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급과 노동운동의 사회학

신광영(한림대) 지음

판매가(적립금) 13,000 (650원)
분류 사회비평신서 40
면수 390
발행일 199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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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도서 금액     13,000
'계급'은 1980년대 한국 사회학의 폭풍의 중심이었다.

계급은 진보 이데올로기와 변혁운동이라는 추상의 영역에서 '구체'를 일구어 내려는 사람들이 내딛는 단단한 지반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구체성으로 인도하는 지반의 이념적 매혹은 사회주의권의 붕괴와 함께 희석되었고, 동시에 계급의 변혁적 함의를 둘러싼 사회과학의 제반 담화는 패배의 자괴감에 휩싸였다.

'계급으로의 복귀'를 조심스럽게 재론하는 주장도 자본주의의 신축성과 자정능력에 대한 찬양, 그리고 그에 따른 세계질서의 재편과정에 묻혀버리는 것이 세계 사회과학계의 현실이다. 그러나 신광영 교수는 계급의 변혁적 함의가 결코 퇴색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변함없는 신념을 가진 드문 사람 중
의 하나이다.

'드물다'는 표현은 그러한 신념을 사회학의 연구 영역으로 끌어들여 설득력있게 분석해 내는 데에 성공하고 있다는 또 다른 의미를 내포한다.
나는 이 책의 필자인 신광영 교수의 작업을 옆에서 지켜보아온 사람이다. 그런 만큼, 필자의 학문적 고뇌와 지적 편력에 어느정도 친숙하다.

그는 맑시스트이다. 그러나 정통 맑시스트의 고집을
싫어한다. 정통맑시즘에 안주하기에는 그의 지식의 폭과 학문적 열정은 깊고 넓다. 그는 전체론적 논리에 혐의를 두고 싶어한다. 그의 분석적 사고성향이 거시구조의 미시적 기초를 자꾸 되돌아보게 만들기 때문이다.

구조주의 맑시즘과 포스트맑시즘의 구도에서 자주 발견되는 논리적 비약에 미시적 분석처방을 내리면서도 '담화 속의 전체성'으로 다시 복귀하는 사고의 순환과정은 10장으로 구성된 이 책 전체에서 감지되는 그의 일관된 면모일 것이다.
그는 계급의 경험적 의미와 실천적 함의를 동시에 포착하는 것은 사회조직에 의해 매개되거나 굴절된 계급과 계급성에 주목하였을 때만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계급현상은 결코 독자적으로 발현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 조금 더 충실하자는 단순한 주장이 '계급의 사회조직적 매개성'명제로 발전되는 순간에 오랫동안 계급연구자를 가두어 두었던 제약의 벽이 무너짐을 알아차린다면, 그의 미시적 기초를 향한 분석적 열망이 결코 단순치만은 않다는 점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간략히 그의 주장은 이렇다. "계급분석 접근이 불평등을 분석하는, 보다 설득력 있고 구체적 연구로 발전되기 위해서는 계급조직으로서의 작업조직이 계급관계의 미시적 기초로서 다루어져야 한다."(51쪽)
말하자면, '조직을 계급 속으로 되돌리기' 혹은 '계급을 조직 속으로 되돌리기'를 시도하는 그의 연구는 한국의 노동운동의 성장과 쇠퇴를 분석하는 작업에서 보다 설득력을 얻는다.

노동운동은 계급과 작업조직의 복합적 현상이다. 노동운동에서 계급성 내지 이데올로기적 특성을 이러저러하게 추론하는 것을 그는 용납치 않는다. 대신 작업조직에 작용하는 외부정치와 내부정치의 교차가 맑시즘에서 상정하는 혁명계급으로서의 노동계급운동을 어떻게 제약하는지를, 그리고 그 제약조건하에서 노동계급은 어떠한 전략적 선택을 감행하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노동운동 분석의 바른 길임을 찬찬히 보여준다. (宋虎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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