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문화론

백완기(고려대) 지음

판매가(적립금) 12,000 (600원)
분류 나남신서 357
면수 308
발행일 2002-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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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도서 금액     12,000
정치학자들에게 민주주의는 마음의 고향이다.

따라서 정치학자라면 누구나 민주주의에 관해 자신의 생각을 자신 있게 정리한, 그럴듯한 책을 한 권 써보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민주주의라는 주제가 갖는 중압감과 난해성, 그리고 거기서 파생되는 숱한 쟁론의 여지 때문에 실제로 민주주의라는 '판도라의 상자'를 직접 열어보는 이는 드물다. 그런 의미에서 오랜 지적탐구 끝에 민주주의에 관해 자신의 철학을 담은 무게 있는 책을 펴낸 저자는 용기 있고 행복한 정
치학자다.

이 책은 몇 가지 뚜렷한 특색을 갖추고 있다. 첫째로 민주주의를 제도나 이데올로기가 아닌 문화의 시각에서 접근한다. 이는 민주주의는 생활 속에서 실천과 더불어 성장하고 정착한다는 저자의 뚜렷한 신념에서 비롯된 것이다. 따라서 그는 자유·평등·권력·질서 등의 개념을 어떻게 생활 속에서 뿌리내리게 할 것이냐는 다분히 실천적 문제의식 속에서 기술했다. 둘째로 저자의 신념과 생활철학을 담고 있다. 민주주의를 보는 다른 이론가들의 입장을 정리하거나 남의 말을 빌려 설명하는 대신 민주주의에 대한 자신의 철학을 생활체험과 스스로의 목소리로 설득력 있게 개진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깊이 있는 내용을 평이하게, 현학적인 표현이나 난해한 구석이 전혀 없이 물러가듯 서술하고 있다.

그는 무엇보다 민주주의의 역사가 고통과 시련, 시행착오의 역사라는 사실, 그리고 민주주의는 가능성의 예술이라는 진리를 독자들에게 전하는 데 크게 성공하고 있다. 셋째로 이 책이 추구하는 민주주의는 영미식의 자유민주주의, 특히 생활화한 자유민주주의라는 점이다.

따라서 책임을 수반한 자유, 합리적 차별로서의 평등, 가치창조의 원동력으로서의 개인주의,권력의 탈인간화, 공존적 자아로서의 민주적 자아, '자라온 서'(grown culture)로서의 민주주의를 표방하고 민주주의의 싹으로서의 가정과 민주화의 터전으로서의 시민사회를 강조한다.

그는 이들 쟁점의 논의과정에서 이념적 표현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독자의 이해를 도울 수 있는 많은 실례를 들고 있다. 이러한 설명양식은 민주주의가 다름 아닌 생활 속에서 터득되는 문화라는 그의 기본적 믿음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이 민주주의에 대한 저자의 투철한 신념을 밝힌 철학서이기 때문에 저자의 이념적 입장을 갖고 왈가왈부하는 것은 서평의 경계를 넘는 것일 수 있다. 그러나 입장이 뚜렷하면 그것이 당연히 함축하는 한계가 있다. 위에서 밝혔듯이 이 책의 전편에서 묻어나오는 저자의 이념적 입장은 미국식 자유민주주의다. 독일과 프랑스에서 민주주의를 생활화하는 데 실패했다는 논급이 있을 뿐 유럽대륙 민주주의의 다양한 이념적 전통과 그 역사적 체험에 대해서는 언급이 적다.

이 점은 저자가 서구 사회민주주의와 분명한 선을 긋고 있는 데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아울러 저자가 표방하는 민주적 엘리티즘에 밀려 참여 민주주의적 인식지평은 최소한으로 줄어들었다. 국가와 시장의 관계, 경제적 민주주의에 대한 논의가 별로 눈에 띄지 않는 것도 이 책의 한계로 지적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한계는 저자가 자신의 민주주의 철학을 일관되게 서술한 결과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이 책은 민주주의의 소개서가 아니라 저자의 민주주의 철학서이기 때문이다.

안병영(연세대 행정학)
총설 : 민주주의라는 판도라의 상자/자유가 많은 곳에 자유가 없다/합리적 차별로서의 평등/가치창조의 원동력으로서의 개인주의/이해타산으로 엮어진 인간관계/공존적 자아로서 민주적 자아/혼란 속에서의 자생적 질서/권력의 탈인간화/힘의 문화/민주주의의 싹은 가정에서부터/진리보다 사실을/결과보다 과정을/민주화의 터전으로서 시민사회/민주적 엘리티즘/선량한 이웃으로서의 행정/문화적 시각에서 본 한국의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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