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비평 6호

(주)나남출판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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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사회비평 S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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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199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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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우리 편이다." 페이비언주의자들은 그렇게 믿었다. 자본주의의 현실에다 비추어 본 사회주의의 이상은 명징한 아름다움 그 자체였기 때문에 미래에 대한 낙관을 숨기려 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세기가 바뀌고 있다. 물같이 흘러가 버린 혁명의 시대를 조롱이나 하듯이, 석간신문의〈해외토픽〉은〈레닌〉이 경매에 붙여질지도 모른다는 코미디같은 얘기를 현실감있게 전해준다. 또 다른 외신은 펄럭이는 이념의 깃발에다 처연함만 더해 주는 한 급진 사회주의자의 독백을 들려주고 있다. "사회주의는 패배했다.

이제 우리가 할 일은 자본주의에다 인간의 얼굴을 덧붙이는 것이다." 1970년대 초반, 아옌데를 욱박지르며 폭력혁명 모델을 고창했던 칠레의 알따미라노가 하는 말이다. '네 것, 내 것 구분이 있는 사회'에 대한 라톤의 비판, "사적 소유가 존재하는 한, 다수가 고통받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토마스 모어의 진단, '노동이 생존을 영위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해 버린 자본주의적 삶의 양식'에 대한 맑스의 분노 ― 2000년의 세월을 통해서 지성과 양식은 이렇게 줄곧 대응해 왔다.

그러나 동시에 그 역사를 통해, 규범의 잣대로 현실을 재는 것은 타당하지 못하다는 입장 또한 면면히 이어져 왔다. 어쩌면 아리스토텔리스가 '사적 소유에 대한 인간의 애착이 본능적인 것'이라고 분석했을 때, 이미 사회주의가 그 피곤한 육신을 눕힐 자리를 찾지 않으면 안되는 오늘날의 세기말적 혼돈은 예견되어 왔던 것인지도 모른다.

이상이 현실을 딛고 일어서기가 참으로 어려움을 하나의 진실로 강요하고 있는 이 시대에, 과연 시간은 누구의 편일까?이제까지 우리는 청사진에만 집착함으로써 사회주의의 현실을 의도적으로 외면했던 것이 사실이다. 모스코비치가 혁명의 영화를 미련없이 방기하고자 하는 대세를 맞이하고 나서, 마침내 우리는 사회주의의 이상 그 자체에 대해서 까지 회의를 품게 되었다.

그리고 자본주의는 역사의 패자(覇者)인냥, 우리에게 정말 마땅찮은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 사실은 선택도 아니다. 그저 일방적으로 그 길을 수용하도록 요구하고 있을 뿐이.《사회비평》이 자본주의를 다시 되돌아보자고 한 것은 한편으로는 "자본주의, 과연 이대로 좋은가?"라는 비판적 문제 의식을 전제로 한 것이다. 동시에 우리는 "자본주의를 인간화시킬 수 는 길은 도대체 무엇일까?"하는 안타까움도 품으면서 이번 기획을 마련했다.

작금의 현실 속에서 자본주의에 인간의 얼굴을 접목시키는 것이 우리에게 남아 있는 마지막 소망일지 모른다. 솔직히 우리는 자본주의의 테두리 안에서 그려질 수 있는 인간의 얼굴이 무엇인지 잘 알지 못한다. 윤리와 교육과 종교의 힘을 통해 자본주의 정신을 정화시키고자 했던 시도도 끝내는 '졸부와 인터걸의 행진'을 막지 못했다.

한때는 국가가 '의로운 중재자'의 역할을 해 주리라는 기대도 없지 않았으나 국가의 계급적 속성과 그 관리 능력에 대한 회의 만만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상황이 그러하기는 하나 우리는 이러한 기획을 통해 지금까지 어떠한 이유에서든 외면되어 왔던 자본주의의 본질과 그 동태의 문제가 전면적이고 입체적으로 규명되기를 기대한다. 군림하는 시대의 괴물이 더 이상 방치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사회비평》은 '민중 민주주의'에 관한 세 편의 글을 싣는다. 아직까지도 모색의 단계에 있다고 밖에는 말할 수 없으나, 자본주의라는 외피 아래 양생하고 있는 부르주아 민주주의의 개혁의 시급함과 절박함에 비추어 이 글들은 독자들에게 유익한 토론거리를 제공해 주리라고 믿는다.
특집·다시보는 자본주의 ― 그 동태와 모순

중심부 자본주의에서의 갈등과 타협·배영수
사유재산권의 자유주의적 정당화의 과제·박정순
시장경제와 이데올로기의 문제·이채언
혁신과 창조적 파괴의 동학·이영조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변증법적 관계·성경륭
시장의 실패, 자본의 실패, 국가의 실패·임혁백
현대 자본주의의 조절과 국가·김호기
시장의 해체, 시장의 반격·김병국

고전산책>

아담 스미스의 경제이론·이한유

인간과 사상

노신, 절망과 희망의 회로·이욱연
오늘의 쟁점·우리에게 민주주의는 가능한가
한국에서의 민주주의 논의에 대한 비판적 검토·김세균
민중 민주주의의 조건과 방향·최장집

《특별기획》북한 젊은이들과의 대화

무오류의 오류 현장·유의영
저성장기 일본 노동조합의 양태·김훈
민중주체 민주주의와 민중시대의 변혁 이론·장기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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