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국가·민주주의

임혁백(이화여대) 지음

판매가(적립금) 재판준비중
분류 나남신서 1227
판형 신국판
면수 440
발행일 2003-07-05
ISBN 978-89-300-82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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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민주화와 정치경제이론

자유시장의 신봉자인 하이예크는《치명적 자만》에서 "시장 없이는 자유도 없다"는 자신의 명제를 다시 한번 강조하였다.
그리고 1년 뒤 그것을 확인이라도 해주려는 듯이 사회주의권이 무너졌다. 시장을 계획으로 대체할 수 있다고 믿었던 사회주의 이론은 애초부터 '치명적'이었다. 말하자면, 사회주의권의 몰락은 시간문제일 따름이지 이미 태어날 때부터 예견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이 시대의 복합적 변화를 하이예크처럼 자신있고 간명하게 요약해 버리면 좋겠지만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실험적 정치체제들의 성쇠로 가득 찬 금세기 인류의 대모험은 어떤 집약적 명제도 허락하지 않을 만큼 다중적이라는 점이 이를 허락치 않는다.

예컨대 이 시대의 변화를 '역사의 종언'으로 진단하는 시각은 속류 저널리즘의 경박한 단정이다. 단정적 논리는 힘이 있지만 본질을 놓칠 우려가 있다.

최근 유행하는 '무한경제' 개념이 '국가경쟁력 강화'라는 전략적 용어로 직역되는 과정에서 묻혀버리는 문제를 다시 캐묻는 사람은 드물다. 임혁백 교수는 그 드문 사람 중의 하나다.

그는 시장을 의혹에 찬 눈초리로 바라본다. 그는 자유주의자이면서도 시장의 자율성과 완전성을 믿지 않는다. 그는 구조주의자가 아니라 '방법론적 개인주의자'다. 구조에 갇힌 개인이라는 전통적 관념을 부정하고 합리적 선택을 행하는 '주체적 행위자인 개인'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시장은 그에게 구조 혁신의 핵심적 메커니즘으로 등장한다. 그런데 왜 규제인가? 규제 없는 시장경쟁은 폭력적이고 기껏해야 다수의 권리를 제약하는 불공정한 자유를 생산하기 때문이다.

그의 저서는 시장경쟁에 기초한 자유주의는 민주주의와 양립할 수 없다는 고전적 명제를 고집스럽게 파고들면서 양자의 모순을 완화시키려던 금세기 대안체제들의 허와 실을 꼼꼼히 확인하는 신중함으로 가득 차 있다.

그는 최근 국제질서의 변화를 조직자본주의에서 탈조직자본주의로의 이행과정으로 진단한다. 조직자본주의가 사회보장을 강조하는 케인스적 국가의 주도로 대량생산과 대량소비의 복합체를 형성했던 시대라면, 탈조직자본주의는 노동시장에 대한 재편입을 강조하느 슘페터적 국가가 유연성이 강화된 '포스트 포디즘'체제를 이끌어가는 시대다. 이 과정에서 시장의 폭력성은 경제우위의 이념과 함께 부활한다.

민주화를 향한 금세기의 역사가 고삐 풀린 시장의 횡포를 다스리려 했던 고통스런 궤적이라고 보는 저자가 우려하는 점은, 최근의 세계질서 재편이 오히려 진보와 효율성을 명분으로 정당화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시장규제적 정치'의 전반적 열세 속에서 '시장 종속적 정치'가 힘을 얻는 이 시대에 실질적 민주화 자체가 유실되고 있다는 것이다. 바람직한 모델로 간주되는 협약민주주의 혹은 협의주의를 한국 민주화의 대안으로 상정하기에 앞서 여러 가지 제약점을 먼저 점검해야 하는 저자의 고민이 바로 이것이다.

송호근(서울대 사회학과)
정치경제학적 방법론과 정치사회학적 방법론/민주주의와 정당화/시장의 실패, 자본의 실패, 국가의 실패/서구 자본주의 재생산체제의 변천/신보수주의 국가론/민주화의 정치견제/자본주의, 사회주의, 그리고 전환의 비용/시장사회주의의 실패와 시장사회주의의 개혁/민주화 비교연구 서설/한국에서의 민주화과정 분석/한국의 자본주의 발전과 정치적 민주화의 상관관계/선진형 갈등해결기제의 모색/한국 노동정치의 변화와 연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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