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의 공동체-민족주의의 기원과 전파에 대한 성찰

베네딕트 앤더슨 지음 윤형숙(목포대) 옮김

판매가(적립금) 구판판매종료
분류 나남신서 902
판형 신국판
면수 304
발행일 2003-10-05
ISBN 978-89-300-39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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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2002년 월드컵의 가장 큰 수확으로 열정적 길거리 응원을 꼽는다. '붉은 악마'는 우리 사회의 새로운 문화적 상징이며, 열광적 분위기는 세계에 한국의 독특한 이미지를 제고하였고 해외동포를 포함한 우리 국민의 민족적 자긍심마저 불러일으켰다.
이 책의 화두는 민족주의이다. 남북분단과 민족의 통일, 해외이주동포와의 관계 정립이라는 현실적·실천적 문제를 안고 있는 우리사회는 민족과 민족주의에 대한 성찰과 냉철한 이해가 절실히 요구된다. 한국사회에서 민족은 역사적·문화적 구성물이 아닌 단군 이래 내려오는 '원초적 혈연공동체'로 여겨지는 경향이 있다. 민족공동체라는 개념에 거의 본능적인 애착심을 보이기도 한다. 식민통치와 분단의 경험이 민족공동체라는 개념에 대한 한국인의 본능적인 애착심에 일정한 기여를 한 것으로 보인다.
민족 혹은 민족주의에 대한 논쟁은 크게 민족을 고대로부터 존재해 온 원초적인 실재로 보는가, 아니면 근대 자본주의 발전과정에서 생겨난 역사적 구성물로 보는가로 나뉜다. 민족을 왕조국가가 쇠퇴하고 자본주의가 발달하는 시기에 나타나는 특정한 '문화적 조형물'로 보는 앤더슨은 후자에 속한다. 앤더슨은 이를 '상상의 공동체'라고 부른다.
민족을 '상상의 공동체'로 보는 앤더슨의 관점에는 사회적 실재는 문화적으로 구성되고 경험되는 시·공간 안에 존재한다는 인류학적인 명제를 깔고 있다. 그러므로 민족을'상상의 공동체'라고 말하는 것은 어떤 사람들이 머리 속에서 마음대로 상상하거나 꾸민 것이라는 뜻이 아니다. '상상의 공동체'는 특정한 시기에 사람들의 경험을 통해서 구성되고 의미가 부여된 역사적 공동체이다.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역사적·문화적 구성물로서의 민족과 민족주의 담론이 가진 허허실실에 대한 냉정하고 엄중한 분석과 성찰이다. 앤더슨의《상상의 공동체》가 한국 민족주의의 역사적 형성과정과 담론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시각을 제공하기를 기대한다.

-보도자료-
"한·중의 반일 표출이 되레 일본 교과서 도와줘"

[중앙일보 2005-04-27 05:28]

[중앙일보 배영대.김상선] '민족=상상의 공동체'라고 주장해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베네딕트 앤더슨(69.사진) 미국 코넬대(동남아시아 정치학) 명예교수가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다. 그에 따르면 민족은 고대부터 내려오는 혈연 공동체가 아니라 근대 자본주의 발전 과정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1983년 그가 펴낸'상상의 공동체:민족주의의 기원과 전파에 대한 성찰'은 한국에서도 2002년 번역 출간(나남출판사)됐다. 이른바 '탈(脫)민족주의'를 전파하는 국내 연구자들이 단골로 인용하는 책이다.
한국동남아연구소(소장 오명석 서울대 인류학과 교수)와 서강대 동아연구소(소장 신윤환 정외과 교수)가 공동 초청한 그는 26일 오후 서울 서강대에서 '동남아의 부르주아 과두제'를 주제로 특별강연을 했다.
강연 전날인 25일 저녁 서울 지하철 2호선 구로디지털역 부근 보리비빔밥 식당에서 그를 따로 만났다. 그는 반주로 소주가 나오자 "좋습니다. 이거 진로 소주죠"라며 반겼고, 나물을 얹은 보리비빔밥도 맛있게 비벼 뚝딱 해치웠다.
대화는 최근 '역사 분쟁'이 벌어지고 있는 동아시아 상황을 중심으로 풀려나갔다. 그는 민족주의 비판자답게 누가 더 잘하고 못했는지에 비중을 두기보다는 전반적으로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일본 후소샤(扶桑社)판 교과서의 역사 왜곡과 영토 문제로 한국과 중국이 일본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일본 교과서 문제가 두 나라에서 심각한 이슈로 떠오른 배경이 궁금하다. 중국은 왜 갑작스럽게 화를 내는가."
-일본 우익이 공세적으로 나오는 데 대한 반작용 아닌가.
"후소샤판 역사 교과서는 일본에서 매우 미미한 채택률을 보였고 앞으로도 그럴 것으로 예상되는데, 한국과 중국의 반응이 오히려 그 교과서를 도와주는 것 같다. 일본 내에서 우익은 소수고 인기도 없다. 대부분의 일본인은 전쟁을 원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한.중.일 모두 사태의 배경에 민족주의가 깔려 있는 듯하다.
"민족주의는 단순한 허상 만은 아니다. 구성원의 소속감을 높이는 긍정적 기능도 한다. 하지만 달아오르고 가라앉기를 반복하는 민족주의의 성질을 정치인들이 악용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중국의 민족주의도 걱정스럽다. 체제의 정당성을 공산주의에서 찾아온 중국 정부가 자본주의화 과정에서 실업과 빈부격차 등 사회 문제가 계속 불거질 때 민족주의를 활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 독도 문제까지 있어 더 격앙될 수밖에 없다.
"독도 문제보다 남북 통일이 더 중요한 것 아닌가. 한국인은 독도에 대한 최근의 관심 못지않게 통일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계획을 갖고 있는가. 또 북한이 남침할 것으로 보는가. 역사 교과서나 독도 문제는 그보다 작은 문제가 아닐까."
-한국민에게 식민지 피해 경험은 대단히 중요하다.
"일본은 제국주의 시절의 가해 사실에 대해 한국과 중국에 사과하는 것이 옳다. 그리고 한국과 중국 정부도 따로 사과할 일이 있다. 중국 정부는 대기근과 문화혁명 시기에 중국 인민을 많이 죽게 한 일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 한국은 베트남 전쟁 때 했던 일에 대해 사과했는가. 사람을 죽였다는 점에선 그 주체가 정부가 됐건 다른 나라 군대가 됐건 똑같다고 본다."
-민족주의의 부정적인 기능이 지금도 표출되고 있다고 보는가.
"그렇다. 민족주의는 동아시아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 예로 모든 국가의 교과서는 다 문제가 있다. 자기 나라 젊은이들에게 자국의 역사에 대해 자긍심을 갖게 하기 위해 역사를 미화하고 있다. 많은 죄를 지은 강대국(Big Power)들이 더 많은 거짓말을 한다. 특히 미국이 가장 큰 문제다. 인도차이나 반도에서 여성과 어린이를 포함해 300만 명을 죽게 한 일을 미국 교과서는 기록하지 않는다. 미국은 전 세계에 평화와 민주주의를 전파한다고 주장하지만, 다른 나라 입장에서 볼 때는 미국 민족주의의 확산으로 보인다. 미국 TV들도 애국심을 강조한다. 사담 후세인이 죽인 이라크인보다 더 많은 이라크인을 미군이 죽이고 있는데도 이런 사실을 미국 언론에선 찾아볼 수 없다."

-그런 점이 꼭 미국만의 문제일까.
"물론 영국이나 프랑스도 예외가 아니다. 영국 언론은 최근 선출된 독일 출신의 교황 이름인 라칭거의 발음을 '나치'에 빗대 비아냥거렸고, 프랑스는 동구권 국가들이 유럽연합에 가입하는 것을 제한하고 아시아 이민자들을 차별하고 있다."
-세계화가 더 진행되더라도 민족주의는 여전할 것으로 보는가.
"민족주의는 형태를 달리하면서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한다. 오늘날은 19~20세기 전반까지의 민족주의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를 들면 해외에 나가 사는 교포들의 '원격지 민족주의'가 더 큰 문제가 될 수도 있다. 국적은 다르지만 출신 국가, 고국에 대한 감정적 유대감을 더 과격하게 표출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중국과 대만의 양안 문제를 놓고 해외의 화교들이 베이징(北京) 정부에 '대만을 공격하라'고 로비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글=배영대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 베네딕트 앤더슨은
민족주의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 베네딕트 앤더슨 미국 코넬대 명예교수는 1936년 중국 윈난(雲南)성에서 태어나 베트남인 보모의 보살핌을 받으며 자랐다. 초등학교 때 잠시 아일랜드에 살다 미국으로 이주해 고교까지 마쳤고, 영국 케임브리지대를 나왔다. 인도네시아 역사를 주제로 한 박사학위는 코넬대에서 받았다. 특정 국가나 민족에 애착을 갖기 힘든 성장 배경이 있는 셈이다. 현재 국적은 아일랜드지만 미국과 태국을 6개월씩 오가며 살고 있다.
그의 대표작'상상의 공동체'(사진)는 민족주의의 기원을 탐색한 역저다. 민족을 근대 이후의 정치적 필요에 의해 구성된 '상상의 공동체'라고 규정했다. 민족 공동체가 형성되는 과정에 언어.신문.출판 등 '인쇄 자본주의'발달이 크게 기여했다는 점도 밝혀냈다. 특히 아메리카 대륙에서 백인 이주민들의 민족주의가 태동하는 과정을 자세히 그려냈다.
이 책이 한국 사회에 던진 파장은 컸다. 한국 민족주의는 일제의 침략에 저항하는 과정에서 싹터 일종의 신성불가침한 이념으로 자리 잡아 왔기 때문이다. 한국사의 민족적 특수성을 강조하느냐, 아니면 세계적 보편성을 적용하느냐의 민족주의 논쟁이 '상상의 공동체' 덕분에 본격화됐다. 83년 출간된 이 책은 사회주의 민족국가 간의 분쟁을 예견했는데, 이후 구 소련과 동구권의 몰락 과정에서 그가 예측한 대로 분쟁이 벌어져 주목받기도 했다. 그는 요즘 '동아시아의 무정부주의'에 관해 집필하고 있다.
감사의 말씀
역자서문
개정증보판 저자서문

1 장 서 장
2 장 문화적 기원
3 장 민족의식의 기원
4 장 크리올 선구자들
5 장 구언어, 신모형
6 장 관주도 민족주의와 제국주의
7 장 마지막 물결
8 장 애국심과 인종주의
9 장 역사의 천사
10장 센서스, 지도, 박물관
11장 기억과 망각

역자해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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