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의 도전

임현진(서울대)최장집 지음

판매가(적립금) 재판준비중
분류 사회비평신서 38
면수 374
발행일 199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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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민주화와 국가·자본·노동

한국 자유민주주의가 보여온 비극적 희극성 또는 희극적 비극성은 근대 자유민주주의 사회학적 성격에 대한 무지에 의해 자유민주주의가 맹목적으로 신봉되어 왔다는 사실일 것이다. 역사적 형성물로서의 자유민주주의는 물론 정치적 이상을 담는 것이기는 하지만 동시에 그것은 사회계급간의 정치적·사회적 타협을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였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자유민주주의는 정치적 이상으로 기능할 사회적 기반을 갖지 못하면서 정치적 위선을 위한 이데올로기로서만 그 역할을 수행해 왔다. 따라서 사회세력간 관계의 동태는 그 이념이 제시하는 규범적 제한과는 전혀 무관하게 각 세력들이 동원할 수 있는 권력자원이 있고 없는, 아니면 많고 적은 상태가 걸러지지 않은 채 반영되었다. 그러나 비판적·반성적 사회과학의 지식이 널리 보급되면서 우리의 정치사회 상황에 대한 탐구가 1980년대 들어 본격화하였던 것은 익히 잘 알려진 일이다.

비판적 이론에 의해 제기된 논점 가운데 가장 중요한 점을 지적하자면 아마도 그것은 한 공통체의 사회질서 및 정치질서를 둘러싼 논쟁이 단순한 학문적 논쟁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근저에는 사회적으로 생산된 부의 배분원칙에 관한 사회적 투쟁이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일 것이다.

지금까지 존재해 온 어떤 사회도 완전히 평등했던 적은 없다. 그렇다고 이러한 불평등이 항상 정치적·사회적 불안으로 직결되었던 것은 아니다. 특정시기, 특정장소에서 안정이 마련될 수 있었던 것은 불평등한 대로 동의되는 형평의 원칙이 발견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은 정치적으로 자각하고 조직화하였던 최근세 이래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 현상이었다. 우리 사회의 경우 억압적 정권 아래서 안으로만 곪아가던 이와 관련된 문제가 1970년대 후반부터 서서히 수면 위로 부상하면서 날카롭게 의식되어 갔다.《시민사회의
도전》은 이러한 시대적 분위기에 반응하여 사회과학이 우리 사회의 해부를 위한 비판적·반성적 도구로서 어떻게 사용될 수 있는가하는 점을 진지하게 고민해 온 첫 세대 학자들의 현실분석 작업 ― 총 9편의 논문 ― 을 모은 책이다.

이 책에서 집중적으로 논의되는 노동과 정치의 관계라는 주제는 하나의 우연한 주제가 아니라 비판적·반성적 사회과학에서 우선적인 의미를 갖는 주제이다. 왜냐하면 그 문제는 합의를 바탕으로 사회적 생산물을
분배하는 양식을 도출해 내는 문제이며, 이런 합의된 양식의 존재는 바로 질서 있는 사회를 구성함에 있어 기본이 되기 때문이다.

필자들(송호근·임현진)의 일관된 견해에 따르면 자유주의 이데올로기에 편승한 시장에의 환상과 이에 기초한 또다른 형태의 권위주의를 결과할 뿐이라고 이해된다. 이 책에서 대부분의 필자들은 과거와 같은 억압정책과 6공화국 아래 시험된 시장적 통제에 대신하여 계급간의 타협을 바탕으로 사는 비억압적 '민주적 조합주의'를 그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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