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브라더 아메리카-9·11테러와 표현의 자유

한종호 지음

판매가(적립금) 14,000 (700원)
분류 나남신서 1013
판형 신국판
면수 356
발행일 2004-02-15
ISBN 89-300-80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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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도서 금액     14,000
9·11 테러가 바꿔놓은 미국
《렉서스와 올리브나무》로 유명한《뉴욕타임스》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미국의 역사를 9·11 테러 이전과 9·11 테러 이후로 나누어 설명한 칼럼집《경도와 태도》로 지난 해 자신의 세 번째 퓰리처상을 받았다. 비단 프리드먼에게뿐 아니라 미국의 수많은 학자와 관리 및 언론인들에게 9·11 테러는 미국의 200여 년 역사를 그 이전과 그 이후로 나뉘게 하는 분수령이 되는 사건이었다. 21세기는 9·11 테러 그리고 이에 대한 미국의 보복 전쟁으로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선은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에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1812년 이후 처음으로 본토 공격을 당한 미국은 국가안보(national security)와 안전(safety)을 증진한다는 명목으로 국내에서도 대대적인 테러와의 전쟁을 전개했다. 그러나 전쟁은 시작됐지만 누가 적인지, 그 적이 언제 어디에서 어떤 형태로 출몰하는지, 도대체 그 실체가 있기는 한 것인지에 대해 미국 정부는 뚜렷한 대답을 하지 못했다. 실체도 흔적도 없는, 증오와 공포라는 이름의 적을 색출하기 위해 미국 정부는 매카시 선풍을 능가하는 마녀사냥을 시작했다. 단지 9.11 테러의 범인들과 외모가 비슷하다는 이유로, 또 회교도이거나 아랍 지역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증오범죄(hate crime)의 대상이 되고 수사기관의 체포 대상이 되는 일이 미국 전역에서 벌어졌다. 부시 대통령의 전쟁노선을 비판하거나 슬쩍 비꼬기만 해도 여지없이 반역자라는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다. 이 때문에 많은 비판적 지식인들이 직장을 잃었고 연주자들은 무대를 잃었다.
9.11 테러 공격으로 무너진 것은 세계무역센터(WTC) 빌딩만이 아니었다. 국가안보를 앞세운 광기 앞에서 지난 300년 동안 미국 사회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요람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밑받침이 되어 준 기본적 가치들이 큰 손상을 입어야 했다. 그 가운데서도 ‘자유 중의 자유’(freedom of freedom)로 불려 온 ‘표현의 자유’(freedom of expression)는 테러와의 전쟁의 와중에 최우선 가치로 등장한 ‘국가 안보’(national security) 앞에서 절름발이가 되고 말았다. 애국주의와 국가안보의 이름 아래 모든 것이 정당화되는 억압적 분위기에서 신보수주의라는 극우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힌 부시 행정부는 테러와의 전쟁에 필요하다는 이유로 전 사회를 거대한 감시 통제 시스템으로 개조하기 시작했다. 헌법이 보장하는 시민적 자유와 권리를 헌신짝처럼 내팽개치고 영장도 없이 무고한 시민의 전화를 엿듣고 이메일을 뒤지며 단지 수상하다는 의심만으로 몇 달씩 이민자들을 감금하면서 가족과 변호사의 접견조차 허용하지 않는 으스스한 공안정국이 자리를 잡아갔다. 정부는 법과 제도를 뜯어고쳐 정보기관과 수사기관의 권한을 무한대로 넓혀갔고 조지 오웰의《1984년》에 나오는 ‘빅 브라더’를 연상케 하는 감시 통제 시스템 속에서 개인의 프라이버시는 점차 형체를 찾아보기 어려운 위기에 빠져들었다.
뿐만 아니라 시민사회 내에서도 사상의 자유공개 시장에 대한 공감대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으며, 정부에 대한 비판을 금기시하고 침묵을 강요하는 억압적 분위기가 그 틈을 파고들었다. 단지 부시 대통령을 비판했다는 이유만으로 언론사 칼럼니스트가 일자리를 잃는 일까지 벌어졌다. 인종과 종교를 이유로 하는 차별도 눈에 띄게 심해졌다. 개인의 존엄성과 사상의 자율성보다는 집단적 가치와 목표가 우선시되는 무겁고 숨막히는 분위기가 미국 사회를 짓눌렀다. 이에 맞서 표현의 자유를 수호하고 확대하기 위한 지식인 사회의 노력도 활발히 진행되었다.
미국의 지난 역사는, 이와 같은 현상이 이례적이거나 예외적인 것이 아니라 영국으로부터의 독립을 위한 혁명전쟁 이후 역사의 주요 고비에서 끊임없이 되풀이 발생해 온 것임을 생생히 보여준다. 20세기 들어서도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한국전쟁, 베트남 전쟁과 걸프전쟁 등을 거치면서 미국은 국가안보(national security)와 표현의 자유(freedom of expression)라는, 결코 포기할 수 없는 두 개의 가치의 충돌과 대립으로 몸살을 앓아야 했다. 미국이 자랑하는 자유와 평등은 결코 저절로 얻어진 것이 아니라 이와 같은 갈등과 진통 속에 힘겹게 축적돼 온 사회적 합의에 다름 아닌 것이다.
<책의 구성과 주요 내용>
이 책의 연구 대상은 9·11 테러 공격 이후 미국 사회의 각 영역에서 정치적 메시지를 담은 표현 행위를 겨냥해 정부 혹은 민간 차원에서 나타난 다양한 양태의 억압 그리고 이에 대응한 각계의 비판과 반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근대 미국의 역사 속에 나타나는 유사 사례들 그리고 미국 연방대법원의 기념비적 판결을 통해 확립된 표현의 자유에 대한 사법적 원칙들을 함께 소개함으로써 개별적 사안에 담긴 보편적 논점들을 찾아내고 이에 대한 법적 정치적 가치평가를 시도하고 있다. 이 같은 연구는 산업화 시대와 민주화 시대를 거쳐 이제 새로운 시민 민주주의 시대로 이행하기 위한 과도기에 머물러 있는 한국 사회에서 언론을 비롯한 시민사회 각 주체들의 자유롭고 다양한 표현 행위가 정부나 정치권 혹은 다른 민간 그룹의 부당한 간섭과 억압으로 인해 봉쇄 당하지 않을 수 있도록 보호하기 위한 법적·정치적·철학적 원칙을 수립하는 데 밑거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보도자료

* 9·11테러뒤 달라진 美사회
‘9·11테러’를 분수령으로 그 전후(前後)의 미국은 분명히 달라졌다. 회교도나 아랍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수사기관의 체포대상이 되는가 하면, 부시의 전쟁노선을 비판하면 반역자라는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고, 많은 비판적 지식인과 연주자들이 직장과 무대를 떠나기도 했다.
테러로 무너진 것은 쌍둥이 빌딩만이 아니다. 국가 안보를 내세운 광기 앞에 미국의 가장 큰 강점이었던 표현의 자유마저 맥을 못추고 있다. 부시행정부는 테러와의 전쟁이란 이유로 전 사회를 거대한 감시통제시스템으로 개조했다. 전화를 엿듣고 e메일을 뒤지며 수상하다는 의심만으로 이민자들을 변호사 접견도 허용치 않고 몇달씩 감금한다. 조지 오웰의 ‘1984년’에 나오는 ‘빅 브라더’가 실제 등장하고 있는 것인가.
정치부에서 외교분야를 오래 취재해온 언론인인 저자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대학 저널리즘 스쿨에서 방문연구원으로 1년간 머물던 중 ‘9·11테러’를 현지에서 접했다. 이후 미국의 변화과정을 면밀히 추적해 저널리스트적 시각에서 ‘9·11테러와 표현의 자유’문제에 접근하고 있다.
엄주엽기자 (2004. 2. 19 목 문화일보)


[인문사회]'빅 브라더…' 미국, 그 보이지 않는 '감시의 제국'
2001년 9·11 테러 이후 ‘대 테러 전쟁’에 나선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미국을 어떻게 ‘빅 브라더’가 통제하는 사회로 바꾸어 나갔는지 짚어본 책이다.
미국 영화 ‘트루먼 쇼’는 개인 사생활을 상업적으로 생중계하는 가상 세계를 담은 것이다. 2001년 7월부터 1년간 미국에 체류한 저자(문화일보 차장)는 현재 미국 사회는 안보라는 이름 하에 ‘트루먼 쇼’ 사회로 나가고 있다고 진단한다. 이 때문에 미국 사회의 표현의 자유는 유례없이 위축돼 있다는 것이다.
미국 국방부 규모와 맞먹는 국토안보부가 신설됐고, 이 부처의 활동을 법적으로 뒷받침하는 애국법이 통과됨으로써 감청, 비밀체포, 전자감시 등이 사실상 합법화된 상태다. 일례로 일부 미국 공항에 도입된 엑스레이 신체 검색 카메라는 검색대 위에 선 남녀의 나체 윤곽과 몸의 굴곡을 그대로 드러낸다.
권기태기자 kkt@donga.com
- 동아일보 > 책의 향기 (2004. 2. 28 토)
머리말

제1장 첫 번째 표적: 이민자들
1. ‘팔머의 공세’와 ‘애쉬크로프트의 공세’
2. 아랍계 이민자에 대한 공격
3. 특별등록제도
4. 난민 및 망명자 수용정책의 후퇴
5. 이민자 차별의 어두운 역사
6. 이슬람 공포
7. 비밀 군사법원 논란
8. 불법구금자 신원공개 거부
9. 아프간전쟁 포로 처우논란

제2장 두 번째 표적: 표현의 자유와 시민민주주의
1. 팅커의 검은 완장 사건
2. 감히 대통령을 비판하다니…
3. 성조기의 물결과 애국주의
4. 대통령의 행차와 집회-시위의 제한
5. 침묵의 강요: 반전평화주의에 대한 관용의 실종
6. 누드시위
7. 학교에서의 표현의 자유
8. 성조기를 이용한 의사표현의 제한
9. 국기에 대한 맹세
10. 대통령 영웅만들기
11. 미국의 최고가치는 국가안보(?)

제3장 애국주의와 애국법 Ⅰ, Ⅱ
1. 애국법(USA PATRIOT Act) 제정
2. 독소조항들
3. 애국법에 대한 시민사회의 저항
4. 제2애국법(PATRIOT Act-2) 추진
5. 국토안보부 신설
6. CIA-FBI의 차단벽 붕괴, 정보공유

제4장 감시사회의 도래
1.〈트루먼 쇼〉와 프라이버시
2. 전자 주민등록증(National ID Card) 도입 논란
3. TIA: 현실로 다가온〈마이너리티 리포트〉
4. CAPPS-Ⅱ와 CTS
5. 데이터감시와 프라이버시의 위기

제5장 닫힌 정부: 실종된 정보의 자유
1. 웹사이트 정보삭제
2. ‘닫힌 정부’
3. 애쉬크로프트 메모 사건
4. 트루먼 대통령의 비밀문서 시스템 도입과 정보공개법
5. 국방부의 비밀해제 재검토
6. 사회기반시설 관련정보 통제의 폐해
7. 국토안보부는 정보공개법의 사각지대
8. 실패로 돌아간 역정보 실험
9. 거짓말은 대통령의 권리(?)
10. ‘그림자정부’ 사건
11. 비밀주의와 ‘열린 정부’

제6장 대통령의 정보공개 거부 : 행정특권
1. 대통령은 정보공개의 성역인가
2. 행정특권 발동의 법적 원리
3. 사례 1: 체니 부통령과 의회의 정보공개 전쟁
4. 사례 2: 법무부 문건 사건
5. 사례 3: 톰 릿지 의회증언 논란
6. 사례 4: 통치서류(Presidential papers) 케이스
7. 사례 5: 9·11테러보고서

제7장 전쟁과 전쟁보도
1. 래리 플린트의 언론자유(?) 투쟁
2. 아프간전쟁과 부시 행정부의 보도통제
3. 전쟁의 최대 희생자는 ‘진실’
4. 전쟁, 국가안보와 표현의 자유의 정면충돌
5. 전쟁보도 통제의 역사
6. 전쟁보도협약
7. 새로운 모델 선보인 이라크전쟁
8. 펜타곤 비밀문서 사건
9. 전쟁보도와 표현의 자유
10. 폭스효과: 국익의 나팔수 애국주의와 애국언론
11. 피터 아네트 사건
12. 언론계의 자기반성

제8장 맺음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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