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전21권) -토지인물사전 포함

박경리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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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기타도서
판형 4*6판변형
면수 0
발행일 2002-01-01
ISBN 978-89-300-07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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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겨레의 영원한 재산인 박경리의〈土地〉가 새로운 모습으로 독자들 앞에 돌아왔다. 1994년 집필 완료되어 완간된〈土地〉는 지난 1998년 솔출판사에서 출판권을 반납함으로써 근 3년여 동안 구간(舊刊)의 형태로서만 존재하는 곡절을 겪어야 했다. 독자들의 뜻과는 관계없이 전질 구입은 불가능했으며 각권이 따로따로 돌아다니는 신세로 방치되어 온 것이다.

〈土地〉가 감내해야 했던 이러한 상황은 이 대하소설이 우리 겨레 속에서 지니는 문학사적 문화사적 의미를 감안해 볼 때 다분히 비정상적인 것이었으며 어느 출판사에선가는 이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만 했다. 그러한 의무이며 동시에 특권이기도 한〈土地〉의 재발간 사업을 마침내 나남출판사에서 떠맡게 된 것이다.

새로 간행된 나남판〈土地〉는 책의 크기와 활자 등 책의 모든 형태적 요소들을 오로지 독자의 편의와 미적 감각에 맞추어 제작됐다. 이제까지의 천편일률적인 신국판 형태를 과감히 탈피하여 좀더 아담하게, 한손에 들어오도록 만들었으며, 거추장스러운 자켓을 제거한 단순한 양장본 형태를 채택하여 내구성을 높이고 휴대에 간편하도록 했다.

중년층 이상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활자의 크기를 키웠으며 행간등 불필요한 여백을 줄임으로써 지면의 손실을 최소화하였다. 또한 본문 중에 나오는 어려운 방언들은 괄호 안에 그 뜻을 병기함으로써 독자들의 쉬운 독서를 유도했다. 종합적으로 이 2002년판〈土地〉는 이전의 그 어떤 판본보다 가독성이 뛰어난 책이 될 것이다.

디자인 전문가인 국민대 윤호섭 교수가 맡은 표지 디자인 역시 괄목할 만하다. 밝은 색조의 바탕에 기둥과 들보로써 ‘토지’ 한글 모양을 형상화한 표지는 신선한 감각으로 독자들의 눈을 즐겁게 해 줄 것이다.

〈土地〉가 지니는 문학적인 의미를 새삼스레 다시 강조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한(恨)과 생명 등 겨레의 정서를 하나의 대하소설 속에 압축하고 있는〈土地〉는 우리 민족에게서 하나의 ‘현상’으로 자리잡은 지 이미 오래이다. 장차 자라나는 세대들이 새로운 민족구성원으로 편입되기 위해서 반드시 겪어야 할 통과의례, 그것이 곧〈土地〉 읽기일 것이다.

<서울대 권장도서 해제집>.......................................

토지(土地)
박경리

방민호(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박경리 (1927~현재)는 해방 이후 한국의 소설 세계를 대표하는 가장 중요한 작가 가운데 한 사람이다. 고통스러운 삶을 문학에 의지하여 문학과 더불어 초극해 오면서 창작집인 『불신시대』를 비롯하여 『시장과 전장』,『김약국의 딸들』,『파시』를 위시한 많은 문제작을 발표해 온 대작가다. 소설만이 아니라 다수의 시집을 발표하였고, 여러권의 산문집을 갖고 있다는 점 역시 상기해 둘 필요가 있다. 뿐만 아니라 박경리의 문화사적 위치는 그녀가 발표해 온 많은 문학작품과 더불어 독특한 생명주의적, 정신주의적 신념에 의거해서 오랫동안 강원도 원주에 칩거, 몸소 농사를 지으면서 자연과 함께 하는 삶을 실천해 온 사실에 의해서 확보되어 온 것이다.
이러한 박경리에 대해서 일찍이 시인 김구용은 서울에 이괴(二怪)가 있어서 ‘북에 박경리라면 남에 손창섭’이라고 하였는데, 이것은 외부 세계와의 교섭을 꺼리고 자기 세계에 충실한 작가적 성품을 지적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괴’란 ‘범상치 않음’을 의미할 것이다.

운명에 맞서는 인간들의 거대한 이야기 두루마리
한편 해방 이후 한국문학사의 흐름에 비추어본다면 박경리와 쌍벽을 이룰 수 있는 작가는 그녀와 한두 세대가 층이 지는 최인훈 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박경리는 통영이 고향이고, 최인훈은 회령이 고향이다. 즉 두 사람은 반도의 남쪽 끝과 북쪽 끝 태생이다. 이렇게 한반도의 양 극단에서 출생한 두 사람의 문학은 모두 해방과 분단, 연이은 한국전쟁이라는 역사적 대사건에 연루된 개인사를 바탕으로 평생에 걸쳐 한국현대사의 문제를 탐구해 온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박경리와 최인훈의 초기 문제작인 『시장과 전장』과 『광장』이 이것을 말해준다. 또한 두 작가 모두 독특하고 장중한 양식 실험으로 한국현대사의 난제를 문학적으로 초극하려는 시도를 보여주었던 바 그 완성본에 해당하는 것이 바로 박경리의 『토지』와 최인훈의 『화두』다. 박경리의 『토지』가 긴 대하소설 양식으로 역사라는 것에 대해 그것에 의해 훼손될 수 없는 인간 삶의 풍부함과 연속성을 대비시켰다면, 최인훈의 『화두』는 자기 내면을 해부해 들어가는 기억과 회상의 형식으로 한국현대사를 지배한 이데올로기를 내파하려는 시도를 보여주었다. 박경리의 화두가 생명이라면, 최인훈의 화두는 이데올로기다. 이것은 모두 한국전쟁이라는 전대미문의 비극에 대한 문학적 탐구의 소산이다.
박경리는 한 수필에서 원주에 내려가 칩거하게 된 까닭에 대해 짜투리 시간이 아니라 두루마리 같은 시간을 쓰고 싶었던 탓이라고 술회한 바 있다. 이 두루마리 같은 시간이라는 말은 박경리 문학의 본질에 관한 하나의 단서를 제공해 준다. 가로로 길게 이어 둘둘 말 수 있도록 되어 있는 두루마리는 시간의 연속성을 의미한다. 박경리는 이 단절 없이 이어진 긴 시간을 들여 구한말에서 한일병합을 거쳐 해방에 이르는 역사적 수난의 시대를 살아간 인간 군상들의 숱한 양상을 그려나갔다. 원고지 3만장이 넘어가는 기다란 원고지 두루마리 위에 그려진 사람들의 삶은 소설이라는 이야기로, 역사라는 또 다른 이야기를 초극하려 한 박경리의 모험적인 시도를 보여주는 증인들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박경리는 1969년부터 1994년까지 장장 25년에 걸쳐 『토지』에 매달리는 초인적인 의지를 발휘하였다.

대하소설로서의 『토지』의 의미
이러한 『토지』의 의미는 다음의 두 가지로 나누어 정리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우선『토지』가 지닌 대하소설로서의 측면이다. 한국문학은 오래 전부터 방대한 분량 안에 가문의 전통을 수놓아 나가는 이야기 전통을 가지고 있었다고 할 수 있는데, 『토지』는 이러한 이야기 전통의 맥락 위에서 살펴볼 수 있는 작품이다. 이러한 사실은 조선시대의 고전소설인 『완월회맹연』을 논한 정병설 교수가 이 작품의 방대함을 『토지』에 비견한 것에서도 확인된다. 일종의 가문소설이라고 할 수 있는 『완월회맹연』의 저자는 사대부 여성이었던 것으로 파악되는데, 이것은 작가 박경리와 『토지』에서 가장 극적인 인물 가운데 한 사람인 서희가 모두 여성이라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박경리의 『토지』는 언급한 것처럼 약 25년에 걸쳐서 형성된 긴 이야기로서 한사람의 일대기가 아니라 수세대에 걸친 인물들의 이야기를 다룬다는 점에서 조선 가문소설의 전통에 직접 이어지는 대하소설 양식을 실험해 보여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은 대체로 약 3세대 내지 4세대 정도만을 경험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 뿐 그 이상을 넘어가는 것은 적극적인 이야기화 또는 상상의 작용을 통해서 전승되는 기억과 회상의 방식으로 남겨지게 된다. 『토지』가 바로 그러한 경우에 해당한다. 중요한 주인공인 서희는 경상도 하동 평사리에서 5대째 지주 집안으로 세력을 떨치고 있는 최씨 가문을 배경으로 등장하게 되며, 수많은 다른 인물들의 생장 소멸을 배경으로 자신의 삶을 펼쳐나가고 있다.
이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는 서양의 가족사 소설 개념으로도 명확하게 설명할 수 없는 독특한 서사적 원리를 함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람들은 삶을 역사라는 것으로 질서화하려고 하지만, 삶 자체는 그러한 역사로 포괄될 수 없는 무한성을 갖는다. 그것은 역사보다 언제나 다양하고 풍부하다. 역사 기술은 이 모든 것을 결코 다 보여줄 수 없다. 이러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는 것은 역사와는 다른 이야기, 즉 소설이라는 이야기 형식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소설은 인간 삶 자체의 무한성에 근접하는 양식이다. 이 가운데서도 『토지』같은 방대한 대하소설은 이야기가 내포하는 시간성으로 삶 자체의 무한성에 접근하고자 하는 인간의 근원적 동경을 함축하고 있는 양식이라고 할 수 있다. 『토지』는 그것이 내포하고 있는 시간상으로 말미암아 구한말에서 해방기에 이르는 근대 한국의 수난을 초극하는 기능을 발휘한다.

다종다양한 인간상을 그린 『토지』의 의미
한편 『토지』는 그것이 보여주는 다종다양한 인간상에 주목해 볼 만한 작품이다. 『토지』속에는 서로 다른 신분 사이의 결혼으로 우리들에게 너무나 잘 알려진 서희와 길상이를 비롯하여 숱한 인물 군상들이 등장한다. 긴 이야기 속에서 수많은 이들이 나서 자라고 늙고 죽고, 또 다른 이들이 그와 같은 삶을 이어가기를 ‘반복’한다. 이것을 가리켜 서울대학교의 석사학위 논문으로 제출된 김은경의 「‘토지’서사구조 연구」에서는 “『토지』의 놀라운 힘 가운데 하나가 끊임없이 등장인물을 증식해 내는 창조력”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처럼 수많은 『토지』의 등장인물들이 행하는 가장 중요한 일은 그들 자신이 타고난 운명과 맞서 싸우는 것이다.
박경리처럼 운명이라고 하는 지극히 추상적인 문제를 그토록 집요하게 다루어 온 작가도 드물다. 박경리의 장편소설들 가운데 일반에 널리 알려진 『시장과 전장』이나 『김약국의 딸들』, 『파시』의 여성 주인공들은 모두 운명이라는 거대한 초인간적 힘 앞에 서있는 문제적 인간들이다. 『토지』는 이러한 운명의 힘과 그것에 맞서는 인간 군상들의 모습을 지극히 다채롭고 풍부하게 묘사해 나간다. 경상도 하동 평사리에 군림해 온 최참판 댁의 혈육으로 쓰러진 가문을 일으켜 세우는 서희, 이집안의 머슴 출신으로 서희와 결혼하고 독립운동에 투신하는 등 변모를 거듭해 가는 길상, 소작인의 아들 용이와 무당의 딸 월선이, 서희와의 사랑을 이루지 못한 후 방황을 거듭해 가는 상현 등을 비롯한 수많은 인물들의 형상은 조밀하게 직조된 커다란 피륙을 이룬다. 이 피륙은 바로 『토지』라는 이야기로서의 시간이고, 작가는 이 피륙 같고 두루마리 같은 시간으로 이들 인간의 삶에 드리워진 운명이라는 이름의 초인간적인 힘에 맞서고자 하였다.
운명에는 선악이 없다. 그것이 주어진 상황이고 극복하거나 순응하거나 또는 그곳에 관해 생각해야 할 그 무엇이다. 그것은 정치나 윤리로 환원될 수 없는 그 무엇이고, 어떤 개인의 삶 자체의 우연적 총체성을 가르키는 말이다. 『토지』는 그러한 운명들의 거대한 집합소이다. 따라서 『토지』는 식민지 시대를 역사적 배경으로 삼고 있지만, 그 심층적 의미는 특정한 시대와 공간에 국한되지 않는 보편성을 담지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토지』의 보편성은 그것이 민족사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인간의 운명에 관해서 다루고 있기 때문에 획득된 것이다. 『토지』는 인간에 의해 인간의 삶이 어디까지 어떻게 이야기될 수 있는가 하는 한계를 시험하는 두루마리요, 피륙이며, 거대한 벽화다. 이 긴 이야기를 읽어나가는 도중에 사람들은 바로 인간 삶의 의미와 한계, 또 가능성을 생각하게 된다.

 

 

박경리
1926년 경남 통영에서 출생하여 1964년 진주여고를 졸업했다.
1955년 김동리의 추천으로 단편 <계산>등이 《현대문학》에 실리면서 등단했다
이후 4959년 <표류도>,1962년 <김약국의 딸들>, 1964년 <파시>, <시장과 전장>등의 장편을 발표했다.
<土地>는 1969년부터《현대문학》에 연재를 시작하여 1972년 9월까지 1부를 집필했다.
<土地> 2부는 같은 해 10월부터 1975년 10월까지 《문학사상》에, 3부는 1978년부터 《주부생활》에, 4부는 1983년부터 《정경문화》와 《월간경향》에 각각 연재했다.
마지막 5부는 1992년부터 《문화일보》에 연재하기 시작하여 1994년 8월 15일 마침내 대하소설 <土地>의 전작이 완결되었다. 25년에 걸쳐 원고지 4만 장 분량으로 탈고된 것이다. 한말로부터 식민지시대를 꿰뚫으며 민족사의 변전을 그리고 있는 대하소설 <土地>는 탈고 전에 이미 한국문학의 걸작으로 자리잡았고, 박경리는 한국문학사에 가장 뚜렷한 족적을 남긴 거봉으로 우뚝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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