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비평 12호

(주)나남출판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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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사회비평 S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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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199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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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은 유난히도 인재(人災)가 많았던 해이다. 마치 서울이 금세라도 아수라장으로 변할 것만 같은 공포 속에서 일상적 일들을 수행해야 했다. 끔찍한 사고가 터질 때마다 우리들은 현 정부의 사회적 관리능력을 우선 의심하거나, 사고의 원인을 개발독재의 유산으로 치부하려는 경향이 있다. 영향력 있는 일간지들과 방송사의 시각에서 이러한 경향은 더욱 두드러진다. 이제는 일상화된 이러한 시각이 아주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문제의 외재적 파악방식이 우리들의 의식과 행동 속에 깊숙이 놓여 있는, 부도덕과 비윤리를 생산하는 그 원천을 은폐하고 은닉시키려는 의도를 조금이라도 내포하고 있다면 문제이다.흔히 '사회적 담론'은 권력기제가 명하는 길을 따라 생산되고 유포된다. 따라서, 사회적 담론의 논리는 본질적으로 권력현상일 수 밖에 없다. 사회적 담론을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려는 성찰적 인식에의 요구가 결집된 것이 '지적 담론'일것이다.

지적 담론은 사회적 담론의 배경을 들추고 의심하려는 열정이다. 하버마스가 '근대성의 기획'으로 표현한 바에 해당한다. 오늘날 한국 사회의 가장 중대한 위기는 지적 담론의 이러한 성찰성이 사회적 담론의 권력현상에 포섭되고 종속되어 가는 기미가 사회의 각 영역에서 점차 현저해지고 있다는 점, 그리고 그것을 불가항력적으로 체념하는 패배의식이 일상화되고 있는 사실일 것이다.

지적 담론의 붕괴는 논리와 질서의 파탄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지적 탐구의 열정까지도 퇴색시킨다. 올해 발생한 수많은 인재와 그것을 둘러싸고 전개된 원인규명과 책임전가의 사회적 담론에서 《사회비평》편집진은 지적 담론의 본질에 더욱 충실해야 한다는 비장감을 공유하게 되었다.생활의 일상성은 주체성과 거리가 멀다. 일상생활은 그 배경에 숨겨진 타자의 권력으로 주조된다는 것, 논리의 비약을 무릅쓰고 지적한다면, 근대성은 주체의 상실과정에 해당한다는 것이 포스트모던 사회이론의 핵심이다.

원래는 "상실된 주체성"이라는 권두 논문으로 시작될 기획이 필자의 사정으로 여의치 않게 되었지만, 그 주제과 관련된 세 분의 논문이 편집의도를 선명하게 드러내 주기에 충분하다. 지난 11호 특집에 실린 논문들에 대하여 학계의 지속적이고도 잔잔한 반응이 있었다. 제도주의적 시각에 대한 학계의 관심이 국내외적으로 고조되고 있는 현상은 동구권 붕괴 이후 급속히 진행된 세계질서의 재편과 깊은 관련이 있을 것이다.

단원적 권력의 중요성이 쇠퇴하고 제도적 상호의존성의 기능이 강화되는 국제체제의 변화상이 제도주의적 시각에 대한 학문적 관심을 촉발시켰다고 보면 적절한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제도주의적 관점의 뿌리를 더욱 천착해 보는 것은 유용하고 시의적절하다.《사회비평》의 이러한 의도는 마침 고려대학교 경제학과에 재직 중인 김균 교수의 세미나팀과 합치되어 이번 호의 특집으로 발전되었다.

귀중한 연구성과를 게재할 수 있도록 허락해주신 연구팀에게 감사드린다.《사회비평》에 대한 학계의 관심이 확산되면서 투고가 많아졌다. 선별의 어려움에 앞서 뿌듯한 보람이 느껴지는 것을 어쩔 수 없다. 엄정하고 객관적인 절차를 거친 몇 분의 원고를 게재한다. 세련된 독자들의 꾸준한 관심을 기대한다.
특집·제도, 시장, 그리고 국가

진화론적 제도론·김균
스미스 자유주의의 경제, 정치, 도덕·박순성
제도, 조직, 그리고 역사·박명호
하이예크와 케인즈의 정부와 통화제도·문우식
질서를 통한 자유·민경국
맑스의 시장, 제도 그리고 국가·홍훈

특별기획·시민생활과 숨겨진 권력

근대적 시각과 주체·주은우
상품광고 비판을 위하여·윤혜준
일상생활과 권력·심영희

인간과 사상

'북극성주의장' 존 스튜어트 밀·서병훈

일반논문

하버마스의 '공공권력', 1987년의 정치변동, 그리고 새로운 정당성의 형성·이신행
6공 경제개혁의 정치경제·이종찬
민족적 동질화와 남북한 정치관계·박사명
노동과 자본의 숨겨진 대결·전제성
니체의 허무주의적 정치철학·서영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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