 이끌어 낸다. 이런 분석에서 저자는 사람들이 대화나 타협보다는 자신의 몫을 주장하기에 바쁜 유아(幼兒)적 성격을 벗어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자칫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을 이러한 분석은 한국인들이 은연중에 가지고 있는 열등감을 극복하는 올바른 길이나 성숙한 개인과 집단간의 건강한 관계의 모색이라는 의도를 저자가 일관되게 견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진단이 있으면 처방이 있는 법이다. 저자는 한국사회의 병리적 현상에 대한 처방을 내리고 있는데, 처방의 스펙트럼은 폭이 넓고, 그 내용 또한 구체적이다. 법과 제도 같이 거시적 차원에서 한 개인의 일상적 삶에 필요한 건강법까지 저자는 제시한다. 저자의 처방전은 4S―4S로 요약된다. 첫 번째는 자신에 대한 반성(反省)과 천착(穿鑿)을 의미하는 Self-Knowledge(자기인식)이다. 특히 집단중심적 사회이고, 집단에 개인이 함몰되기 쉬운 한국사회에서 자아에 대한 반성과 천착은 중요한 의의를 지닌다. 다음으로는 그러한 자기인식에서 자기 자신에 대한 솔직한 인정으로 나아가고 거기에서 Self-Esteem(자신에 대한 존중)이 생겨난다. 다음으로는 Social Stability(사회의 안정)이고 마지막으로는 Seeking Happiness(행복에 대한 적극적 추구)이다.
이 중 Social Stability는 정치적인 논리의 영향력을 축소하자는 Small Politics(작은 정치), 그리고 사회의 기본적인 규칙의 정립과 법지배 사회의 구축을 의미하는 Setting Up a Law-Abiding Society(법지배 사회의 구축), 그리고 국민들의 편에서 국민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정부상의 확립을 의미하는 Service of Civil Servant(공무원의 서비스 정신 제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Superiority of Rationalism by the Cultural Establishment(문화기구의 정상화를 통한 이성사회의 확립)이라는 네 가지로 구성된다. 이렇게 해서 4S―4S의 처방전이 구성되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거시적 차원의 처방전만 있는 것이 아니다. 저자는 개인의 행복을 위해 구체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지침 또한 제공하고 있다.
저자가 지적하듯이 정신의학으로 한국사회를 분석하고 파악하는 책은 의외로 드물다. 그래서 정신의학적으로 한국사회를 다룬다는 사실만으로도 이 책은 의미가 있다. 그리고 더욱더 의미있는 것은 개인적 차원에서 끝나는 웰빙이 아니라, 사회적 삶에서의 웰빙 방식을 저자가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신적 사회적 삶의 웰빙을 위한 처방전은 한국이라는 사회 속에서 사는 사람들이 느낄 수밖에 없는 사회적 피로감(疲勞感)을 풀고 쾌적한 사회와 개인간의 관계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1장 정신 차릴 수 없는, 또는 차리지 못하는
2장 깨어진 삼각형, 마음이 균형을 잃었다
3장 왜 우리 마음에 금이 가 있을까?
4장 무의식과 의식의 평화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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