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로 건져 올린 생활의 발견
七十而從心所欲不踰矩 칠십이종심소욕불유구
〈논어〉 위정 편에 나오는 말로 공자가 만년 들어 자신의 삶을 반추하며 남긴 구절의 일부이다. ‘일흔에는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법도에 어긋나는 일이 없다’는 뜻으로 70년이란 시간 동안 지혜와 연륜이 몸에 배어 아주 사소한 행동도 이치에 맞고 지혜롭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이가 지긋한 분의 일상적인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한마디, 한마디에 마음이 울릴 때가 있다. 그들의 말 속에 삶의 지혜, 지나온 시절에 대한 향수, 그리고 삶에 대한 열정이 여전히 녹아있기 때문이리라. 그 같은 여운을 가까이 두고 오래도록 느낄 수 있는 한편의 시집이 출간되었다. 일흔의 고개를 갓 넘은 李韶(이소) 이영희 디자이너가 쓴 생활시집 〈일흔이에요〉이다. 시단(詩壇)과는 인연이 없었던 그이지만 칠순 켜켜이 유정 세월의 정한(情恨)을 말로 영글었고, 카피라이터의 리듬감 있는 문체에 지난 반생(半生)의 무게를 실었다.
문학평론가 김선학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李韶 이영희의 시를 읽으면 새삼 생활이 어떤 것인가를 생각하게 된다. 사는 것, 사람이 살아가는 것이 ‘생활’이라고 간단하게 생각할 수만은 없겠다고 느끼게 된다. 그것은 李韶 이영희의 시가 대상으로 하고 있는 생활의 모든 것들이 그의 시 속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요즘 말로 돌직구 … 읽으면 바로 이해되는 것”
李韶 이영희의 생활시집 〈일흔이에요〉는 총 6부로 구성되어 있다. 1, 2부는 딸, 아내, 어머니로서의 생활, 3, 4부는 그래픽 디자이너와 대학교수로서의 모습, 5, 6부는 자신의 삶에 영향을 준 종교와 여행에 관한 것으로 총 210편의 시가 실려 있다.
李韶 이영희는 자신의 시를 이렇게 말한다.
시는 별로였다/ 억지로 멋있으라고 만든 글들 같아서/ 단번에 알 수가 없어서/
상상력을 동원해 알아내야 하는 것이 답답했다/ (중략)/
그래서 내 글은 시가 아니다/ 보았던 것 느꼈던 것 직방으로 썼을 뿐/
요즘 말로 돌직구/ 멋있는 형용사 같은 거 생각해내 쓸 생각 없다/ 읽으면 바로 이해되는 것
―〈시〉 중
어려움 없이 바로 이해되는 그의 시들은 생활에서 본 대로, 느낀 그대로를 표백하고 있어 누구나가 쉽게 접근할 수 있고, 많은 이의 공감을 자아낸다. 또한 대수롭지 않게 지나칠 수도 있는 생활 속에서의 발견을 여유 있게 쉬운 언어로 표현하기에 그의 시는 보석처럼 빛난다.
말린 나물을 불릴 때면/ 승연이 생각이 난다/ 사위가 나물을 먹고 싶대서/
미국 갈 때면/ 고사리, 취, 참나물 말린 것들을/ 한 보따리 싼다/
바락바락 씻고 또 씻고/ 들기름 넣고 간장 넣고 파, 마늘 넣고/ 나물을 볶는다
우리 딸이 좋아하겠지/ 자기 신랑 잘 먹을 테니
―〈나물〉
엄마 혹은 할머니의 일기장을 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 그의 시는 누구나 한 번씩은 경험했을 소소한 일상 그리고 나이듦과 함께 겪게 될 소박한 일상에 대한 소중함과 따스함을 새롭게 느끼게 한다. 더불어 李韶 이영희가 그동안 작업한 작품들이 화보로 실려 있으니 읽는 이의 눈과 마음은 더욱 풍성해질 것이다. 〈일흔이에요〉를 통해 일상에 더욱 감사하며 행복한 삶을 누리시기를!
|