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비평 14호

(주)나남출판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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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사회비평 S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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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199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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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을 맹인으로 지내 온 사람이 수술을 하여 눈을 떴을 때, 그가 처음 보는 세계에 대한 이야기는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한다. 그가 처음 보는 세상의 모든 현상들은 무질서로 가득 찬 것처럼 보일 것이다. 돌이 굴러 떨어지면, 왜 돌이 아래로 굴러 떨어지는지 의아해 하며, 낙엽이 져도 마찬가지의 의문이 들 것이다.

그는 반복적으로 경험을 누적해 가면서, 그리고 고통스러운 지적 과정을 통해서 이들 무질서가 질서를 반영하고 있다는 사실과, 별개로 보이는 현상들이 실은 같은 현상의 다른 표현이라는 것을 자신에게 가르친다. 그는 나름대로 현상을 분류하고, 현상 사이의 관계를 추론하면서 질서를 잡아가기 시작한다.사회에 대한 공부를 하면서,《사회비평》은 마치 이 개안한 맹인과 같은 사람이 되기를 원했다.

아무런 규칙성도 없어 보이는 혼돈 속에서 질서를 잡아가고, 이것이 사회 이론으로 발전하기를 원했다. 또한 사회 이론을 배우면서 사회 현상을 분류하고, 인과적으로 현상들을 맺으려고 시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작업이 만족스러워 보일 때면, 우리는 괴테의 또 다른 음성을 듣곤 하였다.

"친구여, 이론은 잿빛이라네, 푸르름은 삶의 이파리에 있네." 《사회비평》은 '잿빛 이론과 푸르른 삶 사이에 피어난 독버섯'인가. 언제나 그랬듯이, 우리 사회는 지금도 정치·경제·사회적으로 소용돌이 치고 있다. 역사상 지구상에 이처럼 변화의 속도가 빠른 나라가 또 있었을까를 의심케 할 정도이다.

이 변호의 한가운데는 언제나 상징과 수사법이 도사리고 있다. "경복궁을 완전 복원할 것인가, 아니면 부분 복원할 것인가"라는 질문은 "중앙청을 철거할 것인가 하지 않을 것인가와 결국 같은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사람들은 후자보다는 전자를 좋아한다

. 수사법의 놀음이다. 우리 사회는 실체없는 수사법들의 싸움으로 만연되어 있다. 역사 바로 세우기를 이야기하면, 역사가 언제 쓰러져 있었냐고 묻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 모두를 마치 다양한 상징들의 숲 속에서 길잃은 사람과 같게 만든다.

그렇기에《사회비평》이라는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황혼이 깃들 때 날기 시작한다.미네르바의 부엉이는 가장 원초적인 질문에 특집의 둥지를 튼다. 인간 사회에 존재하는 제도는 어디에서 기인하며, 인간의 합리성과 어떤 관계에 있는가?

이 질문은 사회과학의 질문 중에서 가장 고전적인 질문 중 하나일 것이다. 여기에 실린 4편의 논문은 각기 약간씩 다른 입장에서 제도와 합리성의 관계를 모색하고 있다. 특집이 이론적인 문제를 다룬 것이라면, 기획은 현실적인 문제에 다가 서 있다.

이번에도 대학 문제를 다루는 것은 그만큼 이 문제에 대한 중요성이 크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대학이라는 제도적인 틀 안에서의 논문쓰기는 창의성을 갉아 먹는 형식주의에 매달려 있는 것은 아닌가? 사립 대학의 개혁은 어떤 측면에서 추진되어야 하는가 등이 집중 조명되고 있다. 14회 동안 지속해 온〈인간과 사상〉은 이것만 모아도 훌륭한 단행본이 될 수 있을 정도의 좋은 글들로 구성되어 왔다.

이번 호에서는 우리 나라의 사상가를 다룬다. 네오휴머니스트로서의 해월 최시형의 생애와 사상이 담겨 있다.〈고전산책〉은 헤겔 사상의 숲 사이에 난 오솔길을 산책한다.〈시론〉은 어느날 갑자기 전국적으로 불어닥친 조기 외국어 교육의 문제점 등을 날카롭게 지적한다.

《사회비평》독자들의 투고로 이루어지는 일반 논문 부분은 익명의 논평자들의 논평에 근거하여 편집회의의 세심한 검토 후, 게재가 결정된 논문들로 구성되어 있다. 투고된 모든 논문을 싣지 못하는 것을 편집진은 매우 유감으로 생각한다.

 

특집·합리성과 제도

합리성과 선택된 차선·이재혁
개인주의적 합리성에 대한 비판적 조명·박효종
행위자와 구조, 그리고 제도·이호철
연결망과 거래 비용·김용학

특별기획·한국 대학의 진통 : 대학의 이상과 현실

대학의 이념과 오늘의 과제·이성원
전문 직업교육 체제로서 대학의 역할·이태수
보편적 지식인과 전문적 지식인·정호근
사립대학의 개혁의 방향·한정화
대학의 담론으로서의 논문·신광현

고전산책

헤겔의《역사철학강의》·장춘익

인간과 사상

해월 최시형·오문환

연구노트

맑스 해방이론의 창조적 계승·이성백

일반 논문

자연으로서의 인간의 위기와 자연과의 화해의 모색·민형원
해체주의의 윤리적 함의·유홍림
'김영삼 개혁연합'의 선택·백종국
전후 일본사회의 민주화와 교육·최은봉
문명의 충돌인가, 문화의 마찰인가?·히라노 겐이치로우

시 론

외국어 교육의 방향에 대하여·김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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