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비평 2호

(주)나남출판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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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사회비평 S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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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198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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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비평》을 창간하여 이제 두번째 호를 맞는다. 여러 현실적 제약을 감안하여 당분간 반년간지의 형태로 발간하고 있지만 가까운 장래에 계간지로 자리잡을 것을 희망해 본다. 우리의 노력과 독자의 기대가 어떤 지점에서 어떻게 만날 수 있는가에 따라 그 시기는 앞당겨질 수도 있을 것이다.

지난 호에 대한 평가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뉘어졌었다. 찬사가 섞인 긍정적 반응이 있었는가 하면, 뚜렷한 주의주장이 없는 무정견·무성격의 잡지라는 질책도 있었다. 모든 비판과 조언을 우리는 충심으로 고맙게 받아들인다. 그러나《사회비평》을 통해서 우리 사회를 바라보는 종합적 토론의 장을 키워 나가면서 열린 사회를 지향하고자하는 우리의 기본적 자세에는 변함이 없다.

사실 일 년에 두 호를 펴내는 문화행위가 가질 수밖에 없는 비판적 공간의 협소함과 시간적인 단절 혹은 불연속의 한계는 누구보다도 우리 편집위원들이 절감하는 문제이다. 또 그러기에 우리는 현실의 급박한 변화에 적절한 문제의식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아쉬움을 느끼고 있다.

그러나 그럴수록, 어지러운 현실의 소용돌이에서 자칫 등한시 되기 쉬운, 그러나 우리가 마땅히 진지한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주요한 논제들을 찾아내어 이를 다각도로 조명함으로써 주어진 제약 속에서나마 성실한 시각과 목소리로 비판적 기능을 발휘할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지금 우리 사회는 분배의 정의가 제대로 실현되고 있지 못한 데에 따른 사회적 불만이 정치적민주화 과정에서 일시에 표출됨으로써 계층 간의마찰과 갈등현상이 심화되고 있고, 이것이 정부에대한 불신과 함께 체제에 대한 부정적 시각으로까지 증폭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 상황에서 누적된사회적 모순은 복잡하게 얽혀 모든 민주화의 도정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가진 자의 입장에서 못가진 자들의 인내심을 호소하는 말을 어찌 할 수 있으랴. 의식주라는 생존의 문제야말로 각박하고 처절한 것이기 때문이다. 상식과 관행을 초월하여 세계사에서 유례가없을 만큼 악착스럽게 벌어지고 있는 땅투기는 서민들의 분노를 넘어서서 절망에로까지 몰고 가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 아닌가.

여기에 우리가 구상한 특집의 의의가 있다. 현재 우리 정부가 펴가고 있는 토지정책 및 도시문제에 대한 대응책은 어디까지나 자산소유자에게 막대한 자본이득을 법적·제도적으로 보장해 주고 더해 줌으로써, 분배의 정의의 구현이라는 초미의 과제와는 정반대의 방향으로 현상을 악화시키고 있는 것은 아니냐는 우려는 이제 이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박탈감을 맛보게 된 계층의 문제만은 아니다.

우리는 묻고자 한다. 이제까지의 도시화 과정은 오로지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의 틀 속에서 자본의 논리만을 관철시키는 가운데 이루어진 것은 아닌가? 우리에게 진정한 정의에 입각한 공공정책이 도대체 있었는가? 있었다면 얼마나 실효성이있었는가? 또 농촌인구를 도시로 흡인시켜 이들을 도시빈민의 위치로 전락시켜 온 우리의 경제개발정책에 우리는 얼마만큼의 점수를 줄 수 있는가?

한 도시의 가장 가난한 계층이 살고 있는 지역을 대상으로 한, 재개발이라는 이름의 기업주의적 발상의 도시공간 재편성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이었나? 이러한 물음 등을 통해 우리는 이제까지의 국가개입에 명백한 계급성이 존재해 왔음을 확인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국가로부터 정책으로나 실정적으로나 외면되어 왔고 구조적으로 강요된 빈곤을 감내해야 되는 이들 도시빈민들이 스스로의 노력으로 현실의 제모순에 대응하고자 하는 대중운동으로서의 사회운동은 어떠한 것이어야 하는가?

여기에 우리는 사회의 제구성원들 간의 역동성을 분석하고 접근해가는 한 계기로서 도시의 여러 현상들을 분석할 필요성을 갖게 된다. 또한 현실의 분석과 아울러 이를 보는 시각과 이론틀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할 단계에 이르렀다고 믿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이 결코 쉽게 얻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퇴폐화된 우리의 도시현실이야말로 경제구조·사회과정·정치적 관료주의 등의 모든 문제가 얽혀 생긴 최종적 결과물로서 우리에게 주어진 것이기에 어떠한 일도 양단의 조치로 일거에 해결될 수 없음 또한 알고 있다. 이번 특집에 수록된 권태준·김형국·양윤재·최병두·윤일성 씨 등 여러분의글은 모두 이러한 문제들을 둘러싼 진지한 토론의 계기를 가져올 수 있는 글이라고 믿는다.

좋은 글을 보내주신 필자 여러분께 다시금 감사드린다
또한 부르주아 인간은 그가 소유한 것 바로 그것이라는 앙리 르페브르의 말을 다시금 실감케하는, 중산층을 자처하는 서울의 고소득층의 행동양식을 꼬집은 안정남 씨의 글과, 과속성장에 따른 심성의 피폐화 결과로서 우리가 안고 있는 폭력의 문제를 실증적으로 접근한 강대기 씨의 글을 함께 특집으로 묶어 보았다.

살기 좋은 사회를 꿈꾸는 것은 비단 유토피아 문학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아니 오히려 대개의 유토피아적인 사색이 탁월한 통치자의 계획과 그계획을 실현에 옮기는 엄청난 행정력 및 사회적 구속력을 전제로 함을 상기할 때, 이상사회에 대한 성급한 구상을 우리는 단호히 거부한다. 그러기에 비록 짧은 보고서이지만 사람들의 모듬살이의 기본 철학은 무엇인가를 다시금 생각케 만드는정일우 신부의 글을 우리는 감명깊게 읽는다.

이번 호의 고전산책은 전성우 교수가 막스베버의 사상에 대해 깊이있고 정확한 설명으로 독자의 이해를 도왔다. 우리는 새로운 고정란을 만들어 한 시대의 대표적 지성의 인간적 깊이와 사상적크기를 전체적으로 조명해 볼 수 있도록 했다. 첫번째 시도로서 민두기 교수의 강유위에 대한 글은그런 점에서 유익한 글이다.

우리 사회의 첨예한 문제인 노동운동과 관련하여 연구전문직 노동운동의 성격을 규명한 이정택 씨의 글이나 남미의 예를 통해 사회주의 변혁운동의 시련을 꼼꼼히 검토함으로써 우리에게 충분히 시사적인 내용을 보여준 서병훈 씨의 글은 알차고 유익한 글들이다. 김승수 씨의〈상품경제와 광고의 정치경제학〉은 흥미로운 논문으로서 우리가 처한 삶의 현실을 이데올로기의 관점에서 돌이켜 보게 만든다.

월북작가나 해금작가들에 대한 논의의 활성화 흐름과 함께 중요한 검토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시인 임화를 다룬 최두석 씨의 단단한 글, 최근에 젊은 지식인들 사이에서 한창 고조되고 있는 후기구조주의 철학에의 관심과 경사를 감안해 볼 때 푸코-데리다 논쟁을 명료하게 정리해준 김현 교수의 글은 모두 우리의 문학적 인식을 넓혀줄 것이다.

다음 호부터 두 분의 젊은 편집위원들을 영입하여《사회비평》을 더 심도있고 풍부한 내용의 잡지로 발전시켜 나가도록 했다. 연세대 정외과에 출강하고 있으며 이번 호의 필자인 서병훈 씨와한림대학 사회학과에 재직중인 송호근 씨의 역할을 독자와 함께 기대하면서《사회비평》편집인들은 더욱 알찬 내용을 담은 잡지를 만들어 나갈 것을 약속드린다.
권두시 : 한 그루 나무와도 같은 꿈이·정현종

특집 : 우리의 도시, 무엇이 문제인가

도시의 민주화, 건축의 자유화·양윤재
한국도시정책의 공공성·공평성 비판·권태준
불량촌 형성의 한국적 특사정과 공간이론의 적실
성·김형국
공동체 형성의 의미 ― 복음자리 마을의 경우·정
일우
도시계획의 사회철학적 재인식·최병두
자본주의 도시연구 방법론·윤일성
도시중산층의 취미 ― 벽난로와 수족관·안정남
도시와 폭력·강대기

논 문

현단계 한국 연구전문직 노동운동의 과제와 전망
·이정택
제 3 세계와 사회주의 변혁운동·서병훈
상품경제와 광고의 정치경제학·김승수
푸코 데리다 논쟁에 대하여 ― 미셸푸코의 문학 비
평·2·김현
임화의 시세계·최두석
인간과 사상 : 역사속의 康有爲·민두기
고전산책 : 막스 베버에 대한 일 고찰·전성우
소설 : 불꺼진 창 ― 아버지와 아들·6·한승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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