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합 시대의 커뮤니케이션학, 경계를 확장하다
최근 국내외 커뮤니케이션학의 가장 커다란 화두는 ‘융합’이다. 학계 내적으로는 방송과 통신 간, TV와 인터넷 등 각종 미디어 간의 융합에 대한 논의가 계속되고 있으며, 학계 외적으로도 다른 학문의 이론과 접근방법을 차용해 연구에 적용하는 융합적 방식을 통한 커뮤니케이션학의 외연 확장이 계속되고 있다. 문화계발(cultivation)이나 의제설정(agenda-setting) 등 전통적 미디어 효과 측정 연구에 속하지 않으며, 문화연구의 흐름에도 속하지 않는 연구들이 이에 해당한다. 이러한 대안적 연구들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발전할 것인지 현재로는 알 수 없으나 기존 커뮤니케이션학의 경계를 더욱 확장하고 커뮤니케이션학의 생태계를 더 역동적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그동안 커뮤니케이션학에서 본격적으로 소개되지 않은 새로운 연구들에 주목한 한국언론학회는 13개의 대안적 연구 주제들을 선정하고, 해당 주제별로 전문가에게 집필을 의뢰하여 《커뮤니케이션학의 확장: 경계에서 미디어 읽기》를 발간하였다. 이 책의 목표는 커뮤니케이션학의 경계를 확장하는 데 있다. 하지만 인문-사회-자연과학 등 다양한 분야의 흥미로운 주제들이 전개되므로 커뮤니케이션 연구자뿐 아니라 일반 독자들도 관심을 가질 것으로 기대한다. 각 장들을 간략하게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뇌 과학] 뇌 과학과 커뮤니케이션 ? 이재신
최근 과학적으로 밝혀진 사실들을 기반으로 인간 뇌의 작동 원리를 살펴보고 이를 통해 인간의 ‘의사결정’이 어떠한 방법으로 이루어지는가를 살펴본다. 그리고 이러한 지식들이 커뮤니케이션 연구에 어떠한 함의를 주는가를 몇 가지 사례를 통해 살펴본다.
[감정] 감정에 대한 기능적 접근과 커뮤니케이션 연구 ? 안도현
감정에 주목한 커뮤니케이션 연구를 소개한다. 감정에 대한 다양한 설명 모형과 감정의 정의, 기능을 제시하고, 이러한 감정의 기능을 커뮤니케이션 연구에 적용해, 감정이 미디어의 선택과 이용에 작용하는 심리작용을 탐구한 연구를 소개한다.
[취향] 취향사회학과 미디어/문화연구 ? 이상길
취향을 ‘특정 기능이나 유용성과 무관한 대상의 감각적 가치를 발견하는 문제’로 규정하고, 사회 내에서 개인의 취향을 탐구하는 문화사회학적 논의를 소개한다. 더불어 이러한 개인의 취향 연구가 디지털 환경에서 더욱 복잡해져 가는 수용자들의 기호와 행태를 체계적으로 이해하는 데에도 유용함을 주장한다.
[기호 현상학] 기호 현상학과 커뮤니케이션 연구 ? 이두원
기호 현상학이란 ‘창’(窓)을 소개하고, 이 ‘창’을 통하여 인간의 ‘의식’ 세계에 비추어진 커뮤니케이션 현상을 어떻게 통찰할 수 있는가에 대한 논의를 전개한다. 기호 현상학의 탄생 배경, 인식론적 관점의 설명, 커뮤니케이션 이론과 연구방법에 대한 적용, 그리고 미디어 읽기의 창으로서 기호 현상학의 적용 가능성을 소개한다.
[코무니콜로기] 코드, 인간커뮤니케이션 그리고 텔레마틱 사회 ? 김성재
빌렘 플루서가 창안한 개념인 ‘코무니콜로기’(인간커뮤니케이션학)를 다룬다. 21세기 컴퓨터 네트워크를 통해 인류가 처음으로 창조한 이상적인 텔레마틱 사회에 참여하는 네티즌들의 유희적(자아실현적) 미디어 이용 태도는 미래의 인간커뮤니케이션 연구에 유용한 관점을 제시한다.
[복잡계] 커뮤니케이션과 창발(Emergence): 집합적 사회현상에 대한 이해 ? 손동영
커뮤니케이션을 복잡계 현상으로 바라보는 접근을 소개한다. 주식시장의 가격 결정, 소문의 확산, 교통질서, 유행과 규범의 형성에 이르기까지 서로 관련 없어 보이는 다양한 상황들을 하나로 묶는 공통점은 이들이 개체들 간 상호의존성(interdependency)을 통해 일어난다는 것이다.
[네트워크] 너와 나, 그리고 사물의 네트워크 바라보기 ? 김장현
커뮤니케이션 현상에 대한 네트워크적 접근 연구를 소개한다. 네트워크적 접근은 사회 구성원들 간 관계와 구조를 파악함으로써 복잡한 사회현상의 이면을 이해하는 데 효과적이다. 수학의 그래프 이론, 정보과학의 정보 이론, 사회과학의 사회 구성 이론에 이르기까지 네트워크 관련 이론의 다양한 발전을 소개한다.
[프로세스] 뉴스 비즈니스 변화와 뉴스생산 프로세스 재구성 ? 김사승
뉴스생산을 과정(process)적으로 접근한 연구를 소개한다. 뉴스생산과정을 새로운 기술과 플랫폼의 도입 및 시장의 변화에 맞추어 새롭게 고찰하고, 뉴스생산을 기자 개인은 물론 조직과 시장 및 기술적 환경 등 다양한 요인들이 복잡하게 얽혀 통합된 하나의 프로세스로 볼 것을 제안한다.
[도시공간] 문화연구와 도시공간에 관한 사유 그리고 지리학적 상상력의 함의 ? 이기형
커뮤니케이션학의 매체 중심적 인식의 틀을 넘어 요동치는 사회현실을 구성하는 (도시)공간을 이해하려는 목적으로 (도시)공간의 변화와 기능에 대한 연구들의 갈래와 접근방식을 소개한다. (도시)공간의 특성과 사회정치적 함의를 공간 분석과 지리학적 탐구의 영역에서 축적된 문제의식과 진단의 방식을 중심으로 다면적으로 소개한다.
[사이버] 사이버사회와 커뮤니케이션 연구 ? 김미경
가상세계의 발전에 따른 가상공동체의 이용자가 상호작용 과정을 통해 상징에 의미를 부여하고 정체성과 자아를 구축하는 과정에 주목한다. 네트워크가 가속화된 가상세계의 특징을 검토하고, 이용자가 상호작용과정을 통해 상징에 의미를 부여하고 정체성과 자아를 구축하는 과정을 논의한다. 또한 사이버공동체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소개한다.
[생태학] ‘생태학’의 은유적 전유와 탐구: 미디어 연구와 생태학의 만남 ? 이동후
매클루언과 포스트만 등의 북미 미디어 생태학을 중심으로 생태학적 시각이 어떻게 미디어 연구와 접목되었는지를 살펴본다. 이를 위해 생태학적 시각이 투영된 환경으로서의 미디어, 인간 유기체의 확장으로서의 미디어, 종(species)으로서의 미디어, 종 간 상호작용과 공진화 등의 개념을 소개한다.
[진화] 진화론과 미디어 ? 김병선
진화의 관점에서 본 미디어 연구를 소개한다. 진화라는 개념에 대한 오해의 근거들을 찾아보면서 생성과 변화라는 진화론의 핵심적인 관점이 철학적으로 어떻게 논의되고 있으며, 미디어 연구에는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를 살펴본다. 이를 바탕으로 현재 미디어의 진화 방향과 생태학적 존재로서의 미디어와 인간의 의미에 대해 질문한다.
[체계] 교호 체계로서의 사회, 사회적 체계 작동으로서의 커뮤니케이션 ? 정준희
체계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한 커뮤니케이션 연구를 소개한다. 일반 체계이론부터 특수 체계이론까지, 체계와 관련된 이론적 논의들을 소개하고, 사회-동물-기계가 새로운 종류의 교호적 체계를 구성하는 포스트휴머니즘적 공존의 가능성에 대하여 논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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