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권력과 새도매저키즘

린 챈서 지음 심영희(한양대)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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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나남신서 320
면수 321
발행일 1994-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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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의 논리와 속죄양 만들기

권력현상이란 인간관계 속에서 발생한다는 것이 일반적 믿음이지만, 상징, 영화, 광고, 뉴스 등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문화적 상품에서도 복종을 요구하는 메시지가 끊임없이 흘러나온다는 사실을 인식하기란 어렵지 않다.

어떤 큰 사건에 대해 유력 일간지들이 제공하는 해설기사와 텔레비전이 쏟아내는 정보에 그대로 노출된 시민들은 수동적일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 그 수동성의 본질인 매저키즘적 안정심리는 새디즘적 독자성을 보강하는 데에 기여한다는 사실을 이 책의 저자는 명쾌하게 확인시켜 준다.

새디즘, 매저키즘, 그리고 이를 합성한 용어인새도매저키즘은 본래 정신분석학에서 성적 행위 양식과 그에 따른 심리적 상태를 지칭하는 개념이다. 그런데 저자는 새도매저키즘 개념의 실존주의적, 현상학적 의미에 주목하여 이를 사회적 행위 분석의 핵심도구로 활용한다. 일상생활의 모든 행위는 권력과 무권력, 지배와 복종의 양면적 복합심리가 중첩되어 나타나는 새도매저키즘적 현상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양자는 배타적이 아니고 서로를 필요로 하는 상호의존 관계임을 권력게임의 일상적 전개과정에서 포착한다. 저자는 서론에서 대학시절 체험하였던 두 건의 동시적 연애사건을 회상한다. 자신이 매료당했던 '그'와 자신에게 매달렸던 '그' 사이에서 매저키즘과 새디즘의 심리적 상태가 동시에 연출되었음을 지적한다. 이 심리적
상태는 복종과 지배라는 권력행위를 수반하는데 이 각각에 대응하는 행위양식이 반복적으로 이루어지면서 의례와 관습으로 발전한다. '사회화'라는 조금은 무취한 개념이 권력적 상호작용으로 해부되는 순간이다.

이 책의 저자는 영화와 광고 등의 문화적 상품에서 교육, 가족, 기업, 공장, 관료조직 등 모든 유형의 일상적 터전에 이르기까지 새도매저키즘적 권력 행사와 수용이 일상화되어 있음을 일깨워 주고 있다. 여성의 종속적 역할을 가부장적 위계질서에 의한 사회화와 규범 습득의 결과로 보는《제 2 의 성》 명제로부터 저자는 남성 우위의 새디즘적 권력행사에 공모하는 여성의 매저키즘적 역할선택을 포착한다. 그것은 강요된 선택이지만, 선택의 심리적 대가는 새디스트의 독립성이 주는 불안감보다는 낫다.

따라서 새디즘과 매저키즘은 이른바 '동시성의 딜레마'를 안은 채 사회질서를 지탱한다. 검은 재킷을 입고 거리의 반항을 연출하던 1920년대와 1980년대 청년 세대의 몸짓에는 따라서 놀랄 만한 사회심리적 유사성이 존재한다. 그래서 인정을 받기 위해 자기 회의와 불안을 꾸준히 수행해야 하는 매저키스트와 그의 복종심에 의존하는 새디스트의 상호연계로 이루어진 현대사회를 저자는 새도매저키즘의 문화를 진단하는 것이다.
프로이트와 에릭 프롬의 통찰력을 빌려온 이 책의 매력은 일상사를 구성하는 지배 - 복종관계의 거미줄을 선명하게 인화시켜 저항의 파닥거림을 표출하는 심리적 반란이 새디스트적 승인을 향한 공모의 상징일 뿐임을 확신시켜 주고 있다.
저자는 뉴욕 콜롬비아대 자매 대학인 바나도대에서 일탈사회학과 여성사회학을 가르치는 교수로 성폭력연구 전문가다.

송호근(서울대 사회학과)
새도매저키즘의 탐색 : 미국의 상황/새도매저키즘의 동태성/실존주의와 정신분석의 결합/작업장의 명령사슬 : 새도매저키즘, 관료제와 자본주의/사랑과 가족 : 새도매저키즘과 가부장제/새도매저키즘의 일상생활/이론적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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