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비전과 현대비평

R. 알렌 編 지음 김훈순(이화여대)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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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나남신서 216
면수 383
발행일 1993-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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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기호학자는 기호학(semiotics)을 가리켜 "결코 이해할 수 없는 언어로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을 설명하는 학문"이라고 했다. 이것은 농담이 아닐는지도 모른다. 실제로 요즘 유행하고 있는 기호학은 포스트모더니즘이니 해체주의니 서사이론(敍事理論)이니 하는 것들과 한통속이 돼서, 우리가 이미 불편없이 이해하고 있다고 믿고 있는 말과 사물에 관한 개념들을 대단히 어려운
지경에 빠뜨리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기호학은 우리 주변의 모든 현상과 의미 구조를 '기호들의 얽힘'이라는 상징 체계로 해석한다.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의 로버트 알렌 교수가 편집한《텔레비전과 현대비평》은 텔레비전과 기호학의 접목을 시도한 본격적인 방송 철학서라 할 수 있다.

미국의 실용주의 철학자 퍼스(Charles S. Peirse, 1839∼1914)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하나, 기호학으로서 자리를 잡은 것은 스위스의 언어학자 소쉬르(Ferdinand De Saussure)호학에서는 기호로서 표상되는 언어나 사물 자체에 절대적인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한 단어의 의미도 기호 체계 안에서 다른 단어들과의 구조적인 차이로부터 발생한다고 설명한다.

《텔레비전과 현대비평》은 이와 같은 기호 논리를 TV비평에 적용하고 있다. 이 책은 기호학과 텔레비전의 관계에 대한 세이터(Ellen Seiter, 오레곤대학 교수)의 에세이로 시작되는데 여기서 독자는 기호학에 관한 기초 강의를 접할 수 있다.

이러한 기본적인 용어와 원리들은 텔레비전이 전파 매체로서 다른 기호 체계에 어떻게 의존하게 되는지 또 무엇이 텔레비전을 커뮤니케이션매체로서 특징짓는지를 규명하고 기술할 수 있도록 독자들을 도와준다.

문학이나 영화, TV에 적용되는 전통적인 비평은 연구대상을 하나의 '통합된 작품'으로 간주하는 데 비해, 현대 비평은 그것을 하나의 텍스트(기호체계)로 보고 해체 혹은 종합한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지금까지 TV비평이 비논리적인 인상비평이나 시청소감, 혹은 표집분석에 의한 수량 평가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점을 반성하고 새로운 TV비평의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텔레비전과 현대비평》은 텔레비전을 다수의복합적인 기호 체계(sign system)들 중의 하나로 간주하면서 여러 가지 비판적 접근 방법들을 소개하고 있다. 텔레비전에 대한 기호학적 분석 목적의 하나의 텔레비전이 사용하는 상징적 기호를 우리가 인식하도록 하는 것이며, 그렇게 함으로써 텔레비전에서 자연스럽게 의미화되어 나타나는 많은 이미지들이 실제로는 역사적이며 변화할 수 있는 텍스트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텔레비전과 현대비평》은 기호학에 관한 일반론과 함께 이 분야의 특수한 종류인 서사이론(시라 코즐로프, 버사 대학 교수)에 관해 설명하면서 60minutes에 사용된 텍스트 분석을 통해 이야기 전달 수단으로서 텔레비전의 특수성을 설명하고 있다. 서사학(narratology) 또는 서사론(narrative 의《일반 언어학 강의》가 나온 이후의 일이다. 기theory)이라고도 하는 이 새로운 분야도 TV의 탄생, 성장과 거의 같은 시기에 발전해 왔다.
서사학에서는 이야기속의 사건들이 그저 아무렇게나 배열되는 것으로 보지 않는다. 이 분야의 비평가들은 이야기 배후에 놓여 있는 구조들을 드러내고 그것들을 상세하게 설명하기 위해 기호학 또는 구조주의 분석 방법들을 사용하기도 한다.

하나의 이야기 속에는 어떤 사건들이라도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작가의 자의성에 의해 이야기는 무한정으로 꾸며질 수 있는 것이고 또 각각의 이야기는 근본적으로 서로 다른 구조를 지닐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많은 이야기들이 예측, 혹은 식별 가능한 유형에 포함된다는 사실이 서사이론가들에 의해 밝혀지고 있다. 이러한 단서를 처음 제공한 사람은 아리스토
텔레스였다고 이 장의 집필자인 코즐로프 교수는 밝히고 있다.

서사이론이 텔레비전에 작용할 때 나타날 수 있는 결론은 일정한 주제와 상황, 그리고 표준화된 인물들은 거의 보편적인 심리적, 사회적 호소력을 가지며 이 때문에 대중적인 문화양식 속에 반복해서 나타나게 된다는 점, 이야기들(서사들)은 우리가 문법의 기본 규칙들을 습득하는 것과 매우 유사한 방식으로 일련의 불문율에 의해 지배된다는 점이다.

제 3 장에서 전개되는 로버트 알렌의 '독자 반응 비평'의 핵심은 텍스트 혹은 TV프로그램이 작가의 입장에서 보면 의도적 행위에서 출발하지만 일단 작품이 씌어지고 제작되면 그것은 그 원래 의도와는 별개로 존재한다는 데 있다. 즉, 독자 혹은 시청자의 의도적 행위(독서 혹은 시청)에 의해 의미가 구체화되기를 기다리는 뼈대(구조)에 불과하고 이러한 이론은 독자 혹은 시청자 역할의 중요성이 제기되는 한 지점을 의미하고, 독자지향 비평이라는 새로운 장르에 관해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게 된다. 이 밖에도 이 책에는 시추에이션 코
미디 텍스트 분석을 토대로 한 '장르 연구와 텔레비전'(제 4 장)을 비롯해서 제도로서의 텔레비전의 본질과 기능을 고찰한 '이데올로기로서의 텔레비전'(제 5 장) 등이 포함돼 있다.
서론 : 텔레비전에 관한 이야기 거리/기호학과 텔레비전/서사이론과 텔레비전/독자반응 비평/장르연구와 텔레비전/이데올로기 분석과 텔레비전/정신분석학, 영화 그리고 텔레비전/페미니스트 비평과 텔레비전/영국의 문화연구와 텔레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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