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스와 문명 - 프로이트 이론의 철학적 연구

H.마르쿠제 지음 김인환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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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나남신서 1065
판형 4*6판
면수 370
발행일 2004-11-15
ISBN 89-300-8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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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버트 마르쿠제,《에로스와 문명》개정판 출간!

자크 라캉(Jacques Lacan)의《선집》(Ecrits, 1966)과 함께 20세기 후반에 나온 두 권의 대표적인 정신분석 이론서로 평가받고 있는 H. 마르쿠제의《에로스와 문명》(Eros and Civilization, Boston, Beacon Press, 1955)이 고대 국문과 김인환 교수의 개정판으로 새롭게 출간되었다. 1972년, 역자에 의해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번역된 이 책은 이후 1988년에 개정 번역본으로 출간되었고, 이제 그 번역을 다시금 새롭게 수정하여 독자에게 선보이게 되었다.

마르쿠제는 이 책에서 “인간의 본능적 욕구의 자유로운 충족은 문명사회의 존재와 공존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답하고자 한다. 1930년에 발표한 프로이트의〈문명 속의 불만>에서 언급된, ‘행복은 문화적 가치가 아니다’, 혹은 ‘문명은 충동의 억압 위에서만 성립한다’는 프로이트의 명제에 대한 마르쿠제의 근본적인 문제제기와 함께 억압사회와 관련된 프로이트의 비관론을 역사적 문맥 속에서 밝히고 있다. 정신분석학과 열려있는 맑스주의와의 통합을 최초로 시도한 책인《에로스와 문명》은 프로이트와 달리 본능적인 삶의 대대적인 억압 없이도 문명이 존재할 수 있음을 제시하고 있다. 이를 위해 마르쿠제는 학제간의 광범위한 교류를 통해 헤겔, 맑스, 프로이트의 사유의 연속선상에서 심리학, 철학, 인류학, 신화해석학, 문화해석학을 아우르는 광범위한 성찰을 펼쳐 보이고 있다.

그러므로 이 책의 목적은 정신분석 자체보다는 ‘정신분석의 철학에 기여’하고자 한다. 마르쿠제가 파악한 프로이트의 ‘인간론은 엄밀한 의미에서 심리의 학문이다’ 라는 점에서 정신분석에 대한 철학적 성찰이 가능하다고 보았고, 신프로이트 학파의 대부분이 거부한 정신분석의 ‘철학적, 사회학적 함의’를 탐색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마르쿠제는 ‘과잉억압’(Surplus-repression)과 ‘수행원칙’(Performance principle)이라는 개념을 도입하여 경제적 조건(‘소외된 노동’)과 정치적 조건(‘지배’)을 변혁함으로써 ‘억압 없는 문명’이 가능하다고 파악하여, 프로이트가 파악한 문명인 <본능의 억압→지배를 위한 노동→억압적 문명> 대신, <본능의 해방→사회를 위한 활동→억압 없는 문명>의 전개과정이 가능함을 철학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이 책의 1부는 ‘문명의 본능적 구조 안에 있는 몇가지 기본적 경향을 검토하고 서양문명의 진보를 지배하는 특정한 현실원칙을 규정’하고, 2부에서는 마르쿠제 특유의 ‘문명의 변증법’을 전개하고 있다. 즉, 인류가 생존에 필요한 수단을 조달하기 위해 개인의 욕구를 억압했고, 이 기본적인 억압이 사회적 지배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추가적인 억압으로 발전되어온 역사를 ‘문명의 변증법’으로 파악한 그는 프로이트의 이론에서 ‘동일성’과 화해의 가능성을 발견하였다. 노동과 여가의 일치를 통해 구현될 그의 인간 해방론은 ‘노고, 생산성, 억압에 의한 진보’의 프로메테우스와, ‘질서=미, 노동=여가’에서 인간과 자연을 에로스적으로 화해시키는 오르페우스와의 대립에서 시작한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발문’인 <신프로이트 학파와 수정주의 비판>은 프로이트 이론의 핵심인 성적 욕망 및 죽음의 본능에 관한 이론을 거부하고 프로이트의 이론을 심리치료의 차원으로 집중, 발전시킨 수정주의자들에 대한 전반적인 비판이다.

이 책은 원래 마르쿠제가 1950년에서 1951년까지 워싱턴 심리치료학교에서 행한 강의모음집으로 ‘비판이론’을 충동역학적 관점에서 서술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아울러 그도 언급한 바 있는(280쪽) 빌헬름 라이히(1897~1957)가《성도덕의 함몰》에서 생식기 중심의 섹슈얼리티에서 근대성의 병폐를 고쳐낼 수 있는 힘의 요소를 보았던 것처럼, 라이히의 생식기 중심 오르곤 이론을 확대, 수정하여 에로스 중심의 문명창조 이론으로 변형시킨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죽음의 본능, 타나토스가 지배하는 사회는 불행하다”고 주장했던 마르쿠제의 생생한 육성을 이제 김인환 교수의 성실한 번역으로 다시금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되어 기쁘게 생각한다.

부록으로 김인환 교수의 두 편의 논문이 수록되었다. 첫 논문은 해설을 겸해 프랑크푸르트 학파의 비체계적 특징을 논술한 <수필의 철학>이고, 두번째는 마르쿠제 사고의 보편성을 우리 탈놀이의 특색과 대응한 <놀이의 본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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