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비평 10호

(주)나남출판 지음

판매가(적립금) 재판준비중
분류 사회비평 S010
면수 0
발행일 1993-00-00
수량
총 도서 금액     재판준비중
5년 전《사회비평》이 세상에 처음 나왔을 때 많은 사람들이 걱정해 주었다. 잡지가 쏟아져 나오는 시대에 왜 새삼스럽게 하나를 더 보태느냐고. 이에 대해《사회비평》은 정현종 시인의 노래를 빌려 그 소회의 일단을 피력했었다.꿈을 버리다니, 요새의 내 꿈은방이 많은 집 하나 짓는 일이야(《사회비평》, 제 2 호, 1989)그렇다. "이 세상의 떠돌이와 건달들과 죄수들과 거꾸로 걸어다니는 사람과 서서 자는 사람" 그리고 시인은 사양했던 "모르면서(모르니까) 씩씩한 단세포"까지도 같이 불러들일 넓은 방 하나 만드는 것이 우리의 꿈이었다.

상투화한 답변이 횡행하던 시절, 질문다운 질문을 한번 던져 보는 것, 이성과 규범이 수준의 끄트머리를 넘나들며 함께 어우러질 수 있도록 담론의 공간을 마음껏 넓혀 보는 것, 다함 없는 부정의 연속을 통해 마침내 인간이 다시 일어서게 되는 상황까지 그림을 그려 보는 것, 이런 소망을 담고 있었다.5년이 지났고,《사회비평》은 열 권이나 나왔다. 세월의 무게를 비웃듯 세상은 저만큼 가버리고 있다. 논쟁은 사라졌고 깃발도 올라가지 않는다.

"주체가 해체되고 그 와중에 역사는 완성되고 있다" 그리고 겨울나무 사이로《사회비평》이 허허로움과 부담을 함께 느껴야 하는 시대가 되고 말았다. 지나간 시절을 되돌아 보기에는 헤쳐 나가야 할 길이 너무 험난한 시점에《사회비평》이 서 있다. 질책도 고마웠고 독려는 더구나 과분했다. 시대를 고민하고 세상을 번민하는 모든 나그네에게《사회비평》의 방은 더욱 넓혀져 나갈 것을 다짐한다.

아직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았는데 벌써 마지막을 서두르는 세상을 향해《사회비평》은 창간시절의 꿈을 소록소록 되씹을 것이다.창간 5주년을 맞아 이번 호에는 한국 지식사회의 현주소를 점검해 보는 특집을 마련했다. '1989'는 한국의 학문사회에 무엇으로 남아 있는가? 사회주의의 붕괴가 패러다임의 천하통일을 유도하는 것인가? 급변하는 상황 속에서 1990년대는 무엇을 공부하도록 요구하고 있는가

.철학·정치학·사회학·역사학·언론학의 5분야를 면밀하게 분석한 필자들은 한결같이 변환의 징후를 읽어내고 있다. 과거가 급속하게 사라지면서 현재는 미래 속으로 맥없이 의탁하고자 한다. 논쟁은 많았으나 깔끔하게 정리된 것은 적었다. 학문세계에서 유행이 범람하면서 '모르지 않는다'는 자의식의 과잉도 함께 넘쳐났다. 자연히 천착보다는 청산이 새 연대를 여는 신호처럼 여겨졌다. 그리고 타협이 새로운 시대정신으로 등장하고 있다. 글쓴이들은 이러한 현상들을 날카롭게 비판한 뒤, '포스트 1989'를 냉정하게 받아들일 것을 권유한다.

그 바탕 위에서 .1990년대 이후를 조망해야 한다는 것이다. 임홍빈은 전일적(全一的) 사유에 입각한 '역동적 규범이론'의 당위성을 강조한다. 정영태는 정치학계가 '청산'이 아닌 '지양'의 자세에 입각하여 성과의 축적을 도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호기는 새로운 조류에 대해 정면으로 적극 대응해야 하며 이제껏 외면되었던 '작은' 문제까지 포함하여 구체적·실증적 연구가 사회학자들 사이에서 시도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서중석은 이데올로기적 편향에 대한 이데올로기적 대응의 위험을 경고하면서 일제시대, 남한정권, 한국민족 등의 분야로 한국 현대사연구 범위를 넓혀야 할 것을 역설한다. 강상현은 한국 언론학계가 패러다임 논쟁을 서둘러 마감하는 듯한 아쉬움 속에서도 지적 관심이 다양해지고 연구영역이 새로 확장되는 국면을 긍정적으로 관찰하고 있다.《사회비평》은 특별기획으로 '박사 실업' 문제를 실증적으로 조망해 보았다.

학문연구와 교육현장의 제일선에 서 있는 '박사 실업자'들이 겪고 있는 질곡은 한국 지식사회를 멍들게 하는 모든 요소의 총체적 귀결이라고 해도 결코 지나치지 않는다. 귀 있는 자가 듣지 않고 책임져야 할 자가 외면하고 있는 한, 위기요인은 응분의 대가를 요구하고야 만다. 지식인을 이처럼 홀대하는 사회가 세상천지에 또 있을까. 독자들은 이 기획을 통해서 한국의 고급인력들이 어느 정도의 '참혹한' 대우를 받고 있는지 분명하게 인식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박사 자신들이 제시한 처방 중 일부는 그다지 어렵지 않게 실현가능한 문제들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사회비평》은 한 젊은 '박사 실업자'에게 체험적 수기를 써줄 것을 부탁했다. 어려운 청을 거절하지 않은 필자에게 감사를 드린다. 설문조사가 미처 언급하지 못한 많은 부분들을 생생하게 증언할 것이다.이번 호에는 일반 논문을 세 편밖에 싣지 못했다. 부득이 다음 호로 연기된 논문의 필자들에게 양해를 부탁드린다.

《사회비평》에 대한 독자 여러분의 관심이 깊어지면서 매우 많은 수의 논문들이 투고되고 있다. 지면관계로 훌륭한 글들을 다 소화하지 못해 참으로 유감스럽다. 이 기회에 투고된 논문에 대한《사회비평》의 편집방침을 다시 밝히면, 모든 논문은 복수의 심사위원에 의해 읽혀지며 그 과정에서 심사위원의 견해가 필자에게 전달된다.

허심탄회한 토론이 학문발전의 토대가 된다는 소박한 믿음에서이다. 고맙게도 거의 모든 필자들이 이러한 생각을 흔쾌하게 받아주고 있다.《사회비평》이 우리 학문공동체의 발전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
특집·80년대의 한계와 90년대의 가능성 :

21세기의 길목에서 한국철학을 반성한다·임홍빈
한국정치학의 현황과 과제·정영태
한국 비판사회학의 회고와 전망·김호기
80년대 이후 한국 근현대사의 연구동향과 전망·서중석
한국 언론학 연구동향에 대한 비판적 평가·강상현

특별기획·박사실업의 사회학

박사실업자 : 학력사회가 밀어낸 지식인 - 김용학
·서병훈·송호근·염재호
"박사학위를 반납하고 싶다"·손이수

인간과 사상

우노 코오조오·이호석 : 사회주의의 과학적 근거탐구

연구노트

서울, … 보쿰, 암스테르담 그리고 센다이(仙台)·정문길
1848년, 3월혁명 이전의 청년헤겔파와 맑스 연구

일반논문

민영화 논리의 비판적 검토·김대환
노동조합운동의 이념적 성격에 관한 비판적 조망·고세훈
러시아 민족주의의 기원과 전망 ― 김우승·안드레 이 란꼬프

세계 체제 이론가와의 인터뷰

임매뉴얼 월러스타인·이수훈
크리스토퍼 체이스-던·송호근
prev next
prev n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