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징의 정치가 도덕의 정치와 동일시되어서는 안 되듯이 이익의 정치가 이익집단의 정치와 등치되거나 성장 대 분배의 이분법으로 환원되어서는 안 된다. 민주주의가 공고화 단계에 접어든 한국에서 이제 우리는 경제정책이 어떻게 정치적으로 만들어지는가에 좀더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어떤 산업과 어떤 기업유형에 상대적 중요성을 부여하면서 경제성장을 지속할 것인가? 고용의 양과 질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 것인가? 경제성장의 부산물인 불평등은 어느 정도는 미리 제어될 수 있는 것인가? 그것이 어렵다면 불평등은 어느 수준까지 용인되고 보상될 수 있는가? 이 모든 질문에 대해 국가는 어느 수준까지 책임과 권한을 갖고 대답하고 개입해야 하는가?
사회경제적 쟁점들에 대한 복잡한 생각 없이 넘쳐흐르는 민주주의는 공허하다. 한국의 민주주의가 좀더 의미 있는 정치적 경쟁의 공간이 되기 위해서는 정치경제체제의 사회적 목적에 대한 진지한 토론이 가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