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보지 않은 길

송호근 지음

판매가(적립금) 19,000 (950원)
분류 나남신서 1905
판형 신국판
면수 400
발행일 2017-02-15
ISBN 978-89-300-89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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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셋 코리아(Reset Korea)!

시대를 대표하는 사회학자 송호근 교수의 사회학적 현장관찰기

 

알파고, 그리고 한진해운

2016년, 알파고의 출현은 충격 그 자체였다. 언론과 미디어, 또는 저명 과학자들이 아무리 웅변해도 한 귀로 흘려듣던 ‘제4차 산업혁명’의 도래, 로봇의 인간 대체가 현실로 절절히 다가온 것이다. 한편 2017년 2월 17일, 한진해운이 파산 선고를 받는다. 40년 역사의 거대 해운사가 2016년 9월 법정관리에 돌입한 이후 사라지는 데 단 6개월밖에 걸리지 않은 것이다. 조선, 석유화학 등 중공업을 중심으로 한 대한민국 경제의 위기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사건이다. 조선 3사 등 여타의 대형 중공업 업체들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아, 최악의 경영난으로 위기를 겪고 있다.

제4차 혁명의 도래와 미증유의 경제위기라는 변화의 소용돌이 앞에서 대한민국은 어디에 서 있고, 어디로 가는가? 정치, 경제 등의 분야를 넘나들며 오늘의 사회 분석에 천착해 온 사회학자 송호근 교수는 대한민국의 오늘과 내일을 진단하기 위하여 현대차 울산공장으로 향한다.


왜 현대차인가?

현대차그룹의 성장과정은 곧 한국 제조업의 역사다. 성장과정도, 그 특유의 오기도 한국을 닮았다. 창립자 정주영 회장의 일대기 자체가 한국 산업화의 스토리이고, 현대 재벌의 강점과 허점이 고스란히 한국경제의 내부 구조로 이전됐다. 미국 MIT 경영학자 엘리스 암스덴(A. Amsden)이 ‘하면서 배우는’(learning by doing) 것으로 요약한 한국적 발전의 특성은 현대차그룹에 그대로 적용된다. 다른 재벌 대기업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나, 현대차만큼 그 성격이 두드러지는 기업은 드물다. ‘현대차’ 연구는 곧 ‘한국’ 연구인 것이다.

현대차 고성장의 배경에는 ‘사람’이 있었다. 자원도, 확보된 내부 시장도 없었던 과거 대한민국에서 현대차가 성공한 것은 정주영 회장의 “임자 해봤어?”라는 말로 대표되는 ‘일단 해보자’는 추진력과 경영전략, 그리고 경영자와 노동자의 의기투합 덕분이었다. 그 결과 포드 조립공장으로 출발한 현대차는 불과 50년도 안 되어 세계 5대 자동차 업체로서 우뚝 설 수 있었다. 그러나 유례없는 성공의 절정에 선 오늘날, 현대차는 과거의 성공 요인들을 버려야 새로운 길이 보이는 역설에 직면했다. 사회 다원화, 그리고 노조 강성화가 단일 리더를 중심으로 한 추진력과 노사 간 화합이라는 현대차의 장점을 약화한 것이다.

 

가 보지 않은 길

알파고로 상징되는 인공지능과 산업기술의 결합은 미래 산업의 모습을 완전히 바꾸어 놓을 것이다. 한국경제의 기존 성공을 이끈 것이 시장의 현재적 요구를 충족하는 기술혁신, 즉 ‘존속적 혁신’(sustaining innovation)이었다면, 오늘날 가속되는 불확실성은 전혀 다른 차별화된 욕구를 창출하고 기업구조를 그에 맞춰 개혁해 나가는 전략, 즉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을 요구한다. 이를 위해 우선 경영자의 ‘민첩한 리더십’(agile leadership)과 노동자의 개성, 창의적 사고가 필요하다. 또한, 공장 근로자부터 경영자까지, 기업의 구성원뿐만 아니라 계열사와 외부 협력업체까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함대형’ 경영에서 벗어나 다양한 의견이 수용되는 ‘수평적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한국사회로 시야를 확대하면, 경제 회생과 경쟁력 회복을 위해서는 한국사회를 구성하는 정부ㆍ기업ㆍ시민 모두가 시스템 자체를 리셋하는 수준의 뼈아픈 사회혁신을 해야 한다. 먼저, 최근 대통령 탄핵 문제에 이르기까지 21세기 들어 사사건건 경제를 ‘발목 잡아 온’ 정부는 더 이상 근본적 경제구조조정을 미룰 수 없다. 한국 기업은 ‘기업시민’(corporate citizen)으로서 동시대 시민과 공존?공생하며 철회된 사회적 존경을 다시 회복해야 한다. 그리고 시민은 공존의 지혜를 발휘해 사회적 대타협을 이뤄 낸 독일 국민처럼, 무조건적인 임금?복지 요구를 지양하고 기업과 공생할 수 있는 시민성을 키워야 한다.

한국은 지금껏 선진국들이 이미 ‘가 본 길’을 따라 달렸다. 최근 겪는 한국경제의 심각한 침체현상은 가 보지 않은 길을 개척하지 못한 쓰라린 대가다. 공짜는 없다. 이제부터는 ‘가 보지 않은 길’을 가야 한다. 어디로 향해야 하는가? 탐험은 시작됐고 길은 흐릿하다.

프롤로그 ― 가 보지 않은 길 4

 


제1부 한국의 성장 유전자

 

chapter.1 쓰나미는 도둑처럼 온다 13

땡큐, 알파고! 14

제4차 산업혁명 18

자동차 개념이 바뀐다 24

대비하고 있는가? 29

잔치는 끝났나? 34

추격자가 잡히면 37

현대차그룹, 그 기적의 드라마 44 

 

chapter.2 울산, 한국의 운명을 쥐다 55

내 푸른 청춘의 도시 56

현대중공업: 도덕적 해이 69

현대차: ‘성공의 위기’가 몰려온다 82


 

chapter.3 현대차의 성장 유전자 97

열정(Passion) 101

조율(Tuning) 118

소명(Vocation) 132

 

 

제2부 성장통

 

chapter.4 기술 선도! 현대차 생산방식 145

성장의 빛과 그림자 146

오직 기술! 148

각축의 시대와 유연생산 150

해외로! 153

모듈화 157

변곡점에서 159

 

chapter.5 풍요한 노동자 163

중산층화 164

청춘이여 안녕 172

정체성 충돌 183

 

chapter.6 민주노조의 무한질주 197

민주노조(Democratic Union) 198

노조의 무한 질주 211

 

chapter.7 각축하는 현장 229

각축전(Contestation) 229

 

chapter.8 다양성의 시대 251

청년 아산과 현대 정신 252

다양성과 이질성의 시대 257

성공경험의 집착과 위기 262

희망 만들기 268

 

 

제3부 글로벌 기업시민

 

chapter.9 함대가 간다 275

함대형 생산체제 276

추격! 283

 

chapter.10 신문명의 전사 293

신문명의 전사, 해외공장 294

주재원은 애국자다 313

어떤 가치를 생산할까? 327

 

chapter.11 위대한 변신 331

민첩한 리더십 337

신뢰경영 341

혁신역량 345

함대구조 348

거버넌스 351

임금과 고용개혁 354

기업시민 357

시민?사원 362


 

에필로그 ― 감마고와의 인터뷰 371

지은이 ㅣ 송호근

한국의 대표적인 사회학자. 정치와 경제, 사회를 넘나드는 넓은 안목과 정교한 분석으로 국내외에 널리 알려진 학자이자 칼럼니스트다. 1956년 경북 출생으로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과정을 마쳤으며, 1989년 미국 하버드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춘천 한림대 조교수와 부교수를 거쳐 1994년 서울대 사회학과에 조교수로 임용되어 학과장과 사회발전연구소 소장, 1998년 스탠퍼드대 방문교수, 2005년 캘리포니아대(샌디에이고) 초빙교수를 역임하였으며, 현재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시장과 복지정치》(1997), 《또 하나의 기적을 향한 짧은 시련》(1998), 《정치 없는 정치시대》(1999), 《세계화와 복지국가》(2001), 《세계화와 사회정책》(2001), 《의사들도 할말 있었다》(2001), 《한국,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2003), 《한국사회 이해의 새로운 패러다임》(2004), 《한국, 어떤 미래를 선택할 것인가》(2006), 《복지국가의 태동: 민주화, 세계화, 그리고 한국의 복지정치》(2006), 《독 안에서 별을 헤다》(2009), 《위기의 청년세대》(2010), 《인민의 탄생》(2011), 《그들은 소리 내 울지 않는다》(2013), 《시민의 탄생》(2013), 《나는 시민인가》(2015), The Birth of the Citizen in Modern Korea(2016), 《촛불의 시간》(2017)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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