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비평 8호

(주)나남출판 지음

판매가(적립금) 재판준비중
분류 사회비평 S008
면수 0
발행일 1992-00-00
수량
총 도서 금액     재판준비중
얼마전 북한을 공식 방문하고 돌아온 국회의원들과 기자들은 북한의 실상을 보고하는 자리에서 빠짐없이 그들의 경제적 낙후성을 지적하였다. 그들이 자주 예로 들었던 것은 북한의 포장지였다. 백화점에서조차도 시멘트 봉지같이 생긴 누런 봉투에 물건을 담아주는데 그 모습이 바로 우리 나라의 60년대와 똑같다는 것이다. 그런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우연히 책상 위에 놓여 있는 초콜렛에 눈길이 닿았다. 그야말로 휘황하고도 찬란한 포장에 싸여 있는 초콜렛. 금방 휴지통에 던져질 포장지에 왜 그토록 많은 자원이 투자되었을까? 종이의 질, 색상, 이 모든 것이 인간들이 아껴써야 할 재화가 아닌가? 나는 그 포장지 안에 웅크리고 있는 시장을 발견한다. 시장! 그 잔인한 얼굴과 효율성의 얼굴을 지닌 야누스적 시장! 현실 사회주의의 몰락은 시장이 필요악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시키는 것인가? 시장이 수반하는 낭비와 불평등의 문제를 알면서도 인류는 어쩔 수 없이 다시금 시장으로 돌아와야만 하는가?《사회비평》은 5호부터 시작하여 지난 7호에 이르기까지 사회주의 몰락이 지식인들에게 가져다 준 충격을 이론적으로 소화하려는 작업을 계속하여 왔다. 5호는 "현대 맑시즘의 좌표와 미래"라는 특집으로 맑스주의의 위기를 극복하려는 시도들을 살펴보았고, 6호는 사회주의 체제의 종말이 자본주의의 변동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며, 자본주의의 본질적인 동학이 무엇인지를 알아보려는 취지로 "다시 보는 자본주의 ― 그 동태와 모순"이라는 특집을 다루었다. 이어 7호에서는 자본주의의 미래의 얼굴을 예견하려는 시도로 꾸민 특집, "국제체제의 변화와 자본주의의 미래"라는 주제가 한 세기의 끝에서 다음 세기를 빠끔히 내다보려는 우리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었다. 이제 우리는 이러한 긴긴 연속된 특집의 끝마무리에 서 있다. 이제 과연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사회의 모습은 어떠한 것일까? 이런 질문에 대한 지적 탐구는 우리로 하여금 우리 사회가 나아갈 수 있는 대안적 사회의 모습들에 대한 특집을 꾸미도록 하였다.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모습에 대한 관심이 금세기의 모퉁이에서 부쩍 늘고 있다. 여기에는 몇 가지 대표적인 견해가 등장한다. 최근 들어서 더욱 강력해지는 목소리로서, 우리 나라도 이제는 완전 자유경쟁시장 체제를 도입하여야 한다는 보수주의 주장이 있다. 즉, 국가의 개입을 배제하고 시장의 원리에 완전히 맡기는 자본주의를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 다음으로, 주로 매스컴에 등장하는 견해로서, 일본을 모방하자는 주장이 있다. 일본 문화의 우수성, 일본 조직 원리의 우수성을 우리가 배워와서 실천해야 한다는 견해이다. 세번째 견해는 복지국가로 나아가기 위하여 사회민주의를 지향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네번째 견해는, 주로 노사관계를 연구하는 경제학자들이 내놓은 대안으로서, "코포라티즘(조합주의 국가) 모델"을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끝으로 소수의 견해이기는 하지만 현실 사회주의의 몰락을 거울삼아, 잃어버린 꿈인 맑스의 사회주의를 복원하여 지향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우리는 대립된 의견들 가운데서 우리 사회가 지향할 수 있는 다양한 대안적 사회의 모습들을 같은 지면에 모아 볼 필요를 느꼈다. 이러한 특집을 기획하면서 중요한 문제점에 부딪쳤다. 대안적 사회란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사회구성의 원리로 한정할 것인가, 아니면 한번도 지구 위에 존재하지 않았던 사회까지도 포함할 것인가? 우리는 현실적인 이유 때문에 앞의 것으로 한정하였다.특집에서 다룬 대안적 사회의 구성 원리는 크게 자유주의, 코포라티즘, 사회민주주의, 시장사회주의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이들 다양한 모습들은 각기 다른 역사적 맥락에서 출현하였고,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가치 등 각기 다른 측면에 강조점을 두기 때문에 이들을 하나의 자로 재서 비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국가와 사회, 혹은 국가와 시장 사이의 관계에 중심 축을 설정하였다고 볼 수 있다. 자유주의는 시민사회의 자율성을 개인의 자유를 통하여 실현하려고 하며, 코포라티즘은 국가와 시민사회의 관계를 이익대표 체계를 통하여 조화시키려 하며, 사회민주의의는(코포라티즘과 중첩된 개념이긴 하지만) 노동계급의 결집된 힘을 국가에 반영하려 한다. 시장사회주의는 공적 소유의 장점과 시장의 장점을 결합시키려는 제도이다. 이 각각의 주제에 대해 특집의 필자들은 나름대로 뚜렷한 견해를 피력한다. 철학적 위기"에서 사회주의와 보수주의 그리고 자유주의를 비교한다. 그는 먼저 반완벽주의란 이상적인 삶의 양식이 사회구성원에게 도덕적 구속력을 갖는 것을 거부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절차주의란 비도덕적 동기에 의해 움직이는 인간의 합리적 선택에 의하여 도덕률을 창출하는 방법론이라고 정의한다. 그는 자유주의가 반완벽주의와 절차주의라는 근대적 방법론에 근거한 반면, 보수주의와 사회주의는 완벽주의와 직관주의라는 전통사회의 이념에 입각한 체계로 인식한다. 따라서 전통사회의 이념에 근거했던 현실 사회주의의 붕괴는 저자에게 근대성의 완결을 의미한다. 그는 자유주의의 이념인 절차주의와 반완벽주의에 대한 철학적 계보를 추적하고, 그 핵심적 주장들을 도출해 낸다. 또한 그는 자유주의에 대한 철학적 반성이 필요하다고 외친다. 왜냐하면 자유주의의 철학적 전제는 실패하고 있기에 자유주의가 인류를 끝까지 끌고 갈 수는 없다는 신념 때문이다.홍훈은 "근대 경제학 내의 자유주의"에서 근대 경제학의 기본 전제가 된 자유주의를 경제학 이론 내에서 비판적으로 고찰한다. 좀더 구체적으로 그는 근대 경제학 이론에 침투되어 있는 자유주의의 모습을 추출해 내고 그 한계에 대해서 논한다. 비판은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이루어진다. 경제학 이론 내의 문제점과 이 이론을 한국사회에 적용하는 데 있어서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작업을 위해서 근대 경제학의 미시이론과 거시이론의 중요한 명제들을 검토한다. 미시이론에서 그는 개인 합리성을 강조함으로써 간과하게 되는 '가치'와 규범의 문제를 지적하고, 선호를 주어진 것으로 받아들이게 됨으로써 간과하게 되는 사회구조의 문제 등을 지적한다. 이러한 이론을 한국사회에 적용하는 데 발생하는 문제로 선호나 가치관, 기대가 각기 다양하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획일적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예를 들어, 교육한국 사회에서 교육은 절대적인 재화로서 개인이 자유롭게 선택한다기보다는 선택할 수밖에 없는 존재로 생각된다. 이것은 다양한 선택 대안 중에서의 선택을 연구하는 미시경제학 이론의 입지를 좁게 만드는 것이다.임혁백은 "시장사회주의의 실패와 시장사회주의의 개혁"이라는 논문에서 자본주의의 시장과 사회주의의 공적 소유제의 결합을 시도하고 있는 시장사회주의 모델을 제 3 의 대안으로 고려할 가치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먼저 시장이 불완전한 기구임을 밝히면서 사회주의가 더 효율적인 체제임을 주장한 사회주의자들의 논지를 정리한다. 그런데 왜 이토록 아름답게 묘사된 사회주의의 청사진이 실현되지 못했는가? 저자는 행위자들의 사적 이익 추구가 실패의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계획자도 사적 이익을 챙기고, 경영자에게는 생산 력을 과소 보고하는 등, 정보를 왜곡시킬 동기가 생기며, 노동자들은 게으름을 피운다. 이러한 사회주의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하여 공적 소유제를 견지하면서 자원 배분에서 시장기구를 도입하려는 시도로 시장사회주의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저자는 다음으로 사회주의 계산 논쟁에서 사회주의 실패의 또 다른 원인을 이끌어 낸다. 시장에는 합리적인 가격이 존재한다. 계획사회주의에서도 합리적인 가격이 계산될 수 있는가? 저자는 이 문제에 대한 논쟁을 검토하면서 계획자에 의한 계산된 가격은 기업가간의 혁신적인 경쟁을 소멸시킨다고 진단한다. 저자는 다음으로 공적 소유제와 시장이 결합하는 두 가지 방식에 대해서 비교 검토한다. 유고 모델은 시장을 전면적으로 허용함과 동시에 국가 소유제를 노동자 자주관리에 의한 협동조합 형태의 공적 소유제로 변모시킨 반면, 헝가리는 소비재와 노동력 부문에서만 시장을 부분적으로 도입하고, 국가 소유제를 전면적으로 수정하지 않았다. 저자는 유고의 실패 원인을 노동자 개인 당 소득을 극대화하려 했기 때문에, 즉 고용의 증대를 수반하지 않는 자본집약적인 투자를 확대하거나 증가된 소득을 나누어 가지려고 한 데서 찾고 있다. 반면에 헝가리의 실패의 원인은 바로 시장의 부분적 도입에서 찾고 있다. 자본 시장이 없이 소비재 시장이 제대로 작동할 리 없다는 것이다. 저자는 현실적으로 존재했던 시장사회주의의 실패는 이 모델을 더 이상 검토할 필요가 없게 만든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개선할 여러 가지 방법들을 모색하면서 글을 끝맺는다.김수진의 글 "민주적 코포라티즘의 비판적 고찰"은 먼저 민주적 코포라티즘이 왜 서구에서 논의되기 시작했는지 그 사회경제적 배경을 살펴보면서 글을 연다. 그 다음에 다양한 형태의 코포라티즘의 역사적 모습들과 학자마다 각기 달리 사용하고 있는 코포라티즘의 정의를 소개한다. 그는 당신이 무슨 뜻으로 코포라티즘이라는 단어를 썼는지를 밝히기 전에는 당신의 주장은 아무 의미도 갖지 못할 정도로 이 단어가 오용 내지는 범용되었다고 지적한다. 그는 코포라티즘이 경제적 위기에 잘 대처할 수 있는 우월한 체제라는 연구들을 인용하면서, 이 체제가 우월성을 드러내기 위해서는 다른 제도적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며 조심스럽게 이러한 연구결과를 받아들인다. 그는 서구에서 코포라티즘이 성립할 수 있었던 역사적 조건들을 검토한 후, 우리 나라에서 민주적 코포라티즘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노동계급의 힘이 커져야 한다는 함의를 끌어 낸다. 세훈은 "사회민주주의 : 논리, 전개, 전망"에서 사회민주주의의 두 가지 유형을 대비한다. 그는 사민주의를 하나의 범주로 묶게 될 때 개별 국가간의 차별성이 사장되는 위험성을 지적하며, 영국 모델과 스웨덴 모델을 구분한다. 그는 각각의 역사적 발전궤적을 살펴보기 이전에 전후 서구 사민주의의 세 가지 최소 강령적 원칙을 살펴본다. 저자는 두 유형의 역사적 차별성을 각 유형이 위기에 어떻게 대처하는가, 경제 질서는 어떻게 짜여 있으며, 그 구성 논리는 무엇인가를 검토하면서 명확하게 드러내어 보인다. 그는 둘 사이의 가장 큰 차이는 스웨덴에서 대규모적이고 집중적으로 발전된 산별노조가 정책 발의에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이것이 실천된 것을 꼽는다. 그는 한국에서 사민주의와 같은 정치체제로의 개혁의 가능성을 염원하듯, 한국의 지배 이데올로기와 그 체제가 의외로 취약하기 때문에 열릴 가능성을 갖는다고 글을 맺는다.특집의 맨 마지막 글인 "스칸디나비아 사민주의의 종언, 위기, 혹은 재조정"의 저자 송호근은 노르웨이와 덴마크에 이어 최근에 보수연합에게 정권을 내준 스웨덴의 사민주의의 몰락을 바라보면서, 이러한 현상이 과연 사민주의의 종말을 의미하는 것인지를 분석한다. 그는 사민당의 패배가 '결빙 명제'에 주는 정치사회학적 함의를 분석한다. 즉, '유럽의 정당체제는 이미 1920년대에 결빙되었고 유럽의 정당정치의 지형에는 커다란 변화가 없다'라는 명제는 수정되어야 하는가를 분석한다. 그 다음에 저자는 사민주의가 당면할 수밖에 없었던 구조적 위기들을 통하여 패배의 원인을 분석한다. 쉽게 간추리면, 표를 더 많이 얻기 위해서는 다수의 지지를 받는 Catch-all 정책을 내세워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될수록 그 정책에 의해 이익을 대변받는 집단이 불명확해진다는 모순적 논리가 사민당의 성공의 원인이자 바로 실패의 원인이기도 하다는 것이다.보다 나은 사회를 위한 희망이 계속되는 한 대안적 사회의 모습들에 대한 탐색은 그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사회가 지향해야 할 바를 결정하는 것은, 구멍가게에서 여러 물건 중에서 하나를 골라잡는 것과는 다르다. 사회 각 세력간의 힘의 분포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사회주의 국가의 몰락은 우리 나라의 사회 세력간 힘의 분포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맑스주의는 이론적, 실천적 영역에서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공산권의 붕괴가 곧 자본주의의 승리를 위미하는 것이 아니듯이, 맑스주의의 위기는 '새로운 해석'의 계기로 인식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의 삶은 자본주의의 흉한 구조 법칙에 매몰되어 대안없는 악순환을 지속할 것이기 때문이다.이러한 문제 의식하에 이번 호의 기획은 "맑스주의 계급론의 재해석"이라는 주제를 다루었다. 80년대의 학문적 담화를 주도하였던 한국 사회의 계급 논의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기 위해서는 우선 맑스주의 계급론과 포스트 맑스주의적 대안에 대한 비판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하였던 것이다. 이번 호에 게재된 박형준, 신광영 교수의 이론적 논의를 필두로, 한국사회의 계급구조 분석과 실천적 의미에 관한 심층적 연구들을 다음 호에도 계속 선보일 예정이다.
특집·대변혁 시대의 대안적 사회

자유주의의 세계사적 근대성 완결과 철학적 위기·김주성
근대 경제학 내의 자유주의·홍훈
시장사회주의의 실패와 시장사회주의의 개혁·임혁백
민주적 코포라티즘에 관한 비판적 고찰·김수진
사회민주주의 : 논리, 전개, 전망·고세훈
스칸디나비아 사민주의의 종언, 위기 혹은 재조정?·송호근

인간과 사상

베른슈타인·박찬억

고전산책

리바이어던과 토마스 홉스의 정치사상·김병곤

〈기획〉맑스주의 계급론의 재해석(1)

한국사회 적용가능성 모색
맑스의 계급이론 ― 발전궤적에서 본 딜레마·박형준
포스트 맑스주의와 계급분석 : 비판적 논의·신광영
화법(話法)과 시(詩)·김인환
자본주의 시대의 문학과 문명비판 의식·박혜경

기획서평

변화하는 세계경제와 국가의 위상·임현진
prev next
prev n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