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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머리에
한국의 지방자치는 1961년 5·16 쿠데타로 중단된 후 30년이 지난 1991년에 부활되었다. 그로부터 10여 년이 지나 2002년 6월에는 지방의회로는 네 번째, 그리고 각급 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원들을 동시 선출하는 세 번째 지방선거가 실시된다. 돌이켜보면 1980년대를 휩쓴 시민적 소요와 민주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한국의 지방자치는 여야간의 정치적 투쟁과 타협의 산물로 부활되었다. 따라서 지방자치는 장기적 발전구상과 목표가 미비한 가운데 출범하게 되었다. 그 결과 지방의원의 자질시비와 자치단체장의 부패 및 무능을 앞세워 우리 사회 일각에서 반자치론(反自治論)이 대두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10년간에 걸친 지방자치의 실시로 인해 한국사회에는 아래로부터 비롯된 새로운 변화의 조짐과 개혁의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바야흐로 자치(自治)와 분권(分權)은 한국 민주주의의 심화와 정치발전을 위한 필수적 정책과제로 확고하게 자리잡으면서 한국 사회의 민주화를 아래로부터 떠받치는 기제로 작동하기 시작했다.
지방자치 10년의 가시적 성과와 업적에도 불구하고 그 변화의 내실을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지방 차원의 정치나 행정과정이 아직도 산적한 과제와 도전 요소들을 안고 있는 것도 또한 사실이다. 이제 앞으로 다가올 10년은 지난 10년간의 성과와 시행착오를 거울삼아 지방정치를 보다 민주적으로 개편하고, 주민들을 위한 봉사행정을 펴 나가도록 개혁해야 할 것이다. 이 책은 이러한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필자들이 지방자치 부활 10년 동안에 이루어진 주요 변화와 성과들을 평가, 검토하고 앞으로의 발전과제를 모색해 보자는 데 뜻을 모아 묶어낸 것이다. 저자들은 각각의 주제들에 대하여 다양한 이론과 관련 자료들을 수집, 분석하여 집필하면서도 아래와 같이 합의된 원칙과 기준을 가지고 연구를 진행했기 때문에 한 권의 책으로서의 일관성에는 아무런 손색이 없을 것이다.
첫째, 지방정치의 제도개혁과 발전방향은 중앙에 편중된 권력과 자원을 보다 과감하게 지방으로 분산하고, 지역사회 및 지역주민들의 자율성을 증진시키는 방향으로 풀어나가야 한다.
둘째, 지방자치는 주민들로 하여금 권리와 책임의식이 조화된 주인의식을 갖도록 하고, 문제해결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지방정부의 조직 및 운영에 대한 개혁은 지방단위의 정치행정 조직들이 자치권은 물론 행정서비스 제공 역량을 키워갈 수 있도록 단행되어야 한다.
넷째, 지방정부의 정책 및 행정과정은 공개화, 투명화, 민주화, 효율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도록 주민들이 감시하고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다섯째, 선진사회의 발전된 지방자치 모델을 귀감으로 삼아 나가되 지방의 정치 및 행정 영역에서의 민주화와 투명화가 선행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이 책의 초고는 2000년 10월부터 약 1년간 서울대학교 한국정치연구소가 아시아재단(Asia Foundation)의 지원을 받아 수행한 연구의 일환으로 준비되었다. 필자들은 2001년 11월에 의회발전연구회의 지원을 받아 공개 중간발표회를 개최하고, 연구방향 및 내용을 보다 긴밀하게 조정하였다. 2002년 3월에는 서울대학교 및 한국 국제교류재단(Korea Foundation)의 지원을 받아 한국의 지방자치 경험 및 사례를 일본, 중국, 동남아 국가들과 비교, 평가하는 국제회의를 개최한 바 있다. 이 회의에서 발표된 영어판 논문들은 다시 한국어로 번역하고 보완하여 이 책에 수록하였다. 영문판 원고를 번역하고 내용을 보완하는 작업과정에는 2001년도 서울대학교의 '간접연구경비' 지원에 일부 힘입었다. 이러한 지원과 협조가 없었더라면 필자들의 개별 연구내용을 조정하여 하나로 다듬고 묶는 작업은 어려웠을 것이다.
이 책은 많은 분들의 협조와 도움으로 출간되었다. 우선 편집의도에 잘 협조하여 좋은 연구를 수행해 준 필자들에게 심심한 감사를 표한다. 아시아재단의 재정지원에 대하여 한국대표 스콧 스나이더(Scott Snyder) 씨에게도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흔쾌히 출판을 맡아 준 나남출판의 조상호 사장과 편집 실무진에게도 감사드린다. 특히 편집과 교정 등 마무리 작업에 열과 성을 다한 서울대 박사과정 이광희의 수고가 컸다. 이 모든 분들의 협조와 기대에 보답하여, 이 책이 지방자치가 새로운 도약과 발전을 기하여 한국민주주의를 더욱 튼튼하게 떠받치는 데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2002년 5월
안 청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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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 장 한국민주주의와 지방정치 10년의 성과와 과제
(안청시·이광희)
제 2 장 지방선거와 지방정치엘리트
(박 찬 욱)
제 3 장 지방재정제도의 개편과 그 성과
(오 연 천)
제 4 장 정부간 관계 : 의사결정체제의 변화
(임 도 빈)
제 5 장 한국 지방자치의 성과
(이 달 곤)
제 6 장 지방자치와 주민참여
(손봉숙·안청시)
제 7 장 지방자치와 여성의 정치참여
(손봉숙·김은주)
제 8 장 지방자치와 사회발전: 리더십, 발전전략, 그리고 주민참여
(송 호 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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