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어지지 않는 나무

김만옥 지음

판매가(적립금) 13,800 (690원)
분류 나남창작선 136
판형 신국판
면수 270
발행일 2016-09-15
ISBN 978-89-300-0636-1
수량
총 도서 금액     13,800

40년간 갈고 닦은 은빛 날개깃들

중견작가 김만옥 《베어지지 않는 나무》 발간

 

등단 40주년을 맞은 김만옥 작가의 소설집《베어지지 않는 나무》(나남)가 나왔다.〈회칼〉,〈한 그루 나무〉 등 자선 대표작 7편과 신작〈거적때기〉를 함께 묶었다. 저자의 아들이자 언론인인 정장열 씨가 쓴 발문과 저자의 40년 작품세계를 일목요연하게 확인할 수 있는 작품 연보도 실었다.

   

작가 김만옥은 1938년 경남 의령에서 태어나 마산여고를 졸업하고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공부했다. 1977년〈조선일보〉 신춘문예에〈순례기〉가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마흔의 나이였다. 이쯤 되면 떠오르는 작가가 또 한 명 있다. 평론가 김윤식에게 ‘천의무봉’이라는 극찬을 이끌어냈던 거목 박완서(1931~2011)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김만옥은 박완서와 여러모로 겹치는 부분이 많다. 박완서 역시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공부했고(중퇴), 마흔 살에 등단했다. 같은 시대를 통과해 온 작가로서 한국전쟁과 4ㆍ19혁명을 원체험으로 간직하며 작품활동을 했다는 점도 공유한다.

   

그러나 박완서의 작품세계가 푸근함 속에 바짝 벼린 날을 품고 있다면, 김만옥의 작품세계는 그 반대다. 얼핏 서늘하게만 보이는 작품들이지만 자세히 보면 인간에 대한 따뜻한 애정도 엿볼 수 있다. 수록작〈한 그루 나무〉(원제: 그 모퉁이의 한 그루 나무)가 대표적이다. 이 작품에는 고통스러운 기억에서 도망칠 수 없는 진 선생이 나온다. 그녀는 15년 전 폭력적인 아버지에게 내몰려 팬티 한 장만 걸친 채 거리를 달려야 했다. 시간이 흘러 가까스로 그 악몽에서 벗어난 줄 알았지만, 멀리 오스트리아 빈에서 우연히 만난 남자 때문에 다시 악몽에 시달린다. ‘실체적인 목격자’와 조우하고 무력증과 절망감에 빠진 그녀는 자신의 알몸을 거울에 비추며 생각한다. 저건 그저 한 그루 나무일 뿐이라고, 나무가 제 모습을 남에게 보여준 걸 부끄러워하더냐고. 안타깝게도, 어쩌면 당연하게도 이 자기암시는 실패한다.

   

인간은 결국 나무와 다르기 때문이다. 나무와 달리 인간은 피가 돌고 생각을 한다. 그리고 ‘인식’을 한다. 이 인식이란 무엇인가. 작가 김만옥에게 이 인식은 다른 그 무엇보다 개인과 역사에 대한 인식이다. ‘개인 속의 역사’에 대한 인식, 그리고 ‘역사 속의 개인’에 대한 인식. 그것은 도망치려야 도망칠 수 없는, 없애려야 없앨 수도 없는 숙명 같은 것이다. 결코 ‘베어지지 않는 나무’ 같은 이 숙명에 대한 애착이 작품 면면에 흐른다.

   

자신의 밥벌이가 오롯이 어머니에게 빚지고 있다고 고백하는 아들의 애정 어린 발문도 근사하다. 어머니의 새벽 글쓰기를 보고 자란 아들은 커서 기자가 되었다. 30년 가까이 기록한 ‘사실’들이 어머니가 만들어 낸 ‘허구’들보다 더 나을 순 없다고, 아들은 생각한다. 정확히 40년 전 어머니는 신춘문예 시상식에서 이렇게 말했다. “앞으로 갈고 닦아야 할 은빛 날개를 얻었습니다.” 어머니가 말한 ‘은빛 날개’란 무엇인가. 아무도 보지 못했지만 누구도 없다고는 감히 단언할 수 없는 진실 같은 것이 아닐까. 사실을 아무리 쌓아 올려도 진실로 육박하기는 지난하지만, 한 조각의 허구 속에서 우리는 때로 진실의 갈피를 잡는다. 그것이 진실을 추구하는 자들이 신문이 아니라 소설을 읽는 이유이다. 이 책은 소설가이자 구도자인 김만옥이 40년 동안 갈고 닦은 은빛 날개깃들이다.

 

작가의 말 5
  
회칼 11
거적때기 37
한 그루 나무 58
이상한 작별과 해후 90
따뜻한 포옹 108
저 희미한 석양빛 139
아버지의 작고 검은 손금고 169
돌멩이 두 개 207
  
발문: 기자 아들이 본 소설가 어머니 262
金萬玉 作品 年譜 268

 

지은이 ㅣ 김만옥(金萬玉)

경남 의령에서 태어났다. 마산여고를 졸업하고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공부했다.〈조선일보〉 신춘문예에〈순례기〉가 당선되어(1977)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4·19혁명의 원체험을 안고 개인 속에 각인된 역사의 모순과 고통의 근원을 탐구하는 작가로 평가받는다. 소설집《내 사촌 별정 우체국장》(1987),

《그 말 한마디》(1991), 장편소설《계단과 날개》(1988),《결혼 실험실》(1996), 에세이집《내 생애 최고의 날들》(2012)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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