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정부의 성공과 실패

함성득 지음

판매가(적립금) 13,000 (650원)
분류 나남신서 848
판형 신국판
면수 362
발행일 2001-03-25
ISBN 89-300-384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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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도서 금액     13,000
“실정(失政)은 했지만 폭정(暴政)은 하지 않았던”(김정남 수석의 말, 210쪽), 그러나 인터넷 여론조사에서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밥맛 없는 대통령 1위”(59쪽)를 차지하는 김영삼 전대통령. 그의 업적과 과오에 대한 평가를 엮은 책《김영삼 정부의 성공과 실패》(나남출판)가 나왔다.
임기 말에 IMF라는 태풍을 얻어맞는 바람에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한 대통령. 그럼에도 퇴임 후 언행에 거침이 없어 “한 나라의 대통령을 지낸 사람답지 않다”는 악평도 받곤 하지만 전혀 개의치 않는 사람. 그는 이 책의 모태가 된 고려대 특강에서 현 대통령을 일컬어 “가장 준비가 안된 대통령”(58쪽)이라고 일갈했다. 고등학교 때 이미 하숙방 벽에 ‘미래의 대통령 김영삼’이라고 썼던 자신이야말로 준비된 대통령이었다는 주장이다. 또, 철학과에 다니면서도 정치학 과목을 즐겨 수강했으니 그 역시 대통령을 하기 위한 준비였다는 것이다. 비록 성적은 중간에서 꼴찌를 오갔지만…
이 YS가 수행한 대통령직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는 박관용 전 비서실장의 말대로 어쩌면 후대의 몫이 될지 모르지만(84쪽), 그 자신, 그리고 그와 함께 일했던 사람들로부터 직접적인 증언을 청취하는 일은 바로 그런 미래의 평가를 위한 자료로서도 큰 의미가 있을 것이다. 특강에 참여한 증언자들은 모두 김영삼 정부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던 이들로 이홍구, 박관용, 한승수, 김광일, 이원종, 김정남, 한승주 씨 등이다.
하나의 예로서 IMF에 관한 YS 자신의 말을 들어보면, 그는 이 금융위기도 DJ 때문에 왔다고 주장한다. 자신이 노동법을 개정하고 금융개혁법을 통과시키려 했는데 이걸 DJ가 방해했고, 기아자동차를 고가에 매각하려는 시도 역시 DJ가 좌절시켰다는 것이다(45쪽). 그는 “홍콩증시가 빠지는 판국에 DJ가 대통령이 된다는 소문이 돌아서 IMF가 닥쳤다”(54쪽)고까지 주장하는데, 이런 주장이 “금융위기는 한보사태의 5조원 채권 처리 잘못으로 비롯한 게 아니냐”(54쪽)는 한 학생의 질문에 적절한 대답이 될지는 미지수다.
바로 이 문제에 대한 박관용 씨의 언급이 흥미롭다. 그는 YS가 말하는 두 가지 법안을 기실 DJ 정부에서 다시 통과시켰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즉 꼭 필요한 법이었는데, 문제는 “충분히 국민을 설득하고 야당을 이해시켜서 이 법을 통과시켜야 함에도, 명분있는 법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밀어붙이는 바람에 저항에 부딪쳤다”(96쪽)는 것이다. 즉, 그는 김광일 전 비서실장이 YS의 장점으로 꼽는 ‘엄청난 돌파력’(130쪽)이 오히려 파국의 원인이 되었다고 지적하는 것이다.
책을 읽다 보면 이 외환위기에 대한 김광일 씨를 포함한 YS맨들의 논리는 통일되어 있다는 느낌이 든다. ‘논리’라기보다 정확히 말하면 YS정부에서 추진했던 노동법, 금융개혁법이 무산됐던 데 대한 아쉬움이랄지, 이 두 가지 법이 통과되고 기아자동차 문제만 잘 해결됐으면 외환위기는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원종 씨 역시 똑같이 두 가지 법안에 대해 목청을 높이고 있다(183쪽).
그러나 역사에서 ‘만약’이라는 가정은 쓸데없다고 하지 않는가. 정치학자 출신인 서진영 교수(전 대통령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과 이홍구 전 총리는 이 외환위기에 대하여 정치인들과는 꽤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서진영 씨는 아들 현철의 구속으로 말미암은 YS의 의욕상실과 국정표류, 미․일과의 좋지 못한 관계 등을 폭넓게 지적한다(320쪽). IMF가 닥치는 마지막 순간에 미국과 일본 쪽에서 단기채무를 6개월만이라도 연장해 줄 수가 있었는데 양쪽 다 이를 거부했고, 여기에는 YS가 예전 대통령들처럼 미국 일본에 대해 ‘저자세’가 아니었다는 점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이 전 총리는 더욱 거시적으로 접근한다. “세계화 및 개방화 정책은 김영삼 정부가 적시에 추구한 올바른 선택”이었지만 “모든 분야에서 동시에 개혁을 추진할 종합적 전략을 수립하는 데 큰 한계”를 드러냈고 또한 “자본시장의 세계화가 얼마나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지, 그리고 그에 대한 우리 경제의 적응력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다”(70쪽)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YS 정부에서 중책을 맡았다는 점에서 모두 같지만 이렇게 그들의 말은 조금씩 다 다르다. 정치인 출신들은 “실은 DJ와 야당 때문이었다”고 말하고 싶어하고 학계 출신들은 그렇게 단순한 논리만 제시하지는 않는다. 이런 점에서 ‘김영삼 정부의 성공과 실패’는 한국사회에서 ‘상생과 타협의 정치’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유능한 테크노크라트들의 존재가 얼마나 아쉬운지 새삼 일깨워준다고 하겠다.

(《대통령학》,《한국의 대통령과 권력》,《대통령 선거전략보고서》,《영부인론》,《김영삼 정부의 성공과 실패》로 이어지는 나남출판사의 ‘대통령학 총서’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집니다.)
제1부 대통령의 회고
제2부 국무총리와 비서실장의 회고
제3부 청와대 수석비서관의 회고
제4부 장관,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 국제교류재단 이사장의 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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