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6월, 여름의 무더위 속에서 한국 사회에 맹위를 떨쳤던 메르스의 기억은 아직 생생하다. 공식 통계상 감염자 수 186명, 사망자 수 38명, 격리자 수 16,752명. 그리고 메르스 위기관리 부실로 인한 피해는 사회불안, 소비위축, 정치갈등 등 사회, 문화, 경제, 정치 전반에 영향을 끼쳤다. 한국 사회는 메르스로 인해 공포와 불안의 늪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이 사건을 통해 우리는 메르스를 단순히 하나의 질병으로 다룰 것이 아니라, 총체적 시각에서 접근해야 함을 깨달았다. 이 책은 이러한 전염을 둘러싼 중층적, 통합적 이해의 필요성에 부응하고자 집필되었다.
실제로 전염현상은 디지털 네트워크, 금융 및 소비자 마케팅, 언어, 문화 현상 전반에 걸쳐 나타나는 확산의 양상을 포함한다. 그러므로 전염의 대상을 규정할 때는 질병만이 아니라 문화현상, 인간의 정신, 바이럴 마케팅, 금융시장, 그리고 창의적 사고까지도 고려해야 한다. 또한 그 대상을 부정적인 것에만 국한시켜선 안 된다. 그러나 아직까지 전염문제에 대한 논의는 주로 의학 분야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책은 이런 한계에서 한걸음 나아가고자 기획 과정부터 의학뿐만 아니라 인문학, 사회학, 경영학, 물리학 전문가들을 초빙하여 전염에 대한 초학제적 접근을 시도했다.
혹한의 광장을 뜨겁게 달궜던 시민의 열망은 어떻게 대한민국 정치를 변화시켰을까? 온라인상의 유명인사 왕홍은 언제부터 중국 경제 전반에서 변화의 아이콘으로 부상했을까?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무슨 경로로 세계 금융을 흔들었을까? 언뜻 보면 예측 불가능하거나 불가사의하다고 느껴지는 이러한 현상들을 우리는 전염의 틀에서 이해할 수 있다. 즉, 전염의 패러다임은 불규칙하고 무질서해 보이는 변화의 흐름을 꿰뚫고 그 변화의 속도와 방향을 예견할 수 있는 관점을 제공한다.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모바일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으로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의 세계가 같지 않은 4차 혁명의 시대, 파편화된 현상들 간의 행간을 메우고 그 이면의 숨은 의미와 흐름을 꿰뚫는 통찰력, 그것이 전염의 상상력이 가진 힘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