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평론가 유종호 씨가 30여 년의 평론 활동을 정리한 비평선집으로 '한글 제 1 세대'로 불리는 평론가의 "우리 문학과 사회 현실에 대한 지적 탐구의 긴 궤적"을 보여준다.
그가 펼쳐 온 한글 제 1 세대의 평론세계는 10년 안팎의 거리를 둔 4·19세대와 더불어 한국문학의 문예혁명을 일으킨 도화선이었다. 모국어와 인문주의에 뿌리를 둔 그의 평문은 '불문학파'들의 현란한 수사학이나 수학이론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고전적'으로 비칠지 몰라도, 영미문학의 경험론과 분석주의에 바탕한 그의 '체(體)의 문체'는 우리 문학의 흔적을 조감해 왔다.
문단에 데뷔한 해에 내놓은〈언어의 유곡〉에서부터 60년대 말에 쓴〈한글만으로의 길〉이나 80년대에 발표한〈시인과 토착어 지향〉,〈시인과 모국어〉등의 평문에서 작가가 일관되게 감지한 것은 문학은 모국어를 떠나서는 존재할 수 없다는 명제·작가의 비평세계 전모를 이해하는 길잡이로서 우리시대의 가능성에 대하여 가장 열려 있는 의식의 리얼리스트적 입장을 발견할 수 있다.
작가가 밝혔듯이 '미련한 외곬의 삶'이었던 만큼 문학에서의 삶을 진득하고 신산스러운 고통이었지만 한결같은 그의 활동은 곧 문학의 진보라는 전철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